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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편지> 방탄승

뉴욕 뒷골목 소매치기가
티베트 예언을 실천하리라


티베트의 승려들 사이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두루마리가 하나 있다. 이 두루마리에 쓰여 있는 글귀를 끝까지 소리내어 읽으면 누구나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된다. 두루마리는 세 가지 예언을 모두 실천한 단 한 사람의 승려에게만 전달되고 그는 60년간 두루마리를 안전하게 지키다가 운명적인 후계자를 찾아내 다시 그것을 전달해야 한다.

1943년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티베트 고원에서 한 승려(주윤발)가 두루마리를 지키는 새로운 후계자로 임명된다. (두루마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름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그는 이름이 없다.) 이때 두루마리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낸 나치들이 승려들이 있는 사원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며
나타난다. 나치가 쏜 총알을 맞은 승려는 두루마리를 지닌 채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사라진다.

그리고 2003년 복잡한 뉴욕 지하철역, 그 승려는 상처 하나 주름 하나 없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승려는 소매치기인 카(숀 윌리엄 스콧)가 철로에 떨어진 소녀를 구하는 것을 보고 몰래 그를 따라나선다. 제멋대로인데다 무공도 어설프기 짝이 없는 카에게서 후계자의 가능성을 발견한 승려는 자신의 말을 좀처럼 믿지 않는 카를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그러나 60년간 승려를 추적해온 악당은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들이닥치고, 글귀를 읽으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 간의 쫓고 쫓기는 대결이 시작된다.'할리우드판 종합선물세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영화 속에는 흥미거리가 빠짐 없이 다 들어있다. 주윤발은 총알을 막아내고 공중을 날고 현란한 발차기를 선보이며 동양 무술에 대한 상상력을 한껏 부풀려준다.

갑작스레 카와 승려의 일에 말려들게 된 제이드와 악당의 조카가 펼치는 여배우들의 액션도 양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특수분장을 통해 90대 노인으로 변한 주윤발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쏠쏠한 재미를 준다.

영화의 핵심은 역시 '인류 구원' 같은 거창한 단어와는 아무런 상관없어 보이던 뒷골목 소매치기 카가 두루마리의 진정한 수호자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글귀를 읽음으로써 세계를 지배한다거나 마음의 다스림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는 설정은 아직도 동양을 신비의 대상으로 보는 서양관객의 입에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같은 동양권 문화인 우리에게는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신비주의를 덧입은 무술은 여전히 화려하고 미소는 한결 여유로워졌지만 영화 속 주윤발이 왠지 어색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게다. 역시 주윤발에게는 승려복보다 버버리 코트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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