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 책, 영화, 방송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 읽어주는…’이라는 제목을 가진 것들이 제법 눈에 띕니다. 그만큼 책 읽기가 중요하기 때문이겠지만, 너무 유행하다 보니 상업적인 냄새가 나서 지금까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 <책 읽어주는 남편>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젠 남편까지 나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가뜩이나 부권이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책 읽어주기 의무까지 더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냉소적인 마음으로 그냥 지나치려 했습니다. 그 순간 표지 하단을 감싸고 있는 띠지에 적혀 있는 한 줄의 글이 제 눈과 손을 이 책으로 이끌었습니다.
“부부가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도종환(시인)
이 문구 양옆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평범하면서도 무척이나 다정해 보이는 부부의 사진도, 특별한 로맨스나 낭만으로 치장되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했습니다.
저자가 책을 읽어주게 된 계기는 아내의 대상포진이었습니다. 극심한 통증을 힘들게 참아내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겠다는 생각하던 차에 아내가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는 것을 떠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첫 책 읽기를 마치고 더 큰 행복감을 느낀 사람은 오히려 책을 읽어준 저자 쪽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서 아내에게 내 생각을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책을 읽어주겠다고, 아니 둘이서 함께 책을 읽자고 말입니다. 뜻밖의 제안에 아내는 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되물으면서도 속으로는 반기는 눈치였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내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아내에게 책을 읽어준 내 자신이 흐뭇했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책 읽어주는 남편. 만족스럽습니다. 기꺼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책 읽어주는 남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25쪽)
행복은 함께하는 데 있는 것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듣게 되는 것 중 대화가 단절된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소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도 오가다 잠깐만 봐도 드라마든 뉴스든 하루도 이런 이야기는 빠지질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들은 혀를 차며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는 하죠. 하지만 이런 일들은 분명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어쩌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조차 제법 많은 수가 집에서는 외딴섬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을 지 모릅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막연히 관심사가 다르다는 핑계나 작은 귀찮음 때문에 고쳐보려는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요.
이 책을 보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책읽기든, 대화든 하면 함께하면 할수록 꺼리가 더욱 풍부해진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감정적 • 유전적으로 묶여 있는 가족이라면 더욱 쉽게 이야깃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기조차 싫을 정도로 추운 겨울밤, 따뜻한 방에 앉아 이 책 <책 읽어주는 남편>을 부모님께, 아내에게, 남편에게, 자식에게 읽어주는 것으로 한발 다가가 보시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