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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잘되려면 교육환경 개선부터 해야"

강남 · 북 균형발전을 강조해온 이노근 노원구청장(55). 그는 불합리한 제도 개선과 철폐를 위해 앞장서 온 것으로 유명하다.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직접 발 벗고 나서 중앙 정부나 서울시를 상대로 직언(直言)을 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이끌어내고 노원구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켰다. ‘교육문화 1등 구’를 구정 발전 프로젝트로 내걸고 교육, 문화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이노근 노원구청장을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이 8월 27일 노원구청에서 만나 대담했다. 이 구청장은 “노원구는 학교가 102개나 있어 교육 여건이 좋고 전체 인구의 약 30%가 교육에 종사하는 교육도시여서 교육문제는 아주 중요하다”면서 “지자체 최초로 사교육 종합대책을 운영하고, 교육비전 센터를 설립하는 등 학교교육 지원과 교육환경 개선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원희
= 구청장님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입니다. 강남 · 북 균형발전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쓴소리도 하며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노근 = 동북부 지역은 그동안 강남권 개발에 희생됐다고 생각합니다. 50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같은 서울인데도 과거 이주한 강남권 철거민, 저소득층 주민들이 거주하는, 성장과 개발과는 거리가 먼 지역으로 치부됐습니다. ‘동북권 르네상스’는 그 계획을 이끌어 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입니다. 창동 차량기지와 도봉 운전면허시험장 이전이 관건이지만 이 지역을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과 상업시설 등이 조성되는 중심업무지구(CBD)로 개발하면 동북권의 중심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신속한 후속 조치와 실천이 중요한데 서울시만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는 등 열린 마인드로 서로 도와서 완성했으면 합니다.

이원희 = 노원구는 2007년 교육특구로 지정됐고, 구청장님께서 ‘교육문화 1등 구’를 구정 발전 프로젝트로 내걸고 교육 문화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계십니다.

이노근 = 노원구는 초 ·  중 · 고 95개, 대학 7개, 유치원 70개가 있어 교육 여건이 좋고 전체 인구의 약 30%가 교육에 종사하는 교육도시여서 교육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저는 인구밀도가 높고 부존자원이 부족해 인적자원이 중요한 우리나라에서 높은 교육열은 대단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 특구 지정도 이런 노원구의 교육 여건을 잘살려 좀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추진했고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2007년 교육전담부서인 교육진흥과를 신설해 학교교육과 주민들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행 ·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있어 지자체의 역할은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모든 행정에 우선해 교육업무를 지원하고 예산도 대폭 증액해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원희 = 교육을 우선 지원하시겠다는 말씀이 든든합니다. 세계 어느 곳보다도 뜨거운 교육열이 우리 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교육열을 뒷받침하려면 학교와 교육프로그램을 더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의 자치구들이 고교선택제를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교 다양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원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우려되기도 합니다. 구청장님 말씀처럼 노원구에는 많은 학교가 있으니 지원이 필요한 학교들을 지속적으로 살펴주십시오.

이노근 = 좋은 학교는 우수한 교사가 학생들을 잘 지도하느냐, 교육환경이 잘 갖춰져 있느냐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고교를 선택할 때도 이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할 것으로 보고 교육환경 개선에 보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책걸상 교체, 교원 영상장비 교체, 교육정보화, 급식시설 개선, 학교주변 방음벽 설치, 통학로 야간 조명등 조도 개선, 학교 주변 안전 펜스 설치 등에 연간 약 50억 원을 지원합니다. 특히 야간 자율학습을 돕기 위해 학교별로 보조교사를 지원하며 고성능 무선마이크를 활용한 음향장비를 설치해 교사들의 목 건강을 보호하고 학생들의 수업 청취력을 높이는 등 교실 내 환경개선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좋은 교육을 하려면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교원평가를 전격 수용하시기로 한 회장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개인이든, 조직이든 정체되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원희 =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투자 감사합니다. 교사들의 목을 보호하려는 구청장님의 세심한 배려 또한 인상적입니다. 구청장님의 이런 노력들이 결국 교실의 수업력 강화로 돌아올 것입니다. 교원 평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평가에 앞서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원 잡무의 획기적 경감, OECD 수준의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과 교실제 확충 등을 통해 선진형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교총에서도 선생님들의 전문성 향상 지원을 위한 계획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장교육지원센터를 건립해 정부 주도의 교육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연수를 할 계획입니다. 또 내년에는 한국교총 사이버대학을 설립, 교원들의 교육을 도울 예정입니다. 노원구에서는 지자체 최초로 ‘사교육 종합대책’을 세우셨는데 어떻게 운영하고 계십니까?

