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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의 쉼터 순천만 갈대밭

모든 생물의 쉼터인 지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겹의 옷을 입고 있다. 외권이라는 외투와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구성된 겉옷 및 수권으로 이루어진 속옷을 걸치고 있다. 지구는 새 각시처럼 우주의 여러 별들을 향해 하루에 두 번씩 속옷을 내렸다 올렸다한다. 이런 작용에 의해 들어난 지구의 속살을 갯벌이라고 한다.


김철수 | 경남 거제중앙고 교사, 사진작가


금빛 물결 출렁이는 넓은 갈대밭
넓은 갈대밭과 끈적끈적한 머드팩의 모태, 순천만 갯벌! 육지의 물과 바다의 물이 만나 하모니를 이루며 만든 순천만 갯벌은 자연늪이라기 보다는 자연습지이다. 오늘도 8백만 평의 광활한 순천만 갯벌은 사람을 포함한 많은 생물들에게 생존의 의미가 되고 있다.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를 다리 삼아 깊숙이 들어와 형성된 만으로 길이가 동서 22㎞, 남북 30㎞다. 만의 입구에 적금도, 낭도, 둔병도 등이 있어 빠른 물살을 줄이는 역할을 하나, 워낙 수심이 얕아 조석 간만의 차이가 심하게 나타난다.

미네랄이 들어있는 영양수를 제공하는 동천, 이사천, 해룡천이 남해바다에서 밀려온 파도와 만나는 기수역에서 토사의 퇴적이 일어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더 넓은 갯벌에 사람들은 염전을 만들었고, 천일염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염전은 가을이면 노란물을 들이는 농토로 변신했다. 농토와 갯벌 사이에 둑을 쌓아 둘을 단절시켰지만 기수역의 퇴적작용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밀려온 토사들은 더욱더 바다 멀리 나아가 쌓여 갯벌의 면적을 넓혀 왔고, 앞으로도 더 넓어질 것이다.

순천만은 바다뿐만 아니라 갯벌, 염생식물이 섞여 자라는 갈대밭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갯벌에 일차적인 영양분을 공급하는 식물에는 44종류의 관속식물이 나타났는데, 이 중 벼과와 국화과 식물이 반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 생물을 우점종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우점종은 갈대이고, 그 외에도 갯잔디, 메귀리, 가는갯능쟁이, 부들, 모새달, 칠면초, 나문재, 갯질경 등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게 분포한다는 갈대밭은 5.4㎢로 이는 바닷물의 빠짐에 의해 들어난 갯벌의 속살 27㎢ 중 20%를 차지하고 있다. 가을이면 금빛 물결을 일으키는 갈대밭은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곳에서 대대포구까지의 수로, 대대포구에서 장산마을로 이어지는 제방의 안쪽, 대대포구에서 와온마을의 순천만 해수랜드까지의 해변에 주로 분포한다. 갈대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가진 칠면초는 일 년에 일곱 번 색깔이 바뀌어서 붙어진 이름이다. 순천만 사람들은 '기진개'라고 부르고, 한때 사람들의 먹을거리가 되기도 한 칠면초는 철새들의 주요 먹이가 되고 있다. 칠면초의 화려한 색깔은 매일 맞이하는 일몰과 갈대꽃이 만발할 때 더욱 돋보인다.

철새 유혹하는 넉넉한 안식처 제공
여러 식물들이 자라면서 어패류와 게들이 서식처와 먹이를 무한히 제공받아 번성을 누리고 있다. 먹이가 풍부하고 숨기에 알맞은 갈대숲을 지녔기에 여러 종류의 새들이 어미의 품을 찾아가듯 순천만을 찾아오고 있는데, 겨울에만 200여종의 철새들이 찾아들고 있다. 일 년 내내 많은 새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데, 특히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도 찾고 있다.

희귀철새 도래지인 이곳에 흑두루미는 세계 생존 개체 수의 1%(100 마리), 검은머리갈매기는 10%(1000 마리)이상, 혹부리오리는 이동개체수의 18%(1만 1000 마리), 민물도요는 7%(9300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특히 혹부리오리의 경우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식지이다. 특히 이곳은 도요와 물떼새들이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갈 때 중요한 이동 통로로 이용하고, 겨울철에는 흑두루미의 이동 통로이자 월동 지역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학(鶴)을 두루미라고 한다. 두루미는 울음소리에서 유래된 순수한 우리말이다. 두루미의 종류에는 흑두루미, 두루미, 재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등이 있다. 두루미는 시베리아 우수리 지방, 중국 북동부, 일본 훗카이도에서 번식하는데, 겨울에는 남으로 이동하여 중국 남동부와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서 월동한다. 우리나라에는 1940년대까지 수천마리의 두루미가 찾아왔으나 지금은 철원과 강화지역에 약 500 마리가 찾아와 월동하고 있다. 흑두루미는 전 세계에 1만 마리가 살고 있는데, 이 중 8000 마리는 일본 규슈의 이즈미에 텃새로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1백 마리 정도가 찾아온다. 우리나라에는 11월에 찾아와 이듬해 3월에 날아가는데, 주요 월동지가 바로 순천만이다.

