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섹스, 알코올과 흡연 등은 우리나라의 일반 청소년들에게는 그다지 크지 않은 유혹들이지만 호주의 10대들은 또래들끼리 일상으로 접하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호주의 10대들도 이 같은 충동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노력하며 반듯한 성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식의 변화를 겪고 있다.
최근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주 정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청소년들의 의식변화 및 생활양식에 대한 태도 조사가 발표됐다. 그 결과에 의하면 호주의 10대 청소년들이 점차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수렴되는 보수적 성향을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마초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연령에 관계없이 원한다면 섹스를 해도 좋다는 식으로 방종에 가까운 자유의사를 보이던 10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마약과 섹스에 대한 반감을 전에 없이 드러낸 것이다. 2003년 조사에서는 대마초를 가까이 하고 있는 청소년 비율이 36%였으나 올해 들어 이 수치는 23%로 떨어졌다.
학생들 마약과 섹스에 대한 반감 드러내 지난해 말, 초등학교 교정에서 알록달록한 사탕 모양의 약물이 버젓이 돌아 친구로부터 사탕인 줄 알고 먹은 몇몇 학생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하여 사회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음에도 전반적으로는 마약류의 접촉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매우 다행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흡연율도 미미하게나마 줄어들어 지난 2003년에는 38%이던 것이 올해는 37%를 기록, 1% 낮아졌다. 호주의 성인 흡연율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주요 선진국 30개국 가운데 스웨덴(15.9%), 미국( 16.9%), 포르투갈(17.0%), 캐나다( 17.3%)에 이어 다섯 번째로 17.7% 수준임에도 청소년 흡연율은 매년 40%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16세 이전에 성경험을 한 청소년들이 2003년에는 75%에 육박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66% 수준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마약이나 흡연, 섹스에 대한 무분별한 접촉 정도가 낮아지게 된 데에는 정부를 중심으로 교육 및 청소년 복지, 상담 단체들의 꾸준한 계몽과 폐해에 대한 홍보 효과를 거두게 된 측면과 함께 10대 스스로가 경각심과 자제력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학교와 학부모들의 꾸준한 공조적 협조체계 속에서 청소년 나름으로 정서적 성숙을 이루고, 판단력을 키우는 긍정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 경제 호황이 청소년들 변화시켜 그렇다면 이처럼 호주 청소년들이 전에 없이 의젓하게 철이 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심층 설문 조사를 벌인 관계자들에 의하면 몇 년째 누리고 있는 호주의 경제 호황이 청소년들의 삶의 태도에 변화를 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호주 사회가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세를 이룸에 따라 부모들의 경제 사정도 윤택해졌을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거리가 많아지면서 용돈을 충분히 쓰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그만큼 여유가 생기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조사에서는 마약이나 섹스 등 후미진 욕구불만 해소나 사회에 대한 반항 형태가 경제적 여유로 보상을 받게 되자 더불어 청소년들의 미래 가치관도 재력을 성공의 척도로 보는 시각으로 점차 고정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청소년들의 20%가량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인성보다 돈을 많이 버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돈이 곧 성공은 아니더라도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는 대다수가 동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중요시하거나, 일부 청소년들은 취미 등 공동 관심거리를 매거진으로 묶어 내는 등 사업 아이디어 개발에 재미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아르바이트 등 자기 벌이를 통해 올리는 수입이 10년 전에 비해 2배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성장한 세대로서, 여기에 한 술 더 떠 학생 신분임에도 적극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방법을 일찌감치 터득함에 따라 마약이나 섹스 중독에 빠지기보다 실리적인 생을 꾸려가는 것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는 것이다.
몸매가 가장 큰 고민 설문에서는 또 10대 청소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로 학업이나 가족 간의 갈등, 자살 충동 혹은 어떤 다른 스트레스보다 신체조건과 몸매 가꾸기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11세에서 24세 사이 연령층으로 광범위하게 실시되었는데, 조사대상 젊은이들 2만 9천 명 가운데 남녀 구분없이, 자신의 몸매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가장 큰 근심거리라고 응답했다. 지난번 조사에서는 가족 간의 갈등과 알코올 및 약물 중독에 이어 3번째 고민이 만족스럽지 못한 몸매라고 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첫 번째를 차지했다.
특히 몸매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보이는 여학생 비율은 34.9%로 늘어나 특별한 날, 특별한 옷을 입기 위해 단기로 무작정 다이어트에 돌입하는가 하면 매우 이른 나이부터 다이어트에 일상적으로 매달린다는 응답도 있었다. 매스컴의 영향으로 모델들의 옷맵시에 강박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완벽한 아름다움, 완전한 몸매에 대해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들의 대화 주제도 주로 몸매 가꾸기에 관한 것이며,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섭식 장애를 겪는가 하면, 약국에서 파는 성인용 다이어트 제품을 초등학생 연령에서 복용한 사례도 조사되었다.
한편 호주 10대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족을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드러냈다. 가족의 소중함은 경제적인 안정과 더불어 가장 가치 있고 귀중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도 가족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와 격려를 보내며, 여러 가지 지원이 주어지는 원천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뚜렷이 드러난 호주 10대들이 추구하는 경제적 가치와 가족에 대한 소중함의 피력은 기성세대의 보수적 가치관과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