이노근 = 지나친 사교육 팽창이 교육격차를 초래하고 공교육을 위협하며,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서민경제를 어렵게 해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3월에 시작한 사교육비 절감대책은 노원구 주민들의 이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것입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 사업 등 공교육활성화를 위한 7개 사업과 원어민 영어 화상학습운영 등 영어교육 분야 7개 사업, 교복 물려주기 센터 운영 등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개 사업, 초등생 등 · 하교 및 여고생 하교 알림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72억여 원의 예산을 투자해 연간 약 160억 원 이상의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원희
=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등 · 하교 SMS 서비스 시범 도입을 발표했는데 노원구는 이미 실시하고 있었네요.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포커스를 ‘공교육 활성화’에 맞추고 남다른 관심을 쏟아주시는 점 감사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공교육이 살아나고 신뢰가 회복되면 사교육 수요는 공교육 안으로 흡수될 것입니다. 노원구에는 ‘교육비전센터’가 있는데 이 센터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십니까?

이노근 = 교육비전센터는 말 그대로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보제공을 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길잡이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입시문제, 학력지도 등에 대해 목말라 하고 있지만 마땅히 상담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려고 지난 5월에 교육전문가를 채용해 진학 진로상담, 입시상담, 학부모 교실 운영, 유학 상담, 입시 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별 입학 정보도 수시로 제공하고 대학교수, 고등학교 교사, 입시전문가 등 50여 명을 교육상담위원으로 위촉해 주민들이 원하는 상담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원희 = 교육정보가 한데 모이는 정보 집약 센터이자, 상담센터군요. 학부모와 학생들이 보다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취임 이후 교육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많은 교육투자를 해 오셨는데 이런 결정을 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이노근 = 노원구는 학교와 학생수가 많은 만큼 교육수요가 매우 높습니다. 주민들의 교육에 대한 다양한 수요에 대처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방안을 찾기 위해 교육발전위원회를 구성 ·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모두의 공통 관심사인 만큼 생활 밀착형 정책 개발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민들의 실생활에 동떨어지거나 현실성 없는 장밋빛 정책은 호응을 얻지 못합니다. 다양한 의견과 요구 중에 공통분모를 찾아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잘못하면 그 피해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간 역할이 상충하거나 역할분담이 애매한 부분이 많고 정책시행단계에서 많은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 등은 아직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원희 = 어려우시겠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것이 우리 교육에 도움이 될지 수많은 검증을 거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구청장님께서 앞으로 추진하실 노원구의 교육 이슈는 무엇입니까?

이노근 = 우리 구 학생들의 특목고 진학률이 3년 연속 전체 특목고 진학생의 10%를 넘는 등 노원구는 특목고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습니다. 이런 만큼 특목고 등 우수고등학교를 꼭 유치하고 싶습니다. 다른 곳은 특목고를 세우려면 부지 매입부터가 문제인데 노원구의 경우 택지개발 단계에서 이미 입지조건이 좋은 지하철역 근처에 학교 부지를 잡아 놓아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했고 지난해 초 연구용역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특목고 유치를 위한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원희 = 민선 4기 노원구청장으로 지난 3년간 구정을 꾸려 오시면서 만족스럽게 여기시는 일과 아쉬움이 남는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신지요.


이노근
= 강북권 자치구의 리더로서 맏형의 역할을 하며 노원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킨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노원구는 좋은 여건에도 ‘베드타운’, ‘서울의 변방’으로 인식됐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고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중앙정부 등을 상대로 꾸준히 노력한 결과 그동안 문제가 제기되어 왔으나 해결되지 못했던 현안들을 많은 분야에서 해결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2008년 살기 좋은 도시 전국 1위, 서울 자치구 중 범죄 없는 도시 1위 등의 성과도 거뒀죠. 교육 도시라는 인식이 강해 젊은 고학력 인구가 많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노원구의 큰 강점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직 강남 · 북 불균형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울시 전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77.6%가 강남 • 서초 · 송파 · 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에 집중돼 있습니다. 강남지역은 과거 외환위기 때 일시적으로 재건축을 허용해 거의 마무리 됐지만 강북지역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 우려를 이유로 현행 재개발 허용 연한을 40년으로 유지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민공청회를 여는 등 강력하게 재건축 연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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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 충북 청주 출생인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청주공고,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기대에서 공공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행정고시 19회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서울시청 문화과장, 주택기획과장, 서울시청개혁단장 등을 거쳐 금천구, 종로구, 중랑구 3개 부구청장을 지냈다. 2006년 민선 4기 노원구청장이 되면서 불필요한 행정 규제 철폐에 앞장서는 한편 강남•북 불균형 해소에 적극 나서 주목받고 있다. 1996년 ‘한국수필’과 ‘한맥문학’을 통해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하며 저서로는 <경복궁 기행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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