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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죽이기

오늘날 가정에서 내몰려 있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면, ‘아버지 죽이기’란 말이 생각난다. 사실 지금까지 ‘아버지 죽이기’란 말은 주로 실존의 아버지가 아닌 구태의연한 과거의 것을 극복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여 왔는데, 요즘 세태를 보면 그 극복의 대상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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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엄마들이 자식들 공부와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세상에 잘 알려진 일이다. 이 각별한 관심이 도에 넘쳐서 더러는 한국 교육의 약점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대 담론, 정책적 대안 그리고 당국의 공식적 선언들이 차고 넘친다. 일찍이 국가가 만들었던 국민교육헌장, 정부가 고시하는 매 시기 교육과정 문서, 각종 교육단체나 시민단체들이 목소리 높여 외치는 교육적 선언 등이 모두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기를 것인가’에 대한 각기 그 나름의 인식과 철학을 담고 있다. 모두가 지당한 말씀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실제로 아이들을 기르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구체적 언행과 방식이다. 거창하고 공식적인 교육 선언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라나 주기를 바라는가. 엄마들은 자신들이 만족해하는 아이의 구체적인 모습을 어떻게 상정하고 있는가. 내 자녀가 자라며 공부하는 동안 어떤 양태의 생활 모드(Mode)를 보여주기를 바라는가.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처럼 자녀 교육에 대한 엄마들의 문화적 형질을 구체적으로 포착함으로써, 우리 교육문화의 현주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 교육과 연관되는 장면에서 종종 아버지들의 모습은 실종되거나 무력화된다. 아이의 교육에 직접 작용하고 있는 아버지들의 구체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쁘고 고단하게 일해서 학비를 조달하는 역할 정도가 고작이다. 이 점은 경제적 형편이 좀 나은 계층의 아빠들이나, 생활이 어려운 서민 가정의 아빠들이나 그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버지들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오늘날 아버지들이 자녀교육과 관련해 가장 극명하게 가장 슬프게 그 존재를 드러내는 모습이라면, 그것은 아마도 ‘기러기 아빠’의 모습이 아닐까. 꼭 자녀를 외국 학교에 보내고 아내를 자녀와 함께 따라 보낸 아빠들만이 ‘기러기 아빠’는 아니다. 가정에 함께 지내면서도 자녀교육의 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격리된 모든 아빠들이 기러기 아빠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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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나도는 우스개 이야기 가운데, ‘엄마가 평가하는 아들의 유형’이란 것이 있었다. 한국의 엄마들이 어떤 아들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지를 풍자적으로 꾸며 놓은 이야기였다. 이를테면 엄마 쪽에서 판단하는 아들의 등급인 셈이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니까 대수로운 신경을 쓸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냥 흘려듣고 웃어넘기기에는 생각의 여운이 오래 남았다. 내용은 이러하다.

엄마들이 좋아하는 일등급 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엄마 말도 잘 듣는 아들이다. 그 다음 등급으로는 엄마 말은 잘 듣지만 공부는 다소 모자라는 아들이란다. 엄마 말을 잘 듣기 때문에 언젠가는 공부도 잘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다고 생각하는 걸까. 셋째 등급은 공부는 잘 하지만 엄마 말을 잘 듣지 않는 아들이란다.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으므로 앞으로가 불안하다는 걸까. 여기까지 오면 네 번째 유형은 누구나 쉽게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공부도 못하고 엄마 말도 듣지 않는 아들이 여기에 속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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