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 서울 양화초 교사
지난 10월초 아시아판 지는 ‘아시아의 영웅’을 발표했다. 이날 선정된 영웅에는 우리나라의 축구 선수 박지성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각 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20명의 인물들이 포함되었다. 그 중에는 4억 명의 중국인들이 시청했다는 ‘차오지뉘셩[超級女聲]’이라는 신인 여가수 선발대회에서 초등학교 졸업 학력에도 불구하고 중성적 매력과 가창력으로 1위를 차지한 리위춘[李宇春]이 포함되어 중국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차오지뉘셩’은 신인 가수를 선발함에 있어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민의(民意)’를 통해 우승자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즉, 예선과 결선에서 시청자들의 인기투표에 의해 1위가 선정되었는데, 이러한 시청자들의 직접투표에 의한 우상의 선발은 중국식의 경직된 사고에서는 쉽지 않은 일로, 지는 이러한 ‘탈전통(脫傳統)’과 ‘민주(民主)’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여 이 대회에서 우승한 리위춘을 아시아 영웅 중 하나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오지뉘셩'의 팬들에 의한 직접투표 방식은 일부 중국 학교의 교사평가에도 적용되었는데, 항조우[杭州]와 청두[成都]에서는 학생 및 학부모들이 직접투표를 통하여 우수교사를 선발하는 '초급교사(超級敎師․Super Teacher)' 선발대회가 열려 중국 교육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가을 항조우시[杭州市]에 위치한 마이위치아오[賣魚橋] 초등학교에서는 이 학교 교사 70여명을 대상으로 20일간의 경선과정을 거쳐 ‘초급교사’를 선발하였다. 이 대회에서 교사들은 춤, 노래, 시, 서예 등 자신의 장기를 학생 및 학부모 앞에서 선보인 후 학생, 학부모 및 평가위원들의 투표에 의해 ‘초급교사’로 선정되었다. 항조우에서 시작된 ‘초급교사’ 선발대회는 곧이어 청두에서도 개최되었는데, 청두에서는 항조우보다 평가위원들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대중매체까지 동원하였다.
이와 같은 학생 및 학부모들의 직접투표에 의한 ‘초급교사’ 선발과 관련하여 중국 교육계에서는 신성시해야할 교직을 희화화 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이 서로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였다는 등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행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이번 대회는 ‘교사는 고지식하고 엄격하다’라는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교사와 학생들이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동시에 초등학교 교사의 역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를 하고 있다.
이 대회를 주관한 마이위치아오 초등학교 교장은 “우리의 교육이념은 다재다능한 학생들을 길러내는데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개성을 발견하고 이를 잘 이끌어나가 이들로 하여금 고유의 개성을 지닌 사람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천편일률적인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훌륭한 학생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교사 역시 개성과 특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로 이 대회의 목적이 교사에 대한 고정관점의 탈피에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교수․학습, 생활지도, 교직수행능력 등과는 전혀 관련 없는 교사 개인의 능력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직접투표로 ‘초급교사’를 선정하는 행태는 ‘민주’ 또는 ‘민의’의 반영이라는 명목 하에 교직사회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교사의 평가가 교육과는 거리가 먼 교사 개인의 장기자랑 및 아이들의 인기투표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교사 자신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아이들이 교사를 평가함에 있어 자칫하면 교육과는 관계없는 교사의 다른 재주를 더 중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선발된 교사가 우수한 교사인가 하는 점 또한 논쟁거리인데, 이 대회가 세간에 알려진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교사의 능력은 가창능력, 무대 활용 능력 등의 외형적인 개인의 능력에 있지 않고 학식, 교사로서의 마음가짐,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등의 내면적인 것에 있는데 이번 대회와 같은 교사 개개인의 장기자랑과 인기투표로 교사의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것이냐는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이 대회를 주관한 교장은 ‘초급교사’가 우수교사는 아니라고 못을 박는다. 그는 “이번 대회는 교사에 대한 평가가 아니며 우승한 교사에게 그 어떠한 상이 주어지지도 않는, 단지 교사의 정신상태와 생활상태에 대한 장려가 목적인 대회”라고 말한다. 그는 이 시대의 교사는 단지 직업정신이 투철하고 교직에 대한 소양을 갖춘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의 경우 그들이 대하게 되는 6~12세의 아이들에게 교사의 생활상태와 정신적인 면모는 이 아이들의 성장에 무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을 사랑하고, 풍부한 학식을 갖춘 동시에 건강한 신체와 타인과의 교제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평가에 있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동안의 교사평가는 교사의 교수능력에 대한 평가에만 치우쳤기 때문에 교사의 평가기준 및 평가방식이 일률적이고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어 창조적이지 못하였고, 학습의 주체인 학생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교사의 능력평가와 관련하여 교수능력 외에도 교사들의 건전한 정신과 신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이 대회를 만든 교장의 말이다.
이번 ‘초급교사’ 선발대회와 관련하여 중국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목소리로는 이번 대회를 통하여 학생들은 교사의 지식전달능력 이외에 새로운 능력들을 파악하는 동시에, 과거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가 지식전달과 지식습득이라는 일방적인 관계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듦으로서 학교공동체 속에서 교사와 학생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사회 전반에서는 과거의 권위주의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를 교육의 수요자와 서비스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초급교사’ 선발대회와 같은 중국 교육계 내에서의 민주화는 앞으로 더 확대되고 재생산되어 중국 교육개혁의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교육이 학생들의 인기에 영합한 채로 진행될 때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같은 ‘민주’의 개념이 부족한 나라에서 민주주의 개념의 지나친 확대는 자칫 사회주의 체제의 유지와도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대응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