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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공기처럼 호흡하게 하고 싶었어요"

요즘 일반 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그 흔한 영어전용교실조차 없다. 2008년 이전에는 원어민 교사도 없었다. 1986년에 설립된 오랜 시설의 학교에서 1300여 명, 34학급이 수준별 이동수업까지 하는 탓에 늘 교실이 부족해 과학실이나 컴퓨터실이 임시 영어 교실이 되는 학교. 그런 좋지 않은 여건을 교사와 학교의 노력만으로 극복해냈다. 독특하고 내실 있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선정한 영어 리더학교 공모 최우수상(전국 2위, 서울 1위)을 받은 상계중(교장 구재우)이 바로 그곳이다. 상계중의 영어 교육을 이끌고 있는 임춘희 교사(50 · 언어교육 부장), 한정화 교사(46 · 영어 과목 부장), 이수윤 교사(39 · TEE-M(마스터)등급 인증 교사)를 만나 상계중의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교사들은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 누구라도 학교에 오면 즐겁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면서 “모든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주고 학생 스스로 그에 맞춰 따라오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학교에만 오면 영어와 노는 아이들
상계중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은 남달라서 학생들이 영어를 즐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결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임춘희 = 학교에 와서부터 집에 갈 때까지 아이들은 늘 영어와 친근하게 학교생활을 합니다. 다른 학교와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아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강점이에요. 또 학부형이나 학생들이 상계중 영어가 특히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은 영어 수업과 다른 활동들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항상 연계성 있게 함께 간다는 것입니다.
이수윤 =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도 중요한 점이에요. 다른 학교는 우수학생만 주목받는데 저희는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고 도전을 하게 했어요. 팝송대회는 전교생이 다 참여하는 즐거운 행사여서 영어를 못해도 도전할 수 있었고,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은 영어 토론대회라는 도전과제를 줬습니다. 임 선생님 말씀처럼 그 모든 것이 따로따로 행사가 아니라 팝송을 정해 따라 부르는 것 자체가 수업이었고, 팝송 부르기가 수행평가였어요. 또 여기서 잘하는 학생들은 오디션을 봐서 재능을 더욱 펼칠 수 있는 토론대회를 하도록 하는…. 연결되는 활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라고 하면 어려워하기 마련인데 처음에 학생들이 영어와 친해지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한정화 = 누구나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의 레벨에 맞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때는 수준별 수업이나, 방과후 학교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주로 실력이 부족한 하(下)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문법 무작정 따라 하기’, ‘생활영어’ 등의 방과후반을 만들어서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 독려했습니다.
이수윤 = 2년 전부터 원어민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 번 아침 방송을 했어요. 책, 날씨 등 주제를 정해 아이들과 대화하듯 친절하게 방송을 하죠. 들었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방송 내용을 교실에 게시하고 그날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에게 말을 걸면 사탕을 나눠줬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느 날은 아이들이 너무 몰려 원어민 선생님이 점심도 거를 정도였어요. 보통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에게 말을 걸고 싶어도 “Hi”하고 인사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데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죠. 방송을 계기로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을 아주 적극적으로 대하게 됐어요.
임춘희 = 영어를 산소처럼 호흡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학교에 오면 영어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리게 하자’가 목표였죠. 아침 영어로 EBS e 방송을 보고, 게시물을 부착해 복도를 지나가면서도 영어를 볼 수 있게 유도했어요. 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침 방송은 지난해 더 업그레이드 됐는데 학교 소식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방송했습니다. 학교 행사를 소개하거나 선생님에게 시험정보를 얻고 부모님, 학생을 인터뷰하기도 했죠. 그리고 그날 방송된 내용과 관련된 표현을 공부합니다. 아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니 생각보다 집중도도 높고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영어는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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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쓰기, 말하기가 한 번에 이뤄지는 수업”
학교에서 늘 학생들이 영어를 접하게 하는 게 노하우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수업일 것 같습니다.
한정화 = 기본적으로 저희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을 잘하세요. 그게 다른 선생님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서로 열심히 하게 되죠. 또 하나의 특징은 학습지를 공들여서 잘 만든다는 거예요. 학원에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수업하는 대로 학습지만 잘 풀어도 단어, 문법, 생활영어까지 익힐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학습지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죠.
