독도는 지질학적 가치도 크지만 섬 자체가 매우 아름다워 경관적 가치 또한 매우 큰 섬이다. 용암이 식으며 만들어진 주상절리, 단층을 따라 만들어진 수많은 해식동(sea cave)과 시 아치(sea arch), 첨탑처럼 솟아있는 수많은 시 스택(sea stack) 등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지형이 이 작은 섬에 모여 있다.
동해의 한복판에 외로이 서 있는 섬 독도는 우리 민족과 함께 가장 먼저 아침 해를 맞이해 온 섬이자 우리 영토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섬이다. 독도는 그 크기에 비해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왔으며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다.
최근 일본에 의해 야기된 독도 파동의 한 대응책으로 독도 관광이 개방되어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독도에 가 본 사람도 별로 없고 가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독도의 지질과 형성 과정, 그리고 독도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치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독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그러면 독도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어떤 사실이 밝혀졌는지 알아보자.
독도의 지질(地質)이 밝혀지기까지 1992년 초 필자가 학위논문 준비로 바빴던 어느 날, KBS에서 독도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으로 있으니 나중에 독도를 방문하여 독도의 지질과 형성과정에 대한 자문을 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화산지질학을 전공한 학자가 드문 우리나라의 현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제의가 당시 대학원생 신분이던 필자에게까지 온 것은 뜻밖이었다. 이 제의에 대해 필자는 망설임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질학 연구에 몰두해 있던 필자에게 논문을 쓰기 위한 답사 이외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 그 이상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 디딜 틈도 없이 조그만 암초 같은 섬에 학술적 가치가 있는 연구거리가 있을까? 있다손 치더라도 며칠간의 짧은 관찰만으로 논문을 쓸 수 있을까? 그것도 기존 연구 자료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
이런 회의적인 생각 속에 독도의 일이 점차 잊혀져 가던 1992년 가을 어느 날, 결국은 독도에 와달라는 전화가 왔고, 필자는 임시로 몸담고 있던 연구소의 지인 그리고 대학원 후배와 함께 부랴부랴 짐을 챙겨 독도로 가는 여정에 오르게 되었다. 당시 우리가 독도의 지질조사를 위해 준비해 갈 수 있었던 자료는 1:2만5000 지형도에 손톱만 하게 나와 있는 독도를 몇 차례 확대 복사한 후 손으로 다시 그린 지도 한 장이 전부였다.
어렵사리 독도에 도착한 후 필자는 일주일 가량 독도에 머물며 지질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독도는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고무 보트를 타고 섬 주위를 돌며 조사를 해야만 했는데, 파도가 조금이라도 치면 배가 암초에 부딪히거나 전복할 위험성이 커 파도가 없는 날에만 배를 띄울 수 있었다. 그런데 독도 주변은 파도가 잠자는 날이 매우 드물었고, 지질 해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지질도도 작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필자는 독도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그 이듬해인 1993년 초 KBS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독도에서 철수하기 직전 또한번의 독도 방문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 방문에서도 별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독도의 지질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속에, 그리고 독도 방문을 단순한 관광의 추억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 속에 독도를 또다시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약 보름 동안 거친 겨울날씨와 싸우며 2차 지질조사를 한 끝에 결국 독도의 지질도 작성과 함께 여러 지질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1년 여에 걸친 실험실 분석과 집필과정을 거쳐 독도에 대한 연구결과가 1994년과 1995년에 각각 대한지질학회와 국제화산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논문으로 게재될 수 있었다.
