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과연 리더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교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사란 수많은 학생을 통솔하고 지도해야 할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공통된 견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00년간의 리더십 연구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의 업무지식과 능력, 그리고 대인관계 능력이 모두 갖춘 사람이 훌륭한 리더라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필자 공역)으로 널리 알려진 스티븐 코비 박사도 이 점에 대해서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리더십의 대가인 워렌 베니스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체에서도 직무교육은 엄청나게 시키지만, 대인관계 교육에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지식 교육은 수없이 받아왔지만, 학생들을 어떻게 다루고 그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적이 적다. 결국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데일카네기연구소에서 성공한 리더들을 분석해본 결과, 15%는 자신의 기술적 지식에 의해서 성공했지만, 85%는 얼마나 좋은 인간관계를 맺었는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서는 다르지 않겠는가? 그러나 쿠제스와 포스너(필자 공역)가 쓴 <리더십 챌린지>에서 그들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인터넷 기술이 28%를 차지하고 있고, 오히려 인간관계가 72%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세상이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었지만, 대인간의 문제만큼은 변함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전 이화여대 이어령 교수는 ‘디지로그’로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감성을 다루는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세계야구대회(World Baseball Competition)에서 한국팀이 일본을 두 번씩이나 이긴 것도 디지로그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고치면, ‘신바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은 일단 신바람을 타면 자기 실력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본다.
이런 신바람 혹은 디지로그 시대의 리더십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과 그를 따르는 추종자 간의 인간관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쿠제스와 포스너는 리더십이란 일부의 비범한 인물들이 가진 개인적인 전유물이 아니라 리더십은 오늘과 내일을 사는 모든 사람의 일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리더십을 인간관계로 본 것이다. 현대 리더십의 대체적인 경향은 리더십을 인간관계, 즉 대인관계 리더십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고 지식이나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식이나 실력이 비슷하다면, 차이는 대인관계 능력에서 나온다.
교사 리더십은 대인관계 리더십 우리는 많은 실력자들이 대인관계 문제 때문에 낙마 하는 것을 봐 왔다. 요즘 많은 대기업이 실력 있는 젊은이들을 엄청난 연봉을 주고 선발하였지만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개인의 실력만으로는 요즘 세상에서는 실력발휘가 어렵다. 결국 팀워크를 통해 공동의 승리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미래 리더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의 연세대학교 강연이나 로버트 러플린 KAIST대학교 총장의 기고문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하고, 이공계 대학이 중심인 KAIST 총장으로서 그는 취임 후 첫 기고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공계 (학생들을) 위해 전공과목 이외에 독립성, 도전정신, 외국어 능력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과목 등을 보강해야 한다.’(2004년 10월 22일 조선일보)
그의 말에서 보듯이 앞으로 미래의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에 대한 교육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도 빠지지 않는다. 숙명여대는 창학 100주년을 맞이하여 미래의 지도자 중에서 10%를 숙명여대에서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세상을 바꾸는 리더십 전문교육기관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대학에서 리더십을 가르친다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체험적으로 경험하도록 하기에는 늦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을 어려서부터 리더십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입학 사정을 할 때 중고등학교 시절에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하였는가를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고 한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리더십을 경험하는 것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교사란 미래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교사는 미래의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가 모범이 되는 솔선수범의 리더(role model leader)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강의하는 리더십 교육에 참가했던 어느 의과대학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들은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술자리에서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직장인 중에서 25%가 알코올중독증 환자가 되어 있다. 이제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술을 안 먹고도 서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인관계 리더십 훈련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 교수의 말대로 앞으로 점점 술을 먹고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 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대인관계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대인관계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지난해 말 충난 논산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기호엽 선생님은 오랫동안 학생주임을 맡아오면서 그동안은 힘을 사용하는 권위적인 리더십이 통했는데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며 토마스 고든 박사의 ‘교사역할훈련’에 참가하였다. 그는 그동안 몸으로 익힌 여러 가지 힘을 사용하는 기술들을 버리고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훈련 기술을 실제 사용해보기 위해 학생들에게 적용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갑자기 변신하는 게 어려워서 학교를 옮겨 실천해본 결과 스스로 효과를 체험하고 그는 대인관계 리더십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혹시 리더십 관련 책에서 소위 ‘리더십의 기술’이라고 명명해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실제로 리더십 기술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기술들이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기술이야말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핵심기술이다.
작년 말 회사의 사장직을 그만 두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 안철수 박사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책을 남겨두고 떠났다. 그 책에서 안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The communication is the relationship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이 인간관계의 일부이자 의사전달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인간관계의 모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말이 품고 있는 뜻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또 같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직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자. 여기에서 솔직하다는 것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서로 꺼내기 불편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 이야기한다는 적극적인 의미이다.”
자, 이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솔직하게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뢰를 쌓기 어렵다. 대인관계 리더십의 핵심은 신뢰를 쌓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