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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지키는 꼬마 선비들의 배움터, 경주 양동초

수백 년 된 전통가옥과 전통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북 경주 양동마을. 그 입구에서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양동초등학교(교장 남무열)는 그 생김새부터 예사롭지 않다. 교정에 들어서기 전부터 기와가 얹혀 있는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보이는 한옥양식의 건물과 수령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 아름드리나무, 그리고 이미 도시학교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오래된 동상들에는 이 학교의 오랜 전통이 그대로 묻어 있다. 마을의 전통가옥들과 어우러진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2001년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 어른들에게 배우는 전통예절
수업을 마치고 여느 아이들처럼 마냥 뛰놀고 있는 양동초 학생들에게 다가가니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한다. 등에 멘 가방에 가려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체구의 학생들이 예의를 갖춰 어른스럽게 인사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인사를 받는 사람의 허리도 저절로 굽혀진다.
학생들이 이렇게 예의가 바른 것은 양동마을 어른들에게 배우는 전통문화수업의 덕이 크다. 이 마을의 터줏대감인 여강 이씨 종손 이지락 씨는 8년째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사자소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씨는 대학에서 한문학을 전공했다. 예로부터 어린 아이들의 한자학습 입문서로 활용돼 온 사자소학은 효도, 충성, 우애, 사제, 수신 등 바람직한 대인관계와 행동철학을 담고 있어 예절교육 효과도 있다. 매년 17차례, 우리나라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전통가옥에서 한문학을 전공한 마을 어른에게 사자소학을 배우니 학생들의 몸과 마음에 예절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도 당연하다. 양동초는 이와 별도로 일 년에 4차례 마을 어른들에게 예절을 배우는 시간도 갖고 있다.
양동마을은 마을 자체가 중요민속자료 189호로 지정된 문화재이고 국보 1점과 보물 4점 등 총 32점의 문화재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잘 보존된 수려한 자연환경까지 갖추고 있으니 양동초 학생들의 일상생활은 그 자체로 체험학습의 연속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외국인에게 양동마을 알리며 영어실력 키워요”

이렇게 양동마을의 혜택을 듬뿍 받고 있는 양동초는 양동마을을 지키고 알리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학급마다 하나의 마을 문화재를 선정해 해당 문화재를 관광객에게 소개하고 주변 청소를 하는 양동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문화재에 대한 학생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반 이름도 문화재의 이름을 그대로 따랐다. 1학년은 ‘무첨당’, 2학년은 ‘강학당’, 3학년은 ‘서백당’, 4학년은 ‘관가정’, 5학년은 ‘향단’, 6학년은 ‘수운정’이다.
그리고 연간 22만 명이 넘는 양동마을 방문객에 비해 휴게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운동장의 일부분을 개방, 방문객들이 나무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도 연간 5000명이 넘는데, 양동초 학생들은 수업시간을 통해 배운 영어로 이들을 안내하면서 자연스럽게 회화실력을 키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양동초는 올해 7월 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청소년 문화재 지킴이단’으로 위촉돼 2011년 6월 30일까지 활동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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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 협조로 폐교위기서 되살아나
현재 양동초 재학생은 총 74명이다. 여전히 적은 수지만 1997년 학생 수가 34명까지 줄어 폐교위기에 몰렸던 것이나 이 지역 학생이 15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을 한 셈이다. 특히, 작년부터 올해 사이에만 학생수가 25명이나 늘었다.
이렇게 양동초의 학생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지역사회와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양동마을 주민을 비롯해 동문, 포항 한동대, 지역 문화기관 등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양동초의 자랑이다.
2005년부터 한동대와 진행하고 있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은 자칫 도시 학생들에 비해 소홀해질 수 있는 영어교육을 강화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연간 10차례가량 실시되는 한동대학교 언어교육원 영어체험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원어민 강사와 함께 외국문화를 체험하고 놀이를 통해 일상생활과 연계된 영어표현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외국어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운영된다. 여름 • 겨울방학에는 2박 3일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캠프도 실시한다. 이러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작년 10월 한동대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강사를 초빙해 하고 있는 문화교육도 학생들의 문화소양을 함양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극을 주제로 진행했으며, 올해는 만화를 가르치고 있다.
한편으로, 양동초를 살리기 위한 동문들의 노력도 분주하다. 동문회에서 차량을 구입해 무료로 셔틀버스를 운영, 타 지역학생 유치에 힘을 싣고 있으며 학교행사 때마다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지역문화의 구심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
주변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했지만 오랫동안 정비되지 않아 낙후된 학교 시설은 양동초의 문제였다.
지난해 9월 부임한 남무열 교장은 부임 직후부터 시설개선에 주력했다. 좋은 교육프로그램도 기본적인 교육환경이 갖춰져야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 남 교장의 생각이었다. 한편으로는 양동마을을 찾아온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 교육실정이 왜곡돼 비춰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책걸상 교체와 교실 조도 개선 등 학생의 건강과 학습능률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했고, 올해는 물이 고이는 운동장 정비를 비롯해 계단, 천정, 복도 등 외관을 정비했다. 또 새 도서관도 마련했는데, 전통마을의 분위기가 잘 나타날 수 있도록 도서관 내에 정자를 설치하고 이름도 ‘선비고을 도서관’으로 붙였다. 도서관 내 정자 바닥에는 전기 난방장치를 설치해 추운 날씨에도 학생들이 따뜻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도서관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상시로 개방되고 있어 호응이 좋다.
또 교육과학부 지정 전원학교로 선정돼 지원받는 15억 원으로 다목적강당과 급식소를 증축해 학생교육은 물론 양동마을 내방객과 지역주민 문화행사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남 교장은 “이런 시골 마을에서 학교는 함께 행사도 하고 외부사람도 드나드는 유일한 공간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나름대로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 넣은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양동초는 지난 9월 26일 10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더 나은 양동교육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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