이 논문을 통해 독도에 대한 많은 사실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먼저, 독도 암석의 연대 측정을 통해 독도가 과거에 추정되던 것처럼 신생대 제4기(18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에 형성된 섬이 아니라, 제3기 플라이오세(약 460만 년 전부터 250만 년 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독도가 매우 작은 섬이기는 하나 제주도나 울릉도와 같이 지난 100~200만 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만들어진 화산섬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며, 울릉도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독도가 이미 동해의 망망대해 위로 솟아올라 있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 논문을 통해 독도의 독특한 지질과 형성과정을 밝혀내고 독도만이 가지는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화산학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화산섬 중에 무엇이 독도를 특별한 화산섬으로 만들었을까? 그럼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필자의 논문에 소개된 독도의 형성과정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독도의 형성과정
약 1500만 년 전 동해가 만들어진 후 동해의 심연 속에서는 1000만 년의 고요함이 흘렀다. 약 460만 년 전의 어느 날, 2000m 수심의 동해 밑바닥 한 곳에선 심해의 차가운 물 속으로 뜨거운 용암이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200기압의 높은 압력으로 인해 마그마는 큰 소리를 내며 폭발하지도 못하고 숨을 죽인 체 조용히 용암을 분출시켰다. 분출된 용암은 차가운 심해의 바닷물에 의해 급격히 식고 깨지며 베개용암(물속에서 분출하여 베개 모양의 구조를 가진 용암)과 유리쇄설암(용암이 물과 만나 급격히 식으며 깨진 부스러기로 이루어진 암석)으로 이루어진 해산(海山, seamount)을 만들어 나갔다. 해산을 만드는 이 과정이 수백만 년에 걸쳐 꾸준히 일어난 결과 이 해산은 높이가 2000m에 육박하게 되었으며, 조금만 더 자라면 동해 한복판의 유일한 섬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울릉도는 없었으니까.
이 해산이 해수면 가까이 자라게 되자 동해의 거센 파도가 시샘이라도 하는 듯 독도해산 상부의 용암과 유리쇄설암을 끊임없이 깎아내고 깊은 바다 속으로 씻어내어 갔다. 약 250만 년 전, 독도해산은 마지막 힘을 다해 마그마를 분출시켰고 그 결과 해산 위에 커다란 화산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독도 탄생의 순간이다.
이 때 독도 분출의 모습은 이전과 매우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독도 최하부의 암석은 수중에서 조용히 분출한 베개용암과 유리쇄설암들로 되어 있지만 그 위를 덮고 있는 암석은 층상의 응회질 각력암(화산재와 각진 돌조각으로 이루어진 암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각력암은 화산쇄설물이 강한 폭발로 인해 분수와 같이 하늘로 치솟은 후 화구 주위에 겹겹이 쌓여 만들어졌는데,
이와 같이 화산분출의 모습이 바뀐 이유는 폭발을 억누르는 수압의 영향이 해수면 근처에서는 작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폭발은 더욱 격렬해졌고, 화산쇄설물은 더욱 잘게 부스러져 응회암(모래입자 크기의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암석)이 쌓이기 시작했는데, 터져 나온 물질들은 단순히 낙하한 것이 아니라 화쇄난류(火碎亂流, 화산재와 가스의 혼합체가 지면을 따라 빠르게 흐르는 현상)라고 부르는 매체에 의해 화구 주위로 빠르게 운반되며 퇴적되었다. 화쇄난류는 화산재를 쌓을 때 층리, 사층리, 또는 점이층리와 같이 퇴적암에서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독도의 응회암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잘 보인다.
한 동안 격렬한 폭발이 지속되며 각력암과 응회암이 쌓인 후, 대규모의 용암 분출이 일어났다. 이때 분출한 용암(조면안산암)은 독도의 상부 암석을 이루고 있으며 멋진 주상절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용암 분출 이후에도 소규모의 분출과 관입이 일어났지만, 이 용암의 분출과 함께 독도의 화산활동은 사실상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250만 년 전이다.
