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유지된 영어교사들의 대표 연구회
‘영어교육 잘해보자’라는 목표 하나로 한국중등영어교육연구회(회장 이병호 서울 국제고 교장)는 시작됐다. 1987년 당시 교육부에서 전국 단위 교과연구회를 지원하면서 전국의 중등 영어 교사들이 모이게 됐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자체 연구 모임을 갖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모임은 창립 초기와 같이 전국 16개 지회를 갖춘 전국 단위의 교과연구회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 같이 정부의 지원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영어교육의 발전에 대한 선생님들의 열정 하나만으로 연구회는 오랜 시간 유지돼 왔다.
이곳 연구회의 회원은 영어 교사뿐만 아니라 교장, 교감, 전문직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 회장은 “전국 5만여 명의 중등 영어 선생님 중 550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영어교사들의 대표 교과연구회”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현장에서 연구한 교수법 공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회원들이 어떻게 오랜 시간 하나의 연구회로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질 높은 영어교육을 위한 연구’라는 연구회 창립의 목표를 흔들림 없이 지켜왔기 때문이다. 연구회는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1년여간 연구하고 그 성과를 전국 단위의 워크숍과 세미나를 통해 공유하는 방식을 창립 초기부터 지금껏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
매년 10월께 전국 16개 시 · 도의 지회장이 모여 연구 주제를 결정한다. 이듬해 1월에 열리는 동계세미나에서는 각 지회에서 선발된 대표 교사들이 정해진 주제에 맞는 연구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연구를 진행한 뒤 8월에 열리는 하계 워크숍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얻어낸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교사들도 수업시간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현실 가능한 교수법이 워크숍에서 소개되는 것이다. 또 영어교육 전문가를 초빙해 교사들에게 올바른 영어교수법이나 최근 영어교육의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다양한 학습자 상황을 고려한 영어교육격차 해소방안’을 주제로 지난 1월에 서울에서 세미나를, 8월에는 충남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16개 시 · 도가 순번을 정해 순서대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연구회의 규칙이다.
연구 주제는 의사소통능력 신장을 위한 교수-학습 방법 개선, 영어교실에서의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영어교육법 등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주제로 엄선해 다양하게 다뤄진다.
이 회장은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교사 워크숍이라고 하면 1박 2일 정도 부설대학에 맡기거나 친목도모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선생님들이 스스로 현장에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나누는 시간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매년 우수한 연구 성과물을 낸 교사들에게는 국제영어교사협의회(IATEFL) 학회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IATEFL은 영어를 외국어로 가르치는 전 세계 100개국의 영어 교사들이 모여 1967년 영국에서 결성됐다.
연구회의 하계 워크숍에서 시 · 도 대표 16명 중 우수 사례 발표자로 선발된 3명의 교사들은 영국에서 열리는 이곳 학회에 한국 대표로 나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한국 영어교육의 위상을 세계에 드러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 이곳에서 외국의 우수 교수법에 대한 정보를 얻어와 국내 회원들에게도 소개한다. 이 학회를 통해 국내 · 외의 영어교수법이 서로 공유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 적합한 교수 자료 개발
연구회는 이 같은 활동 외에도 학교 현장에 적합한 여러 가지 교수 자료 개발에도 힘써왔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정하는 연구과제를 수행해 지난 2005년에는 ‘제10학년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기준 및 평가문항’을 개발, 보급했다. 2006년에는 ‘중1 교과학습 부진학생 지도자료’와 ‘고1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 문항’을 개발, 보급했다. 2007년에는 수업혁신과 평가의 신뢰제고를 위한 수행평가 자료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7차 교육과정에서 초등 영어교육이 시작될 때 듣기와 말하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마련토록 한 것도 우리 교과연구회에서 이뤄낸 것”이라며 “최근에는 세계화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국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할 수 있는 교수 자료와 문항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회 회원 중에 국가영어능력평가(NEAT)의 실질적 문항개발을 위한 위원으로 참여하거나 2009 개정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 회장은 “전국의 영어 선생님들이 회비를 걷어 자발적으로 모여 연구하는 모임이다보니 연구회 운영 예산이 많이 부족함에도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모임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선생님들의 연구모임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영어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교수 학습 자료를 많이 개발하고 적용해 학생, 학부모가 만족하는 수업을 실시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