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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맞는 것도 팔괘(八卦), 들어맞지 않는 것도 팔괘”


‘좋은 일이라도 있었으면…'하는 달콤한 기대를 즐길 수 있는 점을 여자들은 좋아합니다. 길거리 천막이든, 사주 카페든, 무당집이든, 점집은 항상 여자로 넘쳐납니다. 그리고 그 곳을 나서면서는 하나같이 “신기하게도 잘 맞아!”라고 말합니다. 맞지 않는 부분에는 귀를 가리고 맞는 부분에만 귀를 열어 놓으려고 하는 마음의 경사(傾斜)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그 순간 까맣게 잊고서 말입니다.

여성잡지 A. “금주에는 적극적 어필을 시도해 보십시오. 성공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강행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런 티를 보이지 않는 것이 비결입니다." B 잡지. “금주에는 만사를 조심해야 합니다. 데이트는 상대편에서 요구해 올 때만 응하십시오. 그리고 잃어버리는 물건에 조심하십시오. 천천히 때를 기다리십시오.” C에는 또 다른 말들이 쓰여 있습니다.

이쯤 되면 엉터리라고 피식 웃으며 잡지를 던져버려야 할 텐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말 우스운 건 여러 종류의 잡지에 실린 운세 란을 다 읽어보고 그 중에서 자신에게 좋은 것만 골라냅니다. 그리고는 ‘혹시나…'하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결과를 지켜봅니다.

참으로 난센스지만, ‘좋은 일이라도 있었으면…'하는 달콤한 기대를 즐길 수 있는 점을, 여자들은 좋아합니다. 길거리 천막이든, 사주 카페든, 무당집이든, 점집은 항상 여자로 넘쳐납니다. 그리고 그 곳을 나서면서는 하나같이 “신기하게도 잘 맞아!”라고 말합니다. 맞지 않는 부분에는 귀를 가리고 맞는 부분에만 귀를 열어 놓으려고 하는 마음의 경사(傾斜)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그 순간 까맣게 잊고서 말입니다.

“들어맞는 것도 팔괘(八卦), 들어맞지 않는 것도 팔괘”라는 말은 참으로 재미있는 말입니다. 점쟁이들은 바로 이 경사를 이용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지요.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최근 공사 했지?”라고 점쟁이가 자신 찬 어조로 물어 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매일같이 도로, 수도, 전기공사를 하는 나라니 이 말에 그녀들은 ‘용하다…’며 감탄합니다.

일단 점쟁이의 말을 믿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최면 걸린 심리상태가 되어 점쟁이의 말이 모두 진실 같이 느껴집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예언처럼 받아들여져 말끝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거지요. 만일 당신이 “아니요. 공사 같은 거 한 일이 없는데요”라고 말해도 점쟁이는 “그거 참 다행이군요. 만일 그랬다면 운세가 불리할 뻔했습니다”라고 넘겨버리면 끝이니까요.

머리로는 물론, 다 압니다. 그럼에도 여자들이 점괘에 끌려드는 건 왜일까요. 남자보다 암시에 걸리기 쉽고 신비감을 좋아하는 데 있다고도 하지만, 결국은 남자든 여자든 점괘를 믿고 싶은 마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살이에 있어 스스로 굳은 결의를 가지고 실행하는 결단력의 부족. 이 때문에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면 혼자 고민하며 괴로워하다 하늘에 맡긴다는 심정으로 남의 말에 따르게 되는 심리, “그래, 이건 운명이야”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정신과가 비교적 적은 건 점집 때문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지요. 점쟁이들은 이렇게 ‘신(神)의 음성’의 대변자가 되기도 하며, 고민거리의 카운슬러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반드시 그들은 무언가 희망을 안겨주는 ‘위로'나 ’구제의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습니까. 부적을 써준다거나 굿을 권유한다거나 백일기도나 불공을 제안하는 일 등등….

“재미지!”, “심심풀이로 한 번 물어보는 거야!”라고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여도 점을 보는 의식 속에는 ‘의존심’이 잠재해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뭐,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점괘로 인해 한주일이 즐겁고, 설렐 수 있다면 말입니다. “들어맞는 것도 팔괘, 들어맞지 않는 것도 팔괘”인걸요. | 한국교육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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