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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작곡가 진동주 교동초 교장

1894년(고종 31년) 개교한 최초의 초등학교인 교동초등학교. 역사 깊은 이 학교에 2007년 초빙교장으로 부임한 진동주 교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현직 교원이면서 유명 작곡가이기 때문. 1988년 작곡을 시작해 첫 작품 ‘하나가 되자’가 1991년 MBC 동요대상 본선에 오르면서 작곡가의 길을 걷고 있는 진 교장은 ‘푸른산 푸른들’, ‘노래하는 숲 속’, ‘꿈속의 여행’, ‘구절초’ 등의 동요, 어린이 창작 뮤지컬, 서울 진관초 · 구현초의 교가 등 100여 곡을 작곡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활동으로 진 교장은 지난 5월 서울 YMCA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제정한 제22회 대한민국동요대상 작곡부분 대상을 받기도 했다. 진 교장이 들려주는 동요 이야기를 들어보자.


“음악, 동요는 내 인생”
대한민국동요대상 작곡부분 대상을 받으셨습니다.
“대학원에서 제 은인이신 故 정세문 교수님(‘겨울나무’, ‘그리운 언덕’, ‘어린이 행진곡’ 등을 작곡한 원로 작곡가)을 만나 시작된 동요 작곡이 올해로 20년째가 됐습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늘 동요와 함께 해왔고 남다른 열정도 있지만 이번 상은 좀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저보다 더 좋은 동요를 만들고 열심히 활동하시면서도 아직 상을 받지 못한 분들이 많거든요.”

원래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으셨습니까?
“제 인생은 늘 음악과 함께였어요. 어릴 때는 동요를 너무 좋아해서 KBS 라디오 동요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고 중 · 고 시절에는 가곡에 빠져 살았습니다. 대학 때는 통기타를 들고 다니며 가요를 불렀죠. 그 시기에 맞는 음악들이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음악을 사랑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음악을 전공할 수는 없었어요. 그렇지만 음악에 대한 마음은 여전했죠.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치는 것을 소홀히 해본 적이 없어요.”

많은 곡을 작곡하셨는데 가장 소중한 곡이 있다면.
“‘하나가 되자’가 제일 애착이 가는 노래입니다. 처음 작곡한 곡이고 저를 작곡가로 데뷔시켜준 곡이죠. 1990년 독일 통일은 우리의 분단 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어요. 교사로서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가 아니라 통일 후에 남 · 북 어린이가 손을 맞잡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만들고 싶은 갈망이 있었죠. 그 노래로 어린이들이 민족적 일체감을 느꼈으면 했습니다. ‘하나가 되자’가 대회 본선에 진출해서 방송이 됐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국 동요의 발상지 교동초등학교
교동초등학교가 ‘한국 동요의 발상지’라고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 ‘반달’을 작곡하신 윤극영 선생님, ‘어린이날 노래’를 작사하신 윤석중 선생님이 교동초등학교 출신입니다. ‘어린이날 노래’는 교동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불려지기 시작했고요. 또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꽃밭에서’의 작사가 어효선 선생님 역시 저희 학교 출신이시죠. 그래서 동요인들은 교동초등학교를 한국 동요의 발상지라고 부릅니다. 때문에 저도 2007년 공모에 자원해서 초빙교장이 됐어요. 동요의 뿌리인 학교에 교장으로 재직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 제 교직생활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학교이기도 하고요.”

“그 나이에 맞는 음악이 있다”
항상 아이들에게 동요 가르치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셨는데 이유를 설명해주십시오.
“초등교육은 전 교과를 가르치지만 그중에서도 음악교과가 인성과 정서함양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너무 간과하고 있죠. 초등교사 27년간 음악시간 만큼은 아이들이 최고로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해왔습니다. 음악이 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순화시키고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지 가르치려고 애썼어요. 제 노력으로 아이들이 음악 듣기를 생활화하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큰 보람이죠.”

동요는 어린이들에게 왜 중요한가요.
“동요는 문학과 음악의 결합체입니다. 문학이 음악의 날개를 달고 어린이의 마음속에 날아가는 것이 동요에요. 동요의 출발점은 동시인데, 동시 자체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언어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산, 바다에 나가지 않고도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노래만으로 아이들이 교훈을 얻을 수도 있어요. 어린이 마음의 종합비타민이라고 할 수 있죠.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노래와 함께 마음속에 쌓아갈 수 있는 것이 동요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권길상 작곡의 ‘바다’를 보면 ‘아침 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 고기잡이배들은 노래를 싣고 / 희망에 찬 아침 바다 노 저어 가요 / 희망에 찬 아침 바다 노 저어 가요.’(중략) 가사를 구성하는 하나하나가 꿈과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어른이고, 교장인 저도 괴로울 때면 아직도 이 노래 한 곡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어요. 그런 면에서 요즘 아이들이 가요만 듣는 것이 걱정스럽습니다.”

