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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5개월 만의 콜금리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3년 5개월 만에 콜 금리 목표치를 0.25%포인트 올린 연 3.50%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함께 내놓았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시작된 4년여 동안의 저금리시대가 끝나고 이젠 금리 상승 흐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지, 이번 콜 금리 상승이 우리 국민경제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아보자.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콜 금리란 어떤 금리인가
콜 금리란 금융기관끼리 영업 중에 일시적으로 남거나 모자라는 자금을 융통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은행 등 금융기관도 영업을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지는 수가 있다. 그럴 때 자금 여유가 있는 다른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쓴다. '콜(call)'은 자금이 부족한 금융기관이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한다(call)'는 뜻의 영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즉 '콜'은 금융기관끼리 단기에 걸쳐 융통하는 거액 자금이다. 정식 명칭은 콜론(call loan)·콜 자금(call money)이지만, 흔히 '콜'로 줄여 부른다.

콜은 주로 은행, 보험, 증권업자들끼리 많이 거래한다. 거래는 주로 금융기관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한국자금중개주식회사가 중개한다. 금융기관끼리 직거래하기도 한다. 콜 자금을 빌려주는 쪽은, 빌려주는 금액에 콜 금리(call rate)를 붙여 자금을 회수한다. 콜 자금은 보통 하루에서 30일을 기한으로 융통하는데 거래의 90% 이상은 만기가 하루짜리, 즉 1일물(overnight)이다. 아침에 자금을 꾸면 오후에 갚는 식으로 초단기 거래를 한다. 그래서 콜 금리라면 으레 1일물 금리로 통한다. 금융권에서는 만기 1년을 기준으로 단기자금과 장기자금을 구분하고, 단기자금과 장기자금에 붙는 금리를 각각 단기금리와 장기금리로 구분한다.

단기금리, 장기금리도 자금의 성격 등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콜 금리는 여러 가지 단기 금리 중에서도 대표격 지표, 곧 지표금리로 쓰인다. 콜 금리가 단기 금리의 대표격이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금융시장에서는 단기자금 금리가 오르면 장기자금 금리도 따라 오르고, 단기자금 금리가 내리면 장기자금 금리도 따라 내리기 때문이다. 단기(자금) 금리의 대표선수는 콜 금리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경제 전체를 놓고 볼 때 콜 금리만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금융시장 전반에서 통용되는 금리와 자금 흐름을 우리 국민경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콜 금리, 즉 단기금리의 수준 조정→장기금리의 수준 조정' 구도로 전개되는 파급 효과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콜 금리를 조정하는 방법
그런데 콜 금리는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에 통하는 금리다. 이 금리를 어떻게 움직이나? 이 문제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고유의 정책수단을 동원해 해결한다. 한국은행은 평소 몇 가지 제도를 정해놓고 은행에 돈을 빌려준다. '총액한도대출', '유동성조절대출', '일시부족자금대출' 같은 것들이다.

총액한도대출은 한국은행이 은행별로 가능한 대출한도를 미리 정해놓고 그 한도 내에서 대출해주는 제도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을 늘리고 그럼으로써 지역 간 균형발전도 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로 한국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해주는 일종의 정책적 자금지원제도다. 은행들은 한국으로부터 이 저리 대출을 받아서 중소기업에 대출해줌으로써 자신의 이익도 꾀하고 사업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돕는 역할도 한다. 이번에 콜 금리 인상을 결정한 금통위(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중소기업을 위한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연 2.00%로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유동성 대출 등 나머지는 한국은행이 은행이 일시적으로 필요로 하는 자금을 역시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유동성조절대출금리의 경우 이번에 금통위는 연 3.25%로 0.25%포인트 인상키로 결정했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은행과 대출거래를 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공정금리(公定金利, official rate)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공정금리를 올리느냐 내리느냐는 은행들의 금융비용 부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공정금리를 올리면 은행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므로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자금 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면 금융시장을 흐르는 자금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이 긴축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 결과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 특히 민간 자금시장에서 자금의 수급에 따라 매겨지는 금리(시장금리, 시중 실세금리, 시중금리라고 부른다)도 일제히 오르게 된다. 만약 한국은행이 거꾸로 공정금리를 내리면 반대로 금융이 완화되면서 시중 금리가 내리는 효과가 생긴다.

공정금리 말고도 한국은행은 금융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정책수단을 여럿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행이 공정금리 조정 등 금융정책 수단을 가동하면 금융을 완화하거나 긴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시중 금리도 오르고 내린다. 물론 콜 금리도 함께 오르내린다. 이런 경위로, 콜 금리 역시 실질은 한국은행 통제 아래 있다. 한국은행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콜 금리 목표치를 정하고 공정금리 조정 등 금융정책 수단을 가동한다. 그렇게 해서 시중 자금량을 원하는 수위만큼 조절해, 콜 금리 수준이 목표치에 이르도록 유도한다.

