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과 생산성,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과학적 사고주의를 강조했던 20세기 산업사회를 넘어서 21세기 사회는 지식정보의 폭발적 팽창과 더불어 ‘지구촌 사회’, ‘포스트모던 사회’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환경과 학교 교육의 변화는 이미 UNESCO 21세기 세계교육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Education for the 21 Century)에서 1996년 UNESCO 본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예견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21세기 학교교육이 지향할 방향으로 ‘교육의 네 기둥 이론’을 제시하며 변화의 물결 속에 싸인 학교의 풍경을 ‘세계가 교실로 밀려들어 온다’라고 묘사했다. 오늘의 학교 교육환경은 이전과 매우 다르며 특히 교육 대상인 학습자의 성향이나 꿈, 태도 등이 이전의 학습자들과 매우 다르다고 현장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은 매우 자기중심적이다. 또한 개성이 강하고 물질만능 풍조에 빠져 있으며, 자기표현과 주장이 독특하고 인권의식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행복한 학교의 실현과 보람찬 교직생활을 하려면 교사들은 21세기 인간상과 교육사조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있어야 한다. 21세기 사회에서 살아갈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3C를 들기도 한다. 첫 번째 Creativity는 창의성, 새로운 사태의 파악과 창의적 사고의 발휘를 말한다. 두 번째 Character는 따뜻한 인성과 도덕성을 지닌 사람으로 민감한 감성의 발휘를 뜻한다. 마직막으로 Competence는 자기 업무 분야에서의 전문성 발휘와 실천역량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UNESCO ‘교육의 네 기둥 이론’이 지닌 교육적 의미(알기 위한 학습, 행동하기 위한 학습, 함께 살기 위한 학습, 존재하기 위한 학습: UNESCO 21세기 교육위원회 보고서의 핵심주제)의 내용을 고찰해 보고 이를 전제로 학교교육에서 강조하고 나가야 할 장학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교육의 네 가지 기둥 ‘교육의 네 기둥 이론’으로 불리는 21세기 교육의 패러다임은 오늘날 학교 교육의 방향과 주요 교육 정책을 수립 · 실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교육의 네 가지 기둥 이론은 21세기 시민을 기르는 초 · 중 · 고교의 교육자들이 늘 유념해야 할 학습방향과 교육과정의 구성 및 학습전략, 평가과정에서 주요 지침과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인간 개개인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비판능력과 독립적인 판단력을 함양시켜 가는 것을 말한다. 과학적 방법론에 관한 지식을 획득해 ‘과학의 친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한 지식이 삶에 의미를 주어야 한다. 미래사회에서 잘 훈련된 지식인은 광범위한 지적 배경을 가지고 소수의 몇 분야를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을 통해 개인은 다른 언어와 지식분야에 접촉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알기 위한 학습은 ‘학습하는 법에 대한 학습’을 전제로 집중력, 기억력,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지식관은 객관주의적인 전통적 지식관을 넘어서 사회현상에 대한 주체적 인식을 강조하는 상대주의 및 구성주의 지식 · 학습관으로 이해되어가야 한다. 첫째, 교육적 지식은 정태적인 관조적 지식이 아니라 역동적인 실행적인 지식이어야 한다. 둘째, 교육적 지식은 언어나 기호로써 표현된 이론적 체재와 같이 메마른 결정체가 아니라 전인적 관심과 정열적 탐구, 진지한 신념들을 포괄하는 총체적 경험이다. 셋째, 교육적 지식은 어떤 탁월한 개인의 인식능력에 의해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산물로 이해되어야 한다.
