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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3반 료타 선생님>선생님들께 보내는 만화같은 응원가

‘여러 가지로 덜거덕 소리가 나긴 하지만, 학교도 아이들도 다 괜찮다. 우리집 아이들을 바라보면 저절로 한숨이 나오지만,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달랬습니다. 이 소설은 언제나 문제점만을 지적당하며 동네북 노릇을 해야 했던 교육 일선의 교사들과 아이들에게 보내는 조금 긴 응원가일지도 모릅니다.’ - 작가의 말 中


20년 전 일본만화에 비친 학교의 어두운 그림자
제가 처음 일본 문화를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학교 앞 문방구에서 불법 유통되던 일본 만화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영어 단어장 크기, 과도한 의역, 좌우가 바뀐 인쇄, 청소년들이 보기 부적당한 곳을 가리기 위한 땜질 자국 등 참 조악한 책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주제는 대부분 폭력, 연애, 스포츠였지만, SF물을 빼고는 대부분 학교가 배경이었는데, 그중에는 교사가 주인공인 것도 있어서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일본 만화가 우리 만화계를 삽시간에 잠식했던 것은, 인프라나 기술적 요인도 있었겠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사실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만화에서 다루는 학교 이야기는 억눌린 학생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었죠.
이런 만화에서 비춰지는 대부분의 교사는 고리타분하고 엄격한 존재였습니다.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교사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언제나 기존 교사에게는 경계의 대상일 뿐이죠. 물론 이런 설정은 모두 가상이었지만,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특별히 성적이 우수한 경우가 아니면 수시로 체벌을 받아야 했던 당시 학생들에게는 비현실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름다운 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일본 나오키 상에 빛나는 이시다 이라가 쓴 소설 <5학년 3반 료타 선생님>은 식상한 듯하면서도, 우리 학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은 노란 머리에 목걸이를 하고 다니며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주인공 료타교사, 늘 반듯한 젊은 모범교사 소메야, 그리고 주인공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중견 교사와 언제나 인자한 교장 등 학원물 만화의 전형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쯤 되니, 폭력사건 등 큰 사건이 몇 번 터지고 주인공이 수차례 심각한 해고 위기를 넘기는 액션물에 가까운 이야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토리는 비교적 차분히 이어집니다.
이 책에서 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교사의 노력’입니다. 여기서 노력이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바쁜 선생님들에게 그 이상의 수고가 요구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상대를 이해할 여유를 주기 위한 노력을 말합니다. 요즘 학교현장을 보면 정규수업은 물론 그것보다 더 긴 시간 이어지는 방과후학교에 심지어는 야간과 주말의 보육활동까지 하는 학교가 늘어가고, 언론을 통해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학생의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살피고 보살필 것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우리의 현실을 놓고 볼 때 이 책의 한 구절은 색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교사의 어떤 노력도 아이들 스스로의 생명력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교사의 임무는 그 나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자라도록 받쳐주는 버팀목이면 된다. 실제로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그 나무인 아이들이다. (379 쪽)

이 책의 저자는 작가의 글을 통해 언제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취급되는 학생과 교사들에게 응원가를 보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작가의 눈에도 요즘 교육현장의 모습이 무척이나 팍팍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지간해선 보람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조금 먼 곳에서 조용히 응원을 보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조금은 개운한 마음으로 즐거운 여름방학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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