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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4000만년의 신비 간직한 우포늪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탄생한 늪은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는 귀한 보물입니다. 본지에서는 이번 호부터 우리나라의 늪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현재 거제중앙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는 김철수 교사가 집필합니다. 김 교사는 교육과 식물생태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3년 행정자치부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늪은 많은 생물체들의 보금자리로 특히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늪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김철수 | 경남 거제중앙고 교사, 사진작가


늪이란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이다. 축축하게 젖은 땅을 습지(wet land)라고 하는데, 습지는 작은 물웅덩이에서부터 늪, 호수, 강, 갯벌 등을 포함한다. 작은 물웅덩이는 비가 오면 쉽게 만들어 지지만, 늪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늪이 훼손을 입거나 파괴된다면 처음의 모습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많은 생물체의 보금자리인 늪이 사라지고 있다.

수백 종의 생물 서식하는 유산
우포늪은 낙동강으로 들어가는 토평천이 범람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일반적으로 우포늪이라고 하지만, 우포(창녕군 유어면)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목포와 쪽지벌(이방면), 사지포(대합면) 등을 합친 우포지역 전체를 뜻한다. 우포늪 북쪽에 위치한 산이 소의 모양을 하고 있고, 그 목덜미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한 산을 우항산이라고 한다. 이 산 밑에 있는 마을을 소목이라고 하고, 소목 앞에 있는 호수를 소벌, 즉 우포늪이라 한다. 목포(나무벌)는 홍수에 많은 나무들이 떠 내려왔기에 붙여진 이름이고, 사지포(모래벌)는 모래가 잘 쌓이는 지역이라 붙여진 이름이며, 쪽지벌이 위치한 곳은 처음에 고포라는 큰 늪이 있었지만 개간으로 사라지면서 아주 작게 남아 마치 국을 뜰 때 쓰는 국자 모양이라서 쪽지벌이 되었다. 경상도에서는 국자를 쪽이라고 한다.

우포늪은 오랜 세월 동안에도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아 여러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는 정말 귀중한 자원으로 홍수 시에 낙동강 물이 불어나 범람하면 떠내려 오는 흙 알갱이와 각종 떠다니는 물질을 가라 앉혀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고, 물을 오랫동안 보관하여 물의 흐름을 줄여 둑이 무너지거나 하류 지역의 홍수를 막는 일을 한다. 총 342종의 생물이 나타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서 1997년 7월 26일자로 8.54㎢를 생태계 보전 지역 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고시하였고, 1998년 3월 2일에 람사협약(국제습지조약)에 가입되어 람사협약 보존습지로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29일 101번째로 회원에 가입하였고, 우리나라의 습지 중 람사협약에 가입된 습지는 대암산 용늪, 우포늪, 장도습지, 순천만 갯벌 등이 있다.

우포늪에 살고 있는 특징적인 식물에는 가시연꽃, 자라풀, 물여뀌, 왕버들 등이 있다. 물여뀌는 여뀌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늪이나 도랑가의 습지에 자라는데, 물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여뀌라고 한다. 지금까지 제주도와 경남의 일부 습지에 자라는 아주 희귀한 식물이다. 목포늪에 숲을 이루고 자라는 왕버들은 경기도 이남의 하천과 늪에서 자란다. 봄에 잎이 나올 때 붉은 빛을 나타내고,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버들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 수 있고, 나무의 모양이 웅장하기에 왕버들이 되었다.

돌고 돌아 우포늪 둘러보기
우포늪 둘러보기는 주변에 만들어진 탐방로를 이용하여야 한다. 전체를 걸어서 구경한다면 며칠이 걸리겠지만, 가장 아름답고 멋지게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주매에서 사지동 마을로 가면 우포와 사지포를 가르는 둑을 만날 수 있다. 둑 옆에 작은 동산이 있는데, 이곳에 올라서면 가슴이 확 트이면서 우포늪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지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늪의 가운데에 은수원사시나무 밭이 있는데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고, 토평천과 우포늪이 만나는 곳에서는 안개 낀 버들숲을 만날 수 있다.

