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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선녀 큰고니(Whooper Swan)

우아한 힘찬 춤사위로


발레리나의 원조가 된 큰고니.


그들의 화려한 날갯짓이 펼쳐진다.




김연수 | 생태사진가


우아한 발레리나의 몸짓
"꾸룩 꾸룩 꾸욱" 겨울철새의 낙원 천수만 간월호에서 200여 마리 남짓한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들이 부르는 합창소리다. 호수를 뒤덮은 물안개 속에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큰고니들의 우아한 자태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았던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단의 <백조의 호수> 기억난다. 발레리나의 선녀 같은 율동에 흠뻑 빠져 치콥의 교향악을 매일같이 반복해 듣던 때가 있었다. 그 발레리나의 원조가 바로 큰고니 들이다.

활주로를 이용한 힘찬 비상
흔히 백조라고 부르는 고니는 11월 말쯤 되면 러시아 툰드라의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 해안가의 호수를 찾았다가 이듬해 3월에 돌아가는 희귀한 겨울철새다. 겨울철이면 수많은 탐조객들이 하얀 천사 같은 이들의 평화로운 춤사위를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갈대밭 속에 위장텐트를 치고 녀석들이 가까이 접근하기를 기다린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동지섣달의 한기에 온몸을 웅크렸다가도, 얼어붙은 호수 가에서 움츠렸던 선녀들이 얼지 않은 호수 한가운데로 서서히 움직이면서 하나 둘 입을 모아 노래 부르면, 어느새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추위 속에서 떨었던 지루함은 금세 사라져 버린다. 곧 이어 <백조의 호수>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질 테니까….

하지만 예고편에 이어 본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오페라는 막을 내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밤새 쳐놓은 그물을 거두려는 강태공들 배의 모터소리에 큰고니들이 화들짝 놀라 부리나케 날아가거나, 호숫가를 무대포로 달리는 차량들로 큰고니들의 고요한 평화는 순식간에 깨져 버린다. 비록 놀라서 급히 날아갔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힘찬 비상은 장관이다. 크기가 140㎝나 되는 육중한 몸매의 큰고니는 가벼운 새처럼 단숨에 하늘로 날지는 못해, 육상에서 도움닫기 하듯이 수면 위 4~5m를 박차고 탄력을 받아야 비로소 하늘로 날 수 있다. 큰 비행기에는 긴 활주로를 필요하듯이 대형종일수록 날기 위한 예비동작이 힘차고 웅장하다.

낙동강하구가 주된 서식지
우리나라를 찾는 고니류는 혹고니, 큰고니, 고니 세 종류가 있다. 간혹 드물게 검은고니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필자는 이 검은고니를 외국의 동물원에서 보았다. 부리 위에 혹이 있는 혹고니가 몸집이 가장 커 152㎝ 가량 되고 고니는 120㎝ 정도다. 갈대와 부들 같은 수생식물의 뿌리와 수서곤충을 먹으며, 보통 네댓 마리의 가족단위로 생활한다. 풀잎과 줄기를 주재료로 큰 화사 모양의 원추형 둥지를 만들고, 크림색을 띤 흰색의 알을 3~7개 낳는다.

암컷이 알을 품고 35~42일이 지나면 부화한다. 가족단위 중에서 머리와 목이 잿빛을 띠는 녀석들은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어린 새들이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의 호수나 강가에서 매우 적은 수가 월동하는데, 낙동강하구를 가장 많이 찾고 충남 천수만과 금강하구에도 100여 마리 정도가 찾아온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한강의 팔당댐하류, 미사리에서도 여러 마리가 월동하고 있다.

공존 위해선 이기심 버려야
14년 전 전북 고창의 한 저수지에서 4월 말이 되었는데도 고니가 고향인 러시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호숫가를 맴돌며 구슬프게 울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필자는 조류보호협회 김성만 회장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망원렌즈로 보니까, 그 녀석은 날개 아래에 총상을 입고 있었다. 날개는 축 처져 날 수 있는 역할을 이미 잃었고, 오히려 움직이는 데 짐만 될 뿐이었다. 보다 못해 필자와 조류보호협회 회원들은 가까운 전주동물원의 수의사를 현장으로 불렀지만 수술기기가 없어 그 자리에서 치료를 할 수가 없었다. 전주동물원으로 고니를 옮겨와서 3시간의 수술 끝에 총 맞은 날개를 잘라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노력도 보람 없이 고니는 사흘 후에 숨을 거두었다.

선녀 같은 고니들을 총으로 잡는 사람들의 심보는 어떻게 생겼을까? 지금의 문화재보호법으로는 천연기념물을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고니를 총으로 쏜 밀렵꾼은 운 좋게 발각되지 않았지만, 결코 편안히 잠을 이루진 못할 것이다. 지금도 그 커다란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던 큰고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람의 이기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영원한 숙제 같다.

* 우아한 호수의 선녀 큰고니의 모습을 새교육 3월호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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