행동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행동하기 위한 학습은 변화하는 세상의 직업세계와 새로운 업무환경에 대한 창조적 대응 등 직업훈련 문제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것은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배운 바를 실천하도록 가르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교육이 미리 예측하지 못한 가운데 생겨나는 미래의 직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UNESCO 21세기 세계교육위원회는 특히 이 중에서 후자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금세기 산업유형의 발전경향을 보았을 때 인간노동은 점점 실체가 없는 정신적인 것 위주로 발전되어 산업분야에서도 노동의 지적 관련성 및 서비스 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평생교육 과정에서 유념해 나가야 할 것이다. 평생교육의 활성화를 통해 각 개인이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행동하기 위한 학습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부각에 따라 평생학습의 차원에서 다양한 직업세계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개인적 능력의 신장을 앞세운다. 행동하기 위한 학습과정을 통해서 직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가는 개인의 창조적 능력을 강조한다. 또한 기술, 직업훈련을 통해서 획득된 엄격한 의미의 기술, 사회적 행동, 팀워크를 위한 소양, 솔선수범 및 진취성의 발휘, 타인과의 협동과 갈등의 관리 기술에 대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
함께 살기 위한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 공동체 속에서 다른 지역 사람이나 외국 사람과의 조화로운 삶의 영위와 공존하며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해 가는 것을 말한다. 함께 살기 위한 학습은 21세기를 여는 하나의 열쇠이다. 그것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계에 의해 제시된 다양한 도전들에 대한 대응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삶과 직장생활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상황에 창조적으로 적응하는 교육적 대응이다. 학교 교육에서는 기본예절과 공동체 의식의 형성 및 타 지역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문화 상대주의적 태도를 육성하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오늘날 국제이해 교육 혹은 세계교육 등으로 각 급 학교에서 강조되고 있다. 이런 교육은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올바르게 하는 일이 이루어져야 하며 타인의 문화에 대한 가치인정과 존재의 확인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자기이해란 자신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정체성의 확립, 자아개념의 형성을 주로 의미한다. 타 지역이나 국가의 문화에 대한 상호인정과 문화교류의 활성화는 인류 공동의 문명과 번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세계화를 촉진하며 국제시민의 육성에 이바지하는 첩경이 된다.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 모든 사람들은 내부에 묻혀 보물처럼 숨어 있는 그 어떠한 재능도 결코 미개발 상태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몇 가지만 열거하자면 기억력, 추리력, 상상력, 육체적 능력, 미적 감각,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소질 등은 더 큰 자기인식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결국 ‘존재하기 위한 학습’은 교육 발전의 목표를 인격의 완성에 둔다. 즉 교육은 학습자를 개인으로, 가족과 공동체의 일원으로, 시민으로, 생산자로, 기술 발명자로서, 또 창의적인 상상가로서 자신의 표현기술 및 다양한 임무를 모두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교육의 네 기둥 이론과 장학 교육의 네 기둥 이론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학교교육의 책무성을 높이고 교육활동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시금석 같은 역할을 해준다. 또한 교사가 학생을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들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를 심사숙고하도록 하는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장학은 교육이념과 구체적인 학습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운용과 학습방법의 변화, 자기 주도적 학습력의 함양, 교사의 자질과 전문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한다.
알기 위한 학습과 장학 알기 위한 학습에서는 학습자가 지닌 지적 호기심을 일깨우고 습득한 광범위한 일반지식을 특정 주제에까지 깊이 있게 적용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알기 위한 학습에서는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학에서는 학습자 개개인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의 함양과 함께 메타 인지적 사고력(Meta Cognition Ability)과 고급사고력의 육성이 강조된다. 학습과제의 선정과 토론주제 등은 학습자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실제적 지식(Authentic Task)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의 기회를 많이 배려하도록 한다. 학습방법으로는 공동사고를 모을 수 있는 협동학습과 탐구학습, 현장학습 및 구성주의 학습관에 입각한 교육이 요청된다. 최근에는 개인과 조직이 가진 경험과 지식(암묵적 지식, 명시적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암묵적 지식은 구성원 소수가 실무현장에서 실제로 얻은 경험적 지식을 말하며, 명시적 지식은 언어와 문장으로 표현된 지식으로 구성원 모두가 알 수 있는 객관적 지식이다. 지식의 창출 과정은 사회화 - 외면화 - 결합 - 내면화의 단계가 순환되어가며 지식의 창출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다.