철새의 이동은 번식지와 월동지(월하지) 사이를 일 년에 2번씩 있는데, 대체로 남북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여름에 남쪽에서 건너오는 제비와 두견이를 여름새, 겨울에 북쪽에서 날아오는 기러기, 물오리, 백조 등을 겨울새라고 한다. 이들을 통틀어 철새라고 하는데, 이동 경로가 정해져 있으며 한번 번식이나 월동을 하면 매년 같은 지방이나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 우리나라의 주요 철새도래지에는 철원평야, 강화도 갯벌, 천수만, 금강하구, 순천만, 우포늪, 주남저수지, 을숙도, 성산포 등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광활한 물과 주변의 넓은 농경지가 분포하여 먹을 것이 많다는 것이다. 겨울철새는 추위를 따라 이동하는데, 초겨울엔 중부지방에, 한겨울과 늦겨울에는 남부지방에 많이 분포한다.


1㏊ 당 2천만 원 넘는 가치 지녀
순천(順天)만, 하늘의 도리를 따르는 땅, 아니 하늘의 뜻처럼 좋은 일만 생기는 땅으로 순천만의 갯벌은 순기능이 더 많다. 갯벌로 몸을 만들고, 몸을 살찌우다가 갯벌에 몸을 눕히는 생물이 어디 한 둘이랴. 해양생물의 66%가 갯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생산성도 높아 육지의 9배나 된다고 한다. 순천 시내를 거쳐 내려온 생활하수를 걸러 주어 깨끗한 정화수를 만드는 곳도 이곳이다. 또 홍수에 따른 급격한 강물의 흐름을 완화하고 저장하며, 태풍 시 밀려오는 바닷물의 흐름을 감소시키는 곳도 순천만이 하는 일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넓은 가슴에 아름다운 경치를 담아 두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편안함과 심미안을 준다. 고흥반도를 감싸는 순천만과 보성만은 심성이 고운 많은 문학가를 잉태하여 이들의 아름다운 글과 말은 여러 사람들을 지금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이런 갯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1헥타르 당 약 1만 달러가 된다고 네이처지가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환경부에서는 갯벌의 가치를 외국보다 높은 2만4천 달러로 평가하였는데, 이는 우리가 갯벌을 이용하여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순천만 경치 볼 수 있는 매혹의 장소
순천만을 둘러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 길이 있다. 팔마체육관 앞의 고가도로를 이용하여 17번 국도(여수방향)를 따라가다 순천농수산물시장 앞에서 우회전하면 해룡면소재지를 만나고, 용산전망대와 낙조로 유명한 와온마을에서 순천만을 볼 수 있다. 해룡면소재지에서 863번 지방도로를 따라 월전, 도롱, 중흥, 해창, 선학마을을 지나면 농주마을이 나타난다. 농주마을에 들어서면 갯벌의 동쪽에 위치한 구동마을로 가는 꼬불꼬불한 마을길이 나타난다. 구동마을의 해변에는 전어와 왕새우양식장이 있고 이곳에서 대대포구 쪽으로 난 비포장길을 300m 운전하면 예전에 양식장 건물로 사용한 곳에 간이주차장이 나타난다.

간이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낮은 야산을 오르면 이곳이 용산전망대이다.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갯벌의 아름다움은 갈대밭과 어울려진 S자 수로, 대대포구로 귀환하는 어선과 유람선의 모습에 있다. 특히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몰이 장관으로 갯벌에 쏟아지는 햇살에 부딪친 칠면초의 색깔과 하늘에 영롱하게 어린 석양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을 나와 다시 도로를 따라가면 해룡초등학교 농주분교가 나온다. 바다 쪽으로 우회전하면 와온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의 일몰도 장관이고, 특히 순천만 해수랜드에서 몸의 피로를 삭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다른 하나는 순천청암대학교차로나 인안교차로에서 순천만자연생태공원(대대포구)과 일출을 볼 수 있는 별량면 화포마을로 가는 것이다. 순천시 대대동과 별량면 학산리의 들판은 갯벌을 개간하여 만들었는데, 대대포구에서 장산마을까지 갯벌과 농경지를 가로지르는 둑 옆에 비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대대포구에는 순천만생태자연공원이 조성되어 갯벌 생물에 대한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대대포구에는 순천만을 살펴볼 수 있는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고, 갈대밭까지 보행교가 설치되어 나무 통로를 따라 갈대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갈대밭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기에 좋은 장소는 보행교 위이다. 대대포구에서 장산마을까지 내려오는 길은 어디에서나 갯벌생물들을 만날 수 있고 특별히 갈대밭과 어울려진 수로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인안교 부근이다. 특히 인안방조제 부근에서는 겨울동안 흑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부근에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되어 환경과 조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갯벌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체험장을 둔 곳도 이곳이다. 장산마을을 지나 화포마을에 도착하면 순천만의 몸통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은 순천만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사람 모여드는 다양한 문화 공간
예전부터 넉넉한 남도의 인심은 많은 사람들을 이곳에 모여들게 하였다. 바다의 물산이 풍부하고 농토가 비옥하여 사람들이 터 잡고 마을을 이룬 곳이 낙안읍성이다. 사적 302호로 지정된 낙안읍성은 1367년(태조 6년)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든 것으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읍성들 가운데 가장 보존이 완벽한 곳이다. 예부터 남해 바다에서 불어온 갯바람은 차나무를 잘 자라게 하였기에 야생 차밭이 분포하고, 다도의 맥이 정립되고 흘려 나온 곳도 이곳이다. 그 뜻을 이어받아 보성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차밭이 조성되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순천만에는 해마다 그 넓은 농토에 허수아비문화제가 열리고, 황금 들판에서 허수아비가 사라질 즈음 갈대가 꽃을 피워 갈대제가 열린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영감과 희망을 얻어가는 순천만은 이용하고 가꾸는 만큼 즐거움과 이익을 주는 땅이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이 주는 고마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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