독도의 지질학적 가치 과연 독도의 지질학적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해산은 ‘수중(水中) 성장단계’에서 베개용암과 유리쇄설암이 쌓여 만들어지다가, 해수면 근처의 ‘전이단계(轉移段階)’에서는 폭발적 분출을 일으키고, 해수면 위로 성장하여 섬이 된 후의 ‘대기하(大氣下) 성장단계’에서는 다시 용암을 분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산의 성장과정을 모두 보여주는 지질학적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해산이 좀처럼 해수면 위로 노출되어 지질단면이 쉽게 관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질단면이 관찰되는 경우에도 해산 성장의 전 과정을 한 눈에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해산이 해수면 바로 아래에서 해수면 위로 성장하는 ‘전이단계’의 산물은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이 전이단계에서 만들어지는 화산쇄설암은 파도에 의해 쉽게 침식되거나 추후의 용암에 의해 덮여버리기 때문에 보존되기도 어렵고 관찰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도는 해산 진화의 전 과정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전이단계의 분출기록을 잘 보존하고 있어 지질학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외국의 화산 전문가들은 독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외국 학자들의 독도에 대한 평가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독일의 저명한 화산학자들이 2002년도 국제지구과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Earth Sciences)에 게재한 논문의 서론 일부를 소개하겠다.
(전략)… Uplifted and dissected deep-water to shoaling volcanoes provide insights into the internal structure of seamounts. Such sections generally lack the transitional(shoaling to emergent) stage, however, because this stage is small in volume compared with the entire edifice and is easily eroded by wave action. The uplifted Tok Islands (Korea) are, as far as we are aware, the only example of a shoaling to emergent island volcano located in a marine setting in which the transitional stage is preserved… (후략).
이 글을 한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심해에서 수면 근처까지 성장한 후 융기되고 깎여나간 화산들은 해산의 내부구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화산의 단면들은 대체로 수면 바로 밑에서 수면 위로 성장하며 만들어진 전이단계가 누락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이 단계가 전체 화산에 비교하여 부피가 작을 뿐만 아니라 파도의 작용에 의해 쉽게 침식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한, 한국의 독도는 해양환경에 위치해 있으며 전이단계가 보존되어 있는 유일한 화산섬이다…
필자가 독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할 당시 독도의 이러한 지질학적 가치와 희소성을 언급하긴 하였으나 필자의 견해가 외국 학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또한 국제 지질학계와 화산학계에서는 독도가 명백한 한국의 섬으로 거명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물속에 잠긴 독도의 모습, 그리고 독도의 미래 1992년과 1993년 필자에 의한 지질조사를 통해 독도의 나이와 독특한 화산분출 과정이 밝혀지긴 하였으나 물속에 잠겨 있는 독도의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다. 다행히 1990년대 말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독도와 주변 해역에 대한 해양탐사를 수행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독도의 해저지형에 대한 새롭고도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게 되었다.
먼저 독도의 모습을 살펴보면, 독도는 지름이 500m도 되지 않는 두 개의 조그마한 섬(동도와 서도)으로 되어 있지만 해수면 밑에는 높이가 2000m, 하부직경이 20~25km에 달하는 거대한 해산이 놓여 있다. 크기로 따지면 한라산만한 화산이 독도 밑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독도해산(獨島海山)으로 명명된 이 해산은 일반적인 해산과 달리 독특한 지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해산의 윗부분이 운동장처럼 평평하게 깎여나간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해산은 정상부가 평평하다고 해서 평정해산(平頂海山 guyot)이라고 부르는데, 독도는 약 200m의 수심을 갖는 평정해산의 정상부 위에 조그만 첨탑과 같이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며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해양탐사를 통해 독도해산 주변에 평정해산이 두 개가 더 있다는 것도 밝혀졌으며, 이들은 각각 동해해산과 탐해해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동해의 한 복판에 세 개의 평정해산이 나란히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해산의 성인은 물론이거니와 동해의 형성과정 해석을 위해서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평정해산은 일반적으로 바다 한복판에 만들어진 화산섬이 파도의 작용으로 인해 해수면 윗부분이 깎여나가 평탄하게 된 후 물 속에 잠겨 만들어지므로 독도해산은 물론 그 옆의 동해해산과 탐해해산 역시 한 때는 커다란 섬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해저지형을 바탕으로 판단컨대, 원래 동해의 한복판에는 세 개의 섬이 있었고 이들 모두가 동해의 거센 파도에 깎여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독도만이 섬의 일부분으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거대한 평정해산 위에 마지막 한 점 섬으로 남아 있는 독도의 미래는 어떠할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독도는 동해의 거친 해양환경과 기상조건에 처해 있다. 