이수윤 = 읽기, 쓰기, 말하기가 한 번에 이뤄지는 수업을 해요. 저는 영어수업에서 시각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의 눈은 예민해서 단어만 주고 무조건 외우라고 하기보다 단어에 대한 그림을 주고 연상하게 하면 더 빨리 외우죠. 상(上)반 학생들을 지도할 때 교과서 내용을 담은 그림을 보여주고 기본적인 단어만 제시해 문장을 완성하게 하는 영작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영어로 발표해요. 그런 수업이 익숙해지니 저보다 학생들이 마이크를 더 많이 쓸 정도로 발표를 많이 합니다. 얼마 전 교과서에서 주제를 두 개 정해주고, 원어민 선생님과 30초 동안 말하기를 평가했더니 저도 놀랄 정도로 아이들이 잘하더군요. 이미 수업시간에 배우고 영작한 후 발표한 내용이어서 30초 동안 말하는 6〜문장쯤은 바로 구성하고 유창하게 말할 줄 알게 된 것이죠.
임춘희 = 저는 조별 수업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에요. ‘Station 수업’이라고 하는데 스테이션 조를 만들고 조별로 리더가 한 명씩 있죠. 학습지를 나누어 주면 ‘1 스테이션’은 그날 수업 내용의 새 단어를 영영으로 공부하고, ‘2 스테이션’은 본문을 읽죠. ‘3 스테이션’은 대화 내용의 순서를 잡고, ‘4 스테이션’은 문제를 풀어요. 한 수업 시간에 스테이션을 도는데 각 조의 리더가 아이들을 이끌고 함께 합니다. 재미있고 아이들도 저도 서로 이끌어가는 수업에 자부심이 있어요.
영어 토론대회를 다른 학교보다 먼저 시작해 3년간 해오셨는데 토론대회를 준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수윤 = 영어 토론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이들도 교사들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영어과 선생님들이 책을 사서 공부하고 중요한 내용을 발췌해 수업자료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토론에 앞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글 쓰는 법을 우선 가르쳤는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에세이 쓰기가 익숙해진 후에 토론 대회 오디션을 봤는데 아이들이 몰려와서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들이 자료를 나눠주고, 에세이 쓰기를 한 후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원어민 선생님이 에세이 쓰는 방법에 대해 별도의 수업도 해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함께 맞물려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요.

“학교생활-수업-동아리 모두 연계된 영어”
영어 글쓰기 지도는 어렵지 않으셨습니까?
한정화 = 너무 어려워 원어민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죠. 3학년 교과서의 ‘자기 문화 소개하기’를 주제로 글을 쓰기 전에 원어민 선생님이 먼저 자기 문화와 관련된 수업을 했어요. 그런 준비 과정을 거쳐서 아이들에게 글을 쓸 아웃라인(Outline)을 제시해 주고 글을 쓰도록 했죠. 잘 쓴 아이의 글을 게시해서 자극받을 수 있도록 했고요.
이수윤 = 먼저 좋은 글을 제시해줘요. 그런 후에 에세이의 주제는 마음대로 가장 자신 있는 것으로 정하고 글을 쓴 후에 틀린 부분은 수정해주죠. 그리고 에세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진 다섯 컷을 찾아와서 발표하게 했어요. 다른 학생들은 그 영어 설명을 듣고 학습지에 주제와 요지를 정리했고요.
임춘희 = 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말하기와 쓰기를 접목한 ‘Show & Tell’ 프로그램이에요. 수업시간에 5〜0분을 할애해서 전교생이 하도록 했는데 발표하면서 말하기, 내용 듣기, 들은 내용을 정리해서 쓰기가 한꺼번에 이루어지죠. 이런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에게 초기에는 짐이 될 수 있는데 해보고 나서는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렇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노력했죠. 저희 학교 영어 활동의 특징이 아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학습지를 통해 ‘이 공부는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구조(Structure)를 짜서 준다는 것이에요. 스탭 바이 스탭으로 가이드를 잘 해주죠. 그런 점들이 아이들이 도전을 받았을 때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다른 학교의 몇 배에 달하는 읽기와 쓰기를 하고 있네요. 이 밖에도 소개해주실 프로그램들이 있다면.
