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다 같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여러 학교를 방문해 봤지만,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 그 학교의 분위기와 수준이 느껴지더군요. 여러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어본 경험에 비춰볼 때, 역시 학교교육의 질은 교장선생님의 질을 넘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어느 학부모의 이야기이다.
단순히 학부모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학교교육에서 교장의 중요성을 몇 번씩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을 대변해 주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싶다. 실제로 학교교육에서 교장의 역할에 따라 교육의 질이 결정된다는 데에는 교사, 학부모 모두 이견이 없다.
이렇듯 중요한 위치가 바로 교장인데, 교육부총리는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교장 임용과 관련하여 공모형 초빙 교장제를 확대 실시하고, 교사 자격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는 이유는 “학교경영에도 경쟁의 원리를 도입해서 다른 학교와 차별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흘러나온 이야기 중에 “교장 자격이 없는 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공모형 초빙 교장제 도입 방안이 있었다. 교장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교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출신이 교사라고 해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학교경영에 경쟁원리 도입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교장 자격이 없음은 물론, 교사 자격조차 없는 일반인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발상은 학교경영의 전문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만일,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사를 교장으로 임용하게 된다면, 학교교육은 더 이상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효과적인 교육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 어렵게 이루어 놓은 현재의 학교교육이 도리어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도입 가능성의 취지에 대한 논리에 있다. 교장을 할 수 있는 인사를 교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해야만이 학교경영에서 경쟁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 그렇게 해야만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하여 경쟁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일반 사기업체처럼 지나친 경쟁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다. 학생을 교육한다는 독특한 목표를 두고 있는 곳이다. 현재처럼 교사로부터 시작하여 학교경영 기법을 하나씩 터득하면서 연륜을 쌓은 교육전문가가 교장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지역적 특성이나 당해 학교의 실정에 맞게 차별화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긴 하다. 완전한 자율성의 부여이다.
즉,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임용된 학교장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무성의 임무도 함께 부여해 준다면 충분히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행제도를 어떻게 개선하여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현재의 학교장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방안을 내놓자는 것이다. 시·도교육감의 입후보 자격에도 ‘교육경력 또는 교육공무원으로서의 교육행정 경력이 5년 이상 있거나 양 경력을 합하여 5년 이상 있는 자’로 제한하여, 교육경력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그만큼 교육은 여타의 분야와 달리 경력과 전문성을 고루 갖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변호사 자격 없는 사람도 특별연수과정을 통해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법조계의 반응이 어떨까. 법률적인 식견이 없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아마도 난리가 날 것이다. 어떠한 논리로 접근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언어도단이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맥락으로 볼 때, 교장은 오랫동안 교육계에 종사하여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인사가 임용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교사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교장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단지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이유라면 설득력은 더 떨어진다.
이미 오래전에 교사 자격 없는 일반직 출신들이 연수를 거쳐 교장으로 임용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경우가 사라졌다. 부연 설명이 없어도 그 제도가 왜 사라졌는지 금세 이해가 될 것이다. 교원은 전문직이다. 전문적인 자질과 식견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교장을 한다는 것은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어 전문성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의 특성에 반하는 것이다.
밀어 붙이기 식으로 이루어지는 개혁은 절대로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교장 임용을 위해 좀더 전문성을 검증하여 임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무자격자의 교장 임용 가능성은 철회되어야 옳다. 아니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유는 확실하다. 교장은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