콜 금리에 연쇄 파급 효과
콜 금리를 조정한다고 해서 은행 등 시중 금리가 곧바로 꼭 그만큼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콜 금리가 조정되면 결국은 나머지 모든 금리도 콜 금리 조정 방향을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은행들은 대출금리 수준을 콜 금리 수준에 연동시켜 운영하곤 한다. 대출금리 수준을 콜 금리에 얼마간을 더한 이율로 설정해놓고, 콜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따라 올리고 콜 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따라 내린다. 한국은행은 이런 메커니즘을 이용해 콜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와 자금 흐름을 조정한다. 그러고 보면 콜 금리는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 수준에 연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일종의 기본 금리다. 정책적으로 조절되는 금리라는 뜻에서 '정책금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콜 금리나 공정금리의 조정 결정, 금리 목표수준 결정 같은 금융정책의 주요 골자는 한국은행에 설치된 금융정책 의결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원회(금통위)가 내린다. 주요 경제 기관·단체가 추천한 여섯 명의 위원과 한국은행 총재(의장)가 매달 둘째 주 목요일 한 번씩 회의를 열어 경제와 금융 상황을 토의하고 금리 조정 결정을 포함한 금융정책 방향을 정한다. 시중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리고 경기가 과열되어 물가가 상승세라고 판단될 때는 자금을 흡수해 경기를 식히자며 콜 금리·공정금리 인상 등을 결의한다. 반대로 경기가 너무 위축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콜 금리·공정금리 인하 등을 결정한다.

금통위가 금융정책 골자를 정하면 그 결정을 한국은행이 세부 정책수단을 구사해 집행한다. 콜 금리 조정은 한국은행이 여러 가지 금융정책(통화정책) 수단 중에서도 가장 즐겨 쓴다. 파급 효과도 다른 정책 수단에 비해 크기 때문에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경기 대응은 주로 콜 금리 조정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콜 금리 인상 배경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이번에 3년 5개월 만에 콜 금리를 올리기로 한 배경은 뭘까?

한은이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경기 회복세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관찰, 다른 하나는 장기화된 저금리 여파로 국민경제에 부작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 박승 총재는 "하반기 들어 우리 경제가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애초 예상대로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그동안 부진했던 심리지표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4.6%, 내년 5.0%의 성장이라는 애초 전망이 유효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 있는데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 곧 물가가 따라 오를 것이므로 선제적으로 자금을 흡수해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의 콜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박 총재와 금통위는 그런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과연 그런가? 시중의 의견은 엇갈린다. 무엇보다 정부(재경부) 관점은 하반기 경기회복에 썩 자신 있어 하는 눈치가 아니고, 여러 경기지표도 소비가 다소 살아나는가 하면 투자 쪽은 여전히 가라 앉아 있어서 경기회복을 자신하기에는 엇갈리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정작 이번 금리 인상의 더 큰 배경은 경기 회복을 자신하는 관점보다는 최근 저금리를 배경으로 시중 자금이 부동산 투기로만 몰리는 등 경제적 자원 배분의 왜곡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점, 부유층과 중산층 내지 서민층 혹은 기업과 개인 간 소득양극화와 같은 장기 저금리 상황의 부작용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가 "자원 배분의 선순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는다. 집요할 정도로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시중 부동자금을 거둬들여야 국민경제의 안정과 건전한 투자를 부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은 진작 그랬어야 했다.

또 한 가지, 우리의 경우 콜 금리에 비할 수 있는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최근 인상에 인상을 거듭해 연 3.75% 수준까지 올라서 있고 추가 상승 전망까지 나와 있는 상황도 이번 콜 금리 인상의 주요한 배경이었음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가 상승세인데 우리만 계속 저금리를 고수한다면 국내 자본의 유출 우려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콜 금리는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므로, 콜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물론 금융권 대출금리가 곧바로 뒤따라 오른다. 그만큼 빚을 진 가계는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 기업들도 운전자금 대출이율이 오르면서 자금 압박을 더 받게 된다. 특히 빚이 많은 서민은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영세 중소기업은 자금난이 더욱 심해진다. 한국은행은 가계 부문 전체로 보면 현재 금융자산이 700조 원이고 부채 규모가 500조 원이어서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니 부채 이자 부담보다 자산 운용에 따른 이자 수익이 더 높아져 가계에 한결 도움이 되고, 중소기업도 금리 부담이 커지긴 하지만 은행 자금을 더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금금리, 대출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예금이 늘어나고 금융기관이 기업에 빌려줄 수 있는 자금 여유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영세중소기업의 경우는 금융자산보다 빚이 더 많다. 금리 인상 부담을 집중적으로,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현재 개인부채 전체를 놓고 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5조6천억 원 정도 추가 이자부담이 생긴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부채 비율은 139%로 대기업의 평균치 92%를 크게 웃돈다. 한국은행은 부인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계층 간 양극화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가계대출과 연결돼 있는 시장금리는 콜 금리가 오르기 한 달 여 쯤 전부터 이미 급등세를 보였다. 이번 콜 금리 인상은 인상 직전의 시장 금리 급등세를 뒷받침해 주면서 서민과 영세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연결될 것이다.

3년 5개월 만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저금리 시대는 이제 끝이 나는 걸까? 적어도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율이 연 3%대에 그치는 초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릴 것 같다. 그러나 향후 당분간 금리 인상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1분기쯤으로 늦춰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으로 자칫 학수고대하던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장본인으로 지목될까봐 조심스럽다. 종합하면 앞으로도 저금리 시대는 한동안,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복병이다. 지금은 괜찮지만 콜 금리와 미국 연방기금 금리의 격차가 1% 이상 벌어지면 자본유출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폭이 커지면 그만큼 콜 금리의 추가 인상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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