주매에서 장재골로 가는 길은 다양한 수생식물들과 나무배와 어울린 아름다운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장재 마을 부근에는 '푸른우포사람들'이 이용하는 교육장이 있는데, 약 200평의 논이나 인공 연못에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실제 관찰의 기회를 준다. 푸른우포사람들 앞에 위치한 목포늪은 해마다 가시연꽃이 싹을 틔우는 곳인데, 이곳에 나무배가 있어 버들밭 사이로 배를 탈 수 있다. 나무로 만든 배에 함석을 붙여 만든 배인데, 늪을 이용해서 생활하는 주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생활 도구이다. 긴 장대를 늪 속에 박으면서 노를 저어 가는 모습은 늪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또 목포늪의 상류에는 왕버들 밭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어 열대의 망그로브 숲을 연상시키는데, 이 왕버들의 어미로 추정되는 왕버들 보호수가 도로 옆에 자라고 있다.

목포늪에서 우포늪을 거쳐 쪽지벌로 가보자. 이 길의 도로 변에는 가로수로 선버들이 쭉 서 있다. 우포늪의 하류에는 넓은 습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지금은 자연 상태로 두어 많은 종류의 사초과 식물이 자라고 있다. 쪽지벌에 자라는 특별한 식물로서 자라풀과 물여뀌가 있다. 특히 쪽지벌이 끝나는 부근에 있는 동산에 올라서면 우포늪과 쪽지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유어면 세진리와 대대리에는 우포생태학습원과 우포전망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우포전망대 일원의 도로는 차량을 통제하여 우포늪이 끝나는 위치까지 걸어서 조용한 사색을 할 수 있고, 여름철에는 논고둥을 잡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철새를 관찰하기에 좋고, 부근의 농경지와 우포늪을 구분하는 둑에서는 일몰과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기에 좋은 곳이다.

가까이에 있는 우포늪생태학습원은 영남 지역 환경 단체들이 1999년 8월 초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에 있는 옛 회룡초등학교에 문을 연 환경학교이다. 우포늪에 관련된 각종 자료와 정보를 모아 두고 있으며, 교실을 개조해 단체 방문객들이 숙박할 있는 시설도 해 놓았다.

▶ 창녕의 역사와 문화
지석묘가 다수 있어 예전부터 사람들이 살아왔음을 알 수 있는 창녕군은 가야시대에는 불사국[不斯] 또는 비화(非火)가야가 있었든 곳이다. 신라 경덕왕 16년에 화왕(火王)군이 되었다가, 고려 태조 23년에 창녕군이 되었다. 비화가야의 고도인 창녕읍 일원과 계성에는 다수의 고분군이 남아 있다. 창녕에 열리는 문화제로는 3·1민속 문화제, 화왕산갈대제와 억새 태우기, 부곡 온천제, 비사벌 문화제가 있다. 3·1문화제는 경상남도 최초의 독립운동 발상지인 영산에서 매년 2월 28일에 시작되는데, 쇠머리대기 행사가 특이하다. 화왕산 정상에서 이루어지는 갈대제는 10월 둘째 주에 비사벌 문화제와 같이 이루어지고, 매년 정월대보름에 억새 태우기 행사를 한다.

▶ 늪과 관련된 전설
풍수지리상으로 화왕산은 예부터 불의 뫼라고 하였다. 특히 이곳에서 불이 나야만 풍년이 깃들고 평안하다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또는 불이 많이 나는 산이라 우포늪의 물이 불을 식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창녕에 화왕산과 우포늪은 같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외에도 장척늪이 만들어진 이야기와 화왕산 정상에 있는 산지늪인 용지늪에서 창녕 조(曺)씨 시조의 탄생 이야기가 있다. 우포늪 주변에 장척호(장척늪)가 있다. 장척호에는 원래 마을이 있었는데, 늪이 되었다고 한다. 옛날 장척마을에 욕심 많은 부자가 살았다. 어느 여름날 스님이 와서 시주를 청했는데, 마침 두엄을 내던 중이라 두엄을 한 바가지 주었다. 이때 며느리가 시아버지 몰래 쌀을 담아 주자 스님이 며느리만 따라 오라고 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 마을이 넓은 늪으로 변하게 된다. 부자는 죽어 구렁이가 되고, 며느리는 스님의 말을 어기고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돌부처가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늪을 장자(장제, 부자를 일컫는 말)가 살았던 곳이라 장자(장제, 장척)늪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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