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를 학교교육의 동참자로
학부모를 학교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시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구 상원초(교장 윤태규). 매주 목요일 열리는 '학부모교실', 1층에 마련된 '학부모실', '가족 책거리 행사', 200명에 가까운 학부모 동아리 회원 등 몇 가지 현황만 보아도 이 학교가 학교교육에 학부모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학교의 교육만으로는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낼 수 없습니다. 부모가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을 키우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서 학교가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고, 교사와 학생은 물론 부모님들도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이 학교 윤 교장은 이러한 활동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이러한 활동을 통해 거둔 효과는 무척 크다. 우선 학부모들이 학교를 자주 방문해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함께 참여하니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학부모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에서 실천해야 할 것들을 알림으로써 학교에서의 교육이 집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도록 해 교육적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처음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학교에 소위 '치맛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함께 동아리 활동 등을 하니 오히려 몇몇 학부모들만 학교 활동에 참여할 때보다 훨씬 잡음도 적고 투명한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이 학교 관계자들을 공통된 의견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부모들
상원초에서는 지난해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학부모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다. 1, 3주에는 야간 학부모 공부방을, 둘째 주에는 야간아버지 교실을 열었고, 넷째 주에는 학부모 연수회가 열렸다. 이렇게 저녁 시간을 활용한 이유는 직장생활로 바쁜 학부모들에게 연수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학교주관으로 거의 매주 열리다시피 하는 연수 외에도 학부모동아리 주도의 자율연수도 진행된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취지에서 조직된 수요 놀이 동아리 '여우야 여우야'는 아이들에게 건전한 놀이 문화를 찾아주기 위해 사전 연수 후 매수 수요일 13시 30분부터 15시까지 한 시간 반 동안 학생들과 놀이 활동을 했다.
야생화 해설 동아리인 들꽃회 역시 지속적인 동아리 연수를 통해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학생들과 학교 인근 동산과 수목원 등에서 관찰활동을 한다. 이 밖에도 책 읽어주기 동아리인 달빛회 등 각 동아리들이 각기 개별적인 연수를 통해 학교교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상근하며 학부모들의 의견 듣는 학운위 총무
학부모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곳은 바로 1층에 마련된 학부모실이다. 매일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 총무가 상근하며 여러 학부모들과 학교 운영에 관한 의견을 나눈다. 학생들의 작은 공부방 역할도 겸하고 있어 방학중에는 학교에서 가장 바쁜 곳이기도 하다. 학운위 총무인 곽동경 씨는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도 겸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듣고 이를 방과후학교에 반영할 수 있어서 만족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책 읽는 재미 주는 '책 역사 쓰기'
지금까지 소개한 학부모 관련 프로그램 외에도 상원초 교육과정에는 특색 있는 것들이 많다.
그 중 첫 번째는 '책 역사 쓰기'이다. '책 역사 쓰기'란 책의 속표지에 책의 취득 경로부터 읽는 과정, 한 줄 소감, 누군가에게 빌려준 일 등 그 책에 대한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독후감 쓰기와는 달리 별 부담이 없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책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친구에게 좋은 책을 스스로 권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학생은 물론이고 처음 이 프로그램을 제시한 윤 교장 역시 동참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자율 방학프로젝트다. 상원초에서는 방학 숙제를 내지 않는 대신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한다. 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주기 위한 것이다. 양이나 질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다만 매일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만 교사가 점검한다. 그래서 숙제에 대한 수상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학교에서 과목별로 숙제를 정해줄 때보다 일시적으로 점수가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수행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게 윤 교장의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에서 교사들도 자율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 학교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화 씨 역시 "이전에는 방학숙제에 대한 상을 받기 위해 따로 미술학원을 다니는 등 사교육 부담도 있었는데, 이렇게 하니 그런 부담도 덜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도 들여 참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교장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 시간'도 학생들에게 큰 인기다. 상을 받았다거나 하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학생들의 나이 때쯤 장난치거나 말썽부린 일 같은 것을 이야기해주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성교육도 된다. 물론, 여기에는 유명 동화작가인 윤 교장의 구수한 입담도 한 몫을 했다.
이 밖에도 교사들이 학생들과 같이 급식을 먹으며 진행하는 밥상머리 교육,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음식조절대 등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기 위한 아이디어를 학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넘어진 친구를 기다려주는 아이들, 바른 인재로 자라나길"
윤 교장은 지난해 봄 운동회에서 아이들에게 큰 감동을 받은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했다.
"6학년 계주 경기였는데, 같이 결승선을 향해 달리던 두 아이 중 한 명이 가벼운 신체접촉 후 넘어지고 말았어요. 정상적인 충돌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달렸다면 승리는 따논 당상이었지요. 그런데 넘어지지 않은 아이가 넘어진 아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달리는 거에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당연하다는 듯한 아이의 행동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어서 "학생들의 바탕이 좋기 때문에 스스로 올바른 길을 걷게끔 잘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력 신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면을 좀 더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