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10대들의 성문제가 사회적 이슈다. 10대들의 성폭력 범죄가 도를 넘어서면서 급기야는 초등학교에서조차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접촉’을 둘러싼 신경전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빅토리아 주 내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재학생들 가운데 남녀 학생들은 무조건 최소 벽돌 2개를 붙여놓은 거리만큼 떨어지라는 규정을 시행해 눈길을 끈다. 즉, 남녀 학생 간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막기 위해서 서로 손을 대지 못하도록 아예 학칙으로 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자식 키우기가 예전 같지 않고 갈수록 어렵다는 염려와 한숨은 호주 부모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 가운데는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서 딸자식을 제대로 기르기란 정말로 힘든 일이라며, 아들보다 딸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는 것도 여느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과 매스컴의 영향으로 미성년 자녀들이 성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접할 수 있고,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성과의 만남이 쉽게 이루어지며 미성숙한 시기에 호기심에 이끌려 성관계까지 가는 상황들로부터 특히나 딸 가진 부모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우려인 것이다.
지난 4월 호주 시드니에서는 17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그 여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유포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 일로 피해자인 여학생과 같은 나이인 가해자 남학생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가해 남학생 들 중 한 명과 친구사이인 그 여학생은 다른 남학생들과도 별생각 없이 어울리며 함께 술을 마시다 그 같은 변을 당했는데, 이후 피해 여학생이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자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카메라에 들어있는 내용을 학교에 뿌렸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들의 그 같은 끔찍한 행위에 대해 그 사건을 담당한 경찰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딸 가진 부모들의 심정이야 오죽했으랴. 더군다나 다 큰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10대들의 성범죄가 드러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한 가지 부모들의 걱정은 주변의 성폭력에 의해, 혹은 한때의 호기심으로 저지르게 되는 불장난이 자신의 딸을 언제 미혼모로 전락케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수년 전 시드니 인근의 한 고등학교는 재학 중인 여학생이 임신을 하거나 출산을 할 경우를 대비해 학교에 탁아시설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대책 없이 늘어만 가는 ‘10대 엄마’들이 육아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젖먹이를 데리고 등교한 후 수업 중에는 학내 육아실에 아기를 맡겨놓고 쉬는 시간 틈틈이 수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 엄마’는 수업 중에도 아기가 보챈다는 연락을 받으면 언제든 탁아실로 달려갔고, 등·하교 때도 책가방과 기저귀 가방, 유모차를 함께 끌고 다녔다. 숙제나 과제물 제출, 시험 등도 육아로 인해 피치 못할 경우 집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학교 측이 특별배려를 했다.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 학교에 다니는 10대 미혼모들의 대부분은 같은 학교 남학생들과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이를 시인하는 남학생들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피해와 책임은 여자들의 몫이라는 점에서 딸 가진 부모들은 다시 한 번 가슴을 쓰러내려야 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는 말처럼 여자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염려가 전에 없이 커지다보니 최근에는 좀 심하다 싶은 일이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서부 호주에 위치한 도시 퍼스에서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어린이가 ‘여자 짝꿍’을 이른바 성희롱한 혐의(?)로 전학을 하게 된 사연이다. 올해 6세에 불과한 햇병아리 신입생 남녀 어린이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사자들조차 어리둥절한 가운데 여자 어린이의 부모가 학교장에게 거세게 항의한 후 그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여학생의 부모는 짝이 된 남자 어린이가 자기 딸을 부적절하게 만졌고 성적 행동과 암시를 했으며 가위로 위협하기도 했다고 주장한 반면, 남자 어린이의 부모는 이 모든 주장들이 터무니없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남자 어린이의 부모는 이제 겨우 6살인 자기 아들은 ‘성희롱’의 개념조차 모른다며, 지금까지 텔레비전의 성인프로그램도 못 보게 했는데 섹스에 대해서 뭘 알겠냐며 철없는 아이의 말만 듣고 학급을 바꾸라고 한 학교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남자 아이의 부모는 아들이 다른 반에 간다고 해도 이 일로 받은 상처와 충격이 씻어질리 없다며 결국 전학을 시켰는데, 이 일의 파장은 생각보다 커서 사회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딸 가진 부모들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과 대응을 함으로 인해 또래 남아들 특유의 짓궂은 장난마저 성희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죄목(?)으로 분리되는 사회가 어찌 정상이라 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그 중 하나이다.
성희롱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사례도 없이 단순히 어린 여아의 진술만을 토대로 그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학교생활을 막 시작한 남자 어린이가 받았을 충격과 죄의식, 수치심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짝꿍을 성추행한 것으로 ‘찍힌’ 남자 어린이는 그 날 이후 등교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아이의 장래와 인생에 적지 않은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있다.
10대들의 성폭력 범죄가 도를 지나치면서 급기야는 초등학교에서조차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접촉’을 둘러싼 신경전이 심각한 와중에 빅토리아 주 내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재학생들 가운데 남녀 학생들은 무조건 최소 벽돌 2개를 붙여놓은 거리만큼 떨어지라는 규정을 엄격히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벽돌 2개 사이는 약 30㎝로 남학생과 여학생들은 함께 점심을 먹거나 대화를 할 때, 교정을 산책할 때에도 이 거리를 반드시 유지할 것을 교칙으로 정한 것이다.
언뜻 듣기엔 우습기 짝이 없는 학칙처럼 들리지만, 학교 측은 결국 남녀 간의 신체적 접촉을 금지하는 규정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 쉽도록 가시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즉, 남녀 학생 간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 서로 손을 대지 못하도록 아예 학칙으로 못 박았다는 것인데, 말썽 많은 10대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애정이건 분노건 남의 몸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