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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들의 전시장 치앙마이

동전으로 장식한 옷을 입는 아이들.
평생 목에 쇠고리를 끼고 사는 여인들.


태국 북부 산악부족들과의 특별한 만남.


박하선 | 사진작가, 여행칼럼니스트


신선한 충격 주는 특별한 만남
태국 북부의 중심지인 '치앙마이'를 가보지 않고는 태국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역사의 고도(古都) 치앙마이가 주는 어떤 아늑함이나 빼어난 풍경 같은 것이 있어서가 아닐 것이다. 그럼 치앙마이의 매력은 무얼 말하는 것일까? 다른 견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근교의 산악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아주 독특한 산악부족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열대의 대자연 속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그곳에는 이미 우리에게서 떠나간 옛날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자유인처럼 살아가는 여러 부족들의 독특한 외모와 생활양식은 현대문명에 잔뜩 찌들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도 남는다.

화려한 색체 뽐내는 '메오족'
치앙마이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부족은 '메오족'이다. 일명 '흐몽족'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중국에서 아편의 재료인 양귀비의 재배 기술을 가져온 부족으로 치앙마이 주변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특히 근교의 '도이푸이'라고 하는 마을이 가장 잘 알려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정색에 화려한 수를 놓은 여성들의 민속의상이 주름치마와 함께 돋보이고, 어린이들의 옷에 수십 개의 동전을 장식으로 매달고 있는 것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좀 더 멀리 배낭을 짊어지고 야산들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트랙킹을 하다보면, 덥기는 해도 이따금씩 펼쳐지는 산악마을들이 정겹고, 화전민들이 불을 질러 밭을 일구는 모습도 눈에 띈다. 마을과 마을 사이가 그리 멀지도 않기 때문에 지루한지 모르고 걷다보면 그때마다 새로운 부족들을 대하게 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그야말로 소수민족들의 전시장처럼 느껴지는 것은 비단 한두 사람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부족마다 서로 다른 전통 유지
이중에서도 가장 큰 세력을 떨치고 있는 부족을 '카렌족'이라고 하는데, 태국 서북부에서 미얀마에 걸쳐 폭넓게 펼쳐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한편으로 우리 민족과 닮은 점이 많다고 해서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사실 마을 앞에 세워 둔 솟대, 추석맞이, 디딜방아 등등의 비슷한 것들이 예사로운 것은 아니다.

이들은 코끼리 길들이기로 유명하며, 처녀는 흰 바탕에 빨간 줄이 들어가 있는 긴 드레스를 입고, 결혼한 여자들은 빨간 색상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다. 카렌족 사이에서는 혼전 교제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만일 혼전 이성 교제가 발견될 경우에 두 사람은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이곳을 방문하는 이방인들은 자신을 유혹하는 젊은 여자들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차 실수하면 영락없이 그곳에서 붙잡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옆 동네에 사는 '아카족'은 사정이 좀 다르다. 금세기에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이들은 비교적 성에 대해 자유로우며, 남녀 모두가 담배를 좋아한다. 흑색을 기조로 한 스커트, 오픈 재킷에 은화, 단추, 방울, 양털 등으로 장식되어 있는 원추형 모자가 여성들의 평상시 복장이다. 독특한 외모가 이방인들의 시선을 집중 시키게 되는데, 그것을 노려서인지 이따금씩 보내온 여성들의 추파가 이방인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기도 한다.

잔인한 풍습 이어지는 '파동족'
불볕 같은 더위 속에서 트랙킹을 하다보면 비가 오듯 땀을 흘리기 때문에 물통이 입에서 떨어질 새가 없다. 한적한 산길을 지나고 밭고랑을 지나 다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산악부족의 원두막 같은 고상식(高床式) 집에 앉아 쉬어가도 좋다. 아니 낮잠을 한숨 진하게 자도 누가 뭐라 시비하지 않는다. 어릴 적 시골에서 참외밭 지키던 일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달콤한 시간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마을과 마을이 지척이면서도 다른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사이에 높은 산이나 강, 또는 특별한 어떤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만나게 되는 '리수족', '라후족', '팔롱족' 등의 모든 부족들이 그렇다.

많은 부족들 가운데 가장 특이한 부족은 미얀마 접경 쪽의 '파동족'이다. 어느 부족이나 마찬가지로 남자들은 별 특색이 없지만, 목에 쇠로 만든 여러 개의 금빛 고리를 걸고 마치 기린처럼 긴 목을 하고 있는 여인네들은 이 세상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영화 속의 'E.T.' 같다고나 할까? 이들은 이방인들의 접근에도 별다른 난색을 보이지 않고 사진 촬영의 모델이 되어 주는 등 많은 것을 협조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이 마을을 방문 할 때 이방인들이 지불하는 상당액의 입장료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보통 사람보다 3~4배쯤이나 긴 목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별난 부족도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또 다른 부족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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