게다가 독도의 응회암과 각력암은 견고하지 않으며, 섬의 상부에 놓인 용암에는 주상절리가 촘촘히 발달해 있어 암석의 붕괴 현상이 지금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화구함몰로 인해 생긴 단층들이 암석과 지층을 조각조각 자르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지질학적 조건으로 인해 독도는 우리나라의 어느 섬에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취약한 지반을 갖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250만 년이라는, 지질학적으로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 동안에 독도 화산체의 대부분이 침식된 점에 비추어 볼 때 독도는 섬으로서 수명을 다해 가고 있는 셈이다. 독도 방문자들은 독도의 이러한 지질학적 취약성을 염두에 두고 독도의 자연환경 보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독도삼경(獨島三景) 독도는 지질학적 가치도 크지만 섬 자체가 매우 아름다워 경관적 가치 또한 매우 큰 섬이다. 용암이 식으며 만들어진 주상절리, 단층을 따라 만들어진 수많은 해식동(sea cave)과 시 아치(sea arch), 첨탑처럼 솟아있는 수많은 시 스택(sea stack) 등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지형이 이 작은 섬에 모여 있다. 독도를 몇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독도의 여러 경관 중에서도 동도의 천장굴과 얼굴바위, 그리고 서도 위에서 바라본 동해의 모습을 특히 좋아하여 이 세 가지를 독도삼경(獨島三景)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천장굴은 동도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깊은 수직동굴과 이 동굴로 향해있는 깊은 골짜기를 지칭한다. 섬의 한가운데에서 바다와 파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가. 보트를 타고 북쪽에서 천장굴로 들어서면 깎아지를 듯한 수직 절벽에 둘러싸이고 절벽 위로는 하늘이 손바닥만 하게 보이는데 그 장엄함에 압도되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또한 해식동굴 몇 개가 동쪽으로 연결되어 있어 동도를 땅 밑으로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천장굴의 신비감이 더해진다. 천장굴은 과거에 독도의 분화구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동도에는 수많은 단층들이 있는데 단층이 있는 곳엔 어디나 크고 작은 해식동굴이 발달해 있으며 천장굴 또한 이 단층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는 천장굴이 해식동굴들과 마찬가지로 파도에 의한 차별침식으로 생겼음을 지시한다.
독도의 두 번째 절경인 얼굴바위는 사람의 옆모습을 연상시키는 바위로서, 어떻게 보면 ‘절경’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이 바위가 독도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독도삼경(獨島三景)에 포함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굴바위는 정확히 동남쪽을 향하고 있어 독도를 일본으로부터 지키는 초병의 모습으로 비유된다. 바다를 묵묵히 응시하고 있는 얼굴바위를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국토를 지키다 사라져간 선열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비장감마저 느끼게 된다.
독도의 세 번째 절경은 서도를 가로질러 물골까지 나 있는 가파른 산길을 따라가며 볼 수 있는 주변 경치들이다. 숨을 몰아쉬며 130m 높이의 가파른 계단을 밟고 밟아 서도의 능선에 오르고 나면 발밑으로 동도가 보이는데, 그 모습이 새의 둥지마냥 포근하기만 하다. 고개를 들면 사방에 동해의 푸른 물이 펼쳐져 있으며 서쪽 수평선 너머로 울릉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냄새를 맡으며 이곳이 우리의 국토와 바다임을 다행으로 생각하게 된다. 발길을 옮겨 물골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독도의 여러 식생을 관찰할 수 있으며, 바닷가에 닿으면 독도에서 유일하게 담수를 얻을 수 있는 저수지를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물골이다. 정광태의 노래가사에 나오는 ‘우물 하나’가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또한 독도의 초기 정착민들의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독도는 몇 걸음에 가로지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그러나 독도에서의 한걸음 한걸음이 우리에게 국토와 자연의 의미를 일깨워 주기 때문에 가치와 의미로 따지면 어느 섬보다도 큰 섬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독도에 정을 쏟고 국민 각자가 독도의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면 누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