“등굣길에 어린이들이 동요를 듣도록 해주자”
어떤 면이 가장 걱정되십니까.
“요즘 아이들이 가요를 듣는 것이 잘못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지양해야 합니다. 가요는 성인들의 노래고 성인들의 사랑, 추억, 이별, 인생을 노래하죠. 어린이가 어린이의의 감성과 정서로 불러야 할 노래가 있고, 성인이 된 후에 불러야 할 노래가 있습니다. 어릴 때 가요를 많이 접하게 되면 건전하게 성장하는 과정을 벗어나게 됩니다. 성인이 아닌데 성인들의 사고방식과 감성, 생활 등을 너무 빨리 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곱고 아름다운 정서를 쌓아야 어른이 되어서도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어요. 이것은 인성교육, 창의성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어린이들이 동요를 많이 듣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부분은 학교의 책임이 큰데 해답은 의외로 간단해요. 학교가 동요의 중요성을 깨닫고 어린이들에게 동요를 많이 들려주면 됩니다. 아침 등굣길에 교문에서 교실에 갈 때까지 동요를 들을 수 있게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단 몇 분이지만 1년을 반복하면 어떤 학생이든 동요 몇 곡쯤은 알고 따라 부를 수 있게 됩니다. 한 발 더 나간다면 저희 학교에서 하는 ‘3년간 동요 100곡 듣기 프로젝트’ 같은 활동을 하면 더 좋겠죠. 시기에 맞는 동요 한 곡을 ‘이 주의 동요’로 정해서 일주일간 아침 자습 후 수업 시작 전에 두 번 들려줍니다. 동요 악보는 미리 준비해서 나눠주고요. 학교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학교 외에도 어린이들이 동요를 많이 듣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가정에서 우선 부모님들이 어린이 발달수준에 맞는 노래가 동요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해요. 가요가 가지는 어린이와는 맞지 않는 정서를 의외로 모르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학교와 달리 가정에서는 그냥 들려주는 것보다 온 가족이 함께 불러보고 느낌을 한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적 가치가 있죠. 즐겁게 함께 부르고 감동을 공유하는, 이런 경험이나 추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음속 가치를 아이들에게 심어줄 것입니다.”

“동요가 지향해야 할 것은 순수성”
중견 작곡가로서 교장 선생님과 같이 동요 작곡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조언하실 말씀은.
“요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댄스 가요를 흉내 낸 동요가 나오고 있어 걱정입니다. 동요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순수성’ 입니다. 이것은 바뀔 수 없는 본질이죠. 제 교육철학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어린이는 순수한 어린이입니다. 어린이의 때 묻지 않은 감수성에 밝고 고운 수채화를 그릴 수 있는 동요를 만드는 것이 작곡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노래가 진정 아름답고, 곱고, 예쁜 마음을 갖게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초등학교 선생님들께서 동요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해요. 동요 자료만 확보해 둔다면 수업시작 전이나 수업의 동기유발용으로 동요를 사용하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함께 부르시고, 집에 돌아가셔서도 자녀들과 함께 부르신다면 더 좋은 교육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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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작곡가 진동주 교장이 뽑은 ‘내 인생의 동요’

♪ 바다(권길상 작곡, 문명호 작사)
: ‘아침 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 고기잡이배들은 노래를 싣고 / 희망에 찬 아침 바다 노 저어 가요 / 희망에 찬 아침 바다 노 저어 가요’(…중략) 진동주 교장은 ‘바다’를 최고의 동요로 꼽았다. 어린 시절부터 어렵고 힘들 때마다 ‘희망에 찬 아침바다’를 떠올리며 힘을 얻었다고.

♪ 가을(현제명 작곡, 백남석 작사) :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중략) 자연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도 시적인 표현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가사가 인상적인 곡. 진 교장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다.

♪ 외갓길(이수인 작곡, 심후섭 작사) : ‘흰 눈이 자욱하게 내리던 그날 / 아버지와 뒷산길 외가 가던 날 / 아름드리 나무 뒤에 뭐가 나올까 / 아버지 두 손을 꼭 잡았어요’(…중략) 아버지 손잡고 외갓집에 가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요. 그 기억들을 마음속에 다시 새길 수 있어 들을 때마다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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