이수윤 = 2007년에는 1〜학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 한 시간을 영어책만 읽는 프로그램도 있었어요. 학교에서 산 영어책을 한 달에 한 권씩 정해서 그 시간엔 읽기만 하는 것이죠. 읽기가 끝나면 학습지 한 장에 오늘 읽은 책의 제목, 책 중에서 세 단어, 마음에 들었던 구문, 대략적인 내용을 간단히 적게 하죠. 그 결과물이 1년 동안 쌓이면 시상을 했어요.
임춘희 = 저희는 ‘Book warm contest’라고 방학 중에 꼭 읽어야 할 영어 도서를 선정해주고, 개학하면 전 학생이 책에 대해 간단한 시험을 봐요. 또 그 책에 대한 감상문 양식을 주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으로 수행평가를 합니다. 영어로 책을 읽고 영어로 쓰는 작업이 아이들의 사고력을 자극하죠. 저희 학교 활동은 사진으로 보이는 거창한 건 없어요. 다 내실 있게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죠. 아이들이 선생님이 학교에서 하라는 것만 잘 따라서 열심히 했더니 영어에 대한 지경(地境)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면서부터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참여도가 아주 높아졌어요.

이렇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임춘희 = 영어전용교실이 없어서 늘 빈 공간을 찾아 헤맵니다. 이렇게 부족한 것을 수업과 프로그램의 질로 극복하려고 노력해요.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9시, 10시에 퇴근하는 일의 연속이죠. 담임과 주요 교과를 동시에 담당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구성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숨어 있는 보석(?)같은 아이들을 발견하는 기쁨, 아이들의 배움이 커가는 보람으로 하루를 살죠. 그게 제 보람이니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합니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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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중의 톡톡튀는 영어교육프로그램
한정화 교사와 원어민 교사인 로렌 하트(Lauren Hart)의 3학년 7반 5교시 영어 협력 수업 시간. ‘Music Around Us’를 주제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 음악가를 발표하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음악의 장르와 음악가를 맞추기도 하는 수업이다. 수업 시간은 재미있고 자유롭게 진행됐다.

상계 모닝 잉글리시 _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영어에 관심을 갖도록 한 상계중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도입 첫해에는 ‘One by one’ 프로그램으로 원어민 교사가 날씨, 책 등의 주제를 정해 대화를 나누듯이 아침 방송을 한 후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원어민 교사에게 말을 거는 학생에게 사탕을 줘서 원어민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했다. 지난해에는 학교 소식을 영어로 담은 동영상을 제작 · 방송해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Pop Song Festival _ 상계중에서는 매년 5월 영어팝송대회를 개최한다. 우수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학교의 대회와는 달리 상계중 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팝송대회 전 수업시간에 팝송을 정해 다 같이 공부하고 부르며 외우도록 지도하고, 팝송 부르기를 수행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영어를 못하는 학생도 한글로 영어 독음을 적어서라도 꼭 해내게 하는 기특한 프로그램이다. 학생이 영어로 사회를 본다는 것도 상계중만의 특징이다.
Debate Competition _ 지난해까지 3년간 했던 프로그램으로 영어 상위권 학생에게 도전 과제를 주기 위한 영어 토론대회 프로그램이다. 주로 ‘대회’에만 초점을 맞추는 다른 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 토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데 초점을 뒀다. 토론대회에 앞서 교과 수업에서 ‘에세이 쓰기’와 ‘Show & Tell’ 프로그램으로 글쓰기와 말하기, 듣기를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탄탄한 기초 교육으로 아이들은 영어 토론대회를 어려워하기보다 재미있어 했고 자발적으로 동아리까지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Show & Tell’ _ 말하기와 쓰기 접목한 상계중만의 프로그램. 수업시간 중 5〜0분 정도 짬을 내 전교생이 하는데, 영작해온 글을 발표하면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학습지에 들은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쓰는 활동이다. 발표하면서 말하기, 내용 듣기, 들은 내용을 정리해서 쓰기가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Book warm contest _ 영어독서를 위한 프로그램. 전교생이 흥미롭게 읽을 도서 두 권을 정해 방학과제로 읽은 후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개학한 후 책 내용과 관련된 내용 중심의 ‘Book warm contest’를 개최해 시상하고 우수 작품은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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