행동하기 위한 학습과 장학 행동하기 위한 학습은 직업기술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보다 넓게는 여러 상황에 대처하고 팀을 이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한다. 학습과정에서는 다양한 사회경험과 직무경험을 제공하며 그러한 경험들은 지역적, 전국적 맥락에서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해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에 따라서는 비형식적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같이 일정한 시기를 택해 특정지역이나 직장 등에서 체험학습의 형태로 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학습에서는 다양한 사회경험과 직업세계에 대한 능동적 참여의 태도와 능력을 강조하게 된다. 교수학습의 과정은 최대한 개별화해야 하며 학습자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한 진로문제의 결정과 전인적 차원의 평가 작업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행동하기 위한 학습을 돕는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특정한 직업세계에 몰입되는 편파적인 독서나 훈련의 경험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21세기에 맞는 인간상은 한두 가지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타 분야에 대한 이해와 평가능력, 교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Communication)을 지녀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과학과 수학 및 인문학을 연계해 공부시키고 직업적 경험을 쌓아가도록 하는 STEAM(과학예술융합교육)프로그램은 창의적 고급인재 육성을 위한 좋은 시도라고 본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의 융합적 사고를 강조하는 이 교육은 21세기 변화무쌍한 사회에서의 직업세계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인 것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학습과 장학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학습은 타인과 타 지역을 이해하고 상호 존중 및 상호의존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다원주의 상호이해 평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타인들과 함께 공동과업을 수행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면서 익히게 된다. 타 지역의 문화와 역사 및 생활양식, 가치관, 규범을 인정하고 교류하며 함께 살아가는 능력과 태도를 육성하는 것이다. 장학의 방향으로는 학생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나 문화 활동에의 참여를 통해 그리고 불우이웃들을 돕기 위한 지역사회 개선사업, 인본주의적 활동, 세대 간 지원활동 등과 같은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학교 교육에서는 기본예절과 공동체의식의 형성 및 타 지역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문화 상대주의적 태도를 육성하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이와 병행해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예절과 사회규범의 준수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사회규범을 존중하는 법교육의 활성화는 도덕성교육과 연계시켜 실시함으로써 자율적인 공동체 형성과 유지에 대한 시민의식을 신장시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사막화 및 황사 현상, 환경 오염문제, 이상기후, 생태계의 파괴 등에서 볼 수 있는 환경문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식량부족과 빈곤의 문제, 학교총기 난사사건 및 범람하는 각종 폭력과 테러 사건을 볼 때 이제는 학교에서부터 국제시민 육성교육을 통해 이웃이나 타 지역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공동체 의식교육이 매우 시급해졌음을 깨닫게 한다.
존재하기 위한 학습과 장학 존재하기 위한 학습은 개인의 인성을 보다 잘 성장시키고 자율성과 판단력,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학습은 교육발전의 목표를 인격의 완성에 둔다. 즉 교육은 학습자를 개인으로서, 가족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시민으로서, 생산자로서, 기술 발명자로서 또 창의적인 상상가로서 자신의 표현기술 및 다양한 임무를 모두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장학의 과정에서는 ‘존재하기 위한 학습’을 통해 개인의 인성을 잘 성숙시키고 도덕적 자율성의 신장과 판단력 및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구성이나 교수학습 방법은 인간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 및 잠재력을 신장시켜 상호 이해하고 협조해 나가는 민주 시민적 자질 육성에 두어야 한다. 인간의 다양한 능력의 발휘와 다양한 지적 재능을 발휘하도록 교육적 배려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다중 지능이론에 의거한 인간능력의 다양한 발휘를 장려하고 교육적 체제를 마련해 주는 것은 학습자 개개인을 사회에서 유능한 참여자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유용하다.
맺음말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도덕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지닌 교양인의 시대가 된다. 오늘날 개인은 어느 한 분야의 전문적 지식이나 기능에만 의존해서 살 수 없으며 다양한 경험이나 학문적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개인이 당면한 문제나 과제의 해결은 물론이고 사회문제와 여러 정책에 대한 분석과 판단 및 대안의 선정 시 간학문적 사고력이 요청되고 있다. 또한 과학적이고 논리적 사고력을 갖춘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분야에 대한 식견이 깊고 감성이 풍부하며 지덕체의 여러 영역을 고루 갖춘 사람의 판단을 더욱 신뢰하고 기대하는 사회가 되었다. 21세기 포스트모던 사회는 국제화 시대이며 개방화 시대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국제적 시민의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교육의 네 기둥 이론’은 교육체제의 원리와 틀을 구성하는 패러다임으로 학교교육의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삶의 질을 제고하는 의미 있는 교육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료한 틀을 제시해 주고 있다. 개인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상대적 지식관에 기초해 자기 주도적 학습력의 습득을 강조하고 개별화된 인지구조 형성에 맞추어진 구성주의 학습관에 입각한 교수학습과정이 실천되어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함께 살기 위한 학습’ 등의 원리는 점차 외국인의 문물이 거세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다문화사회에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동체를 원만하게 이루어가야 한다는 국제이해교육과 다문화교육의 기본 틀을 부여한다는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