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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교육으로 실천지식 키우는 충남 서산대진초

충남 서산 대산공단 인근에 위치한 서산대진초(교장 임석빈)는 시내에서 30㎞가량 떨어진 지리적 여건 때문에 교사들의 근무 선호도가 높지 않고, 공장 자동화로 인구가 줄면서 학교가 점점 위축되는 상황이였다. 그러나 2007년 부임한 임석빈 교장과 교사들이 학교 곳곳을 아이디어로 채워나가면서 지난해에는 ‘학교교육과정 자율화 우수학교’, ‘자율장학 우수기관’ 등 굵직한 상을 수상하는 실적을 거뒀다.


매주 월요일은 토론식 연수하는 날
충남 서산대진초 교사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가 되면 책 한 권을 들고 한자리에 모인다. 교사들이 손에 든 책의 제목은 <효율적 교수전략>으로, 이 학교 임석빈 교장이 젊은 교사들의 수업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직접 쓴 장학자료다. 교사들이 이 책을 들고 한 데 모여 하는 것은 토론식 연수. 임 교장이 직접 연수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직접 시범 수업을 보이기도 한다.
서산대진초가 이렇게 매주 연수를 진행하는 이유는 교사 대부분이 4년 이하의 저 경력 교사로 평균 경력이 6.7년밖에 되지 않고, 학급 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학년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 하에서 수업결손을 막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의 수업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 온 것이다.
이를 위해 토론식 연수뿐 아니라 동학년 교사들 간의 자율 장학활동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공동으로 교재를 연구한 다음 장학담당자의 지도를 받아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 후에는 수업을 참관한 교사와 함께 수업에 대한 협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지난해에는 이런 수업공개를 교사 당 5차례 실시했다.


교과서를 탈피하라
임 교장은 항상 교사들에게 교과서를 탈피할 것을 강조한다. 과학교과의 개구리 관찰을 예로 들면, 학생들에게 개구리 알을 가져오도록 해 교과서에 나온 사진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의 수업으로는 학생들에게 산 지식을 전달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개구리 알을 가져오도록 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개구리 서식지를 찾아가면 개구리의 성장과정 뿐 아니라 개구리의 종류와 서식환경, 생태계까지 종합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사들에게 “교과서를 보지 말고 교육과정을 파악해 교과의 성격에 맞게 가르쳐라”라고 말한다.


학교 곳곳에 아이디어가 가득
서산대진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푸른 교실’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학생들의 자연체험을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아담한 크기의 인공습지가 조성돼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각종 수생 동식물이 서식해 자연에 대한 학생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인공습지를 조성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겨우 120만 원. 보기만 좋은 연못을 만들었다면 몇 배의 비용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 좋은 관찰학습의 기회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인공 습지 바로 옆에는 제법 큼직한 토끼 사육장을 조성, 학생들이 직접 먹이 주고 배설물도 치우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도록 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텃밭과 실습장 등에 비료로 활용한다.
또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아닌 천연잔디를 심어 학생들이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했으며, 학교 옆 산으로 이어지는 곳에 통로를 만들고 등산로를 정비해 학생들이 산의 생태계를 관찰하며, 심신도 단련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뒤편에는 다목적 구장이 있는데, 바닥을 탄성우레탄으로 만들어 비가 온 뒤에도 운동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다목적 구장 옆에는 실습지가 조성돼 있는데 그 모양이 특이하다. 인근 공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특수 차량 폐타이어에 흙을 채워 하나의 거대한 화분을 만들고, 이를 학생들의 실습지로 활용하게 한 것이다.
이 밖에 건물 3층 복도에 도서관 책상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과학 부스와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복층구조에 1만 3000여 권의 장서가 비치돼 있는 도서관도 눈에 띄는 장소다.

학교의 이모저모를 활용한 틈새교육
이렇게 잘 조성돼 있는 학교환경뿐 아니라 실천 지식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한 틈새교육도 서산대진초의 눈여겨볼 부분이다.
먼저 동아리 활동을 살펴보면,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서부, 신문방송부, 보건체육부, 생활안전부, 사육재배부, 청소미화부, 환경봉사부 등 7개 부서로 조직돼 있는데, 형식적인 모양만 갖춘 것이 아니라 학교 문제에 학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토끼 사육장 관리를 담당하는 사육재배부 학생들은 아침, 저녁으로 배설물을 치우고 먹이를 관리할 뿐 아니라, 토끼가 새끼를 낳으면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권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문방송부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의견 등을 적어 게시해 놓고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하는 등 각 부서별로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학교 일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곳곳에 붙어 있는 작은 안내문 하나에도 교육을 위한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들어가 있다. 한 예로, 장기나 바둑을 두며 쉴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휴게 공간에는 알까기로 장기알과 바둑알이 분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내문을 붙여 놓았는데, 무작정 알까기를 금지하지 않고 ‘왜 알까기를 하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 밑에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달도록 했다. 이렇게 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의 이유를 생각해 근본적인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임 교장은 “요즘 교육이 너무 성적만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힘든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 그 자체를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생활에 보람을 느끼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자극해 능동적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학생들이 잠재된 능력과 힘을 기르고 활력 있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신문방송반 아이들이 참관해도 될까요?”
교장실에서 학교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 교장이 갑작스런 제안을 하나 했다.
“학교에 신문방송반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실제로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좀 와서 보게 해도 되겠습니까?”
기자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고, 잠시 후 10여 명의 학생들이 들어와 인터뷰 내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가며 참관했다. 학생들에게 실전적인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임 교장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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