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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교육청 방침에 반대하는 교사는?

모 중학교 교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는 비교육적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지 못하도록 시험 당일 학생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떠났습니다. 또 다른 교사는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학생부 기재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어 학생부 기재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와 교육청, 또는 교과부 방침에 반대하는 교사들은 법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나요?

‘복종의무’, ‘직장이탈금지’ 규정 위반 2008년부터 일제고사가 부활하게 됨으로써 국가주관시험을 놓고 정부, 교육청, 교사, 학생, 학부모가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위 교사처럼 시험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가진 교사의 경우에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기간에 교사가 학급의 학생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떠난 경우, 교사는 일종의 시험을 거부하는 불복종 행동을 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또 다른 어떤 교사들은 일제고사를 앞두고 연가신청서를 내고 학교장으로부터 불허통지를 받았음에도 출근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 역시 교육청과 학교장에 대한 불복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불복종의 사전적 의미는 ‘명령이나 결정 따위에 대하여 그대로 따라서 좇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도의 간디가 시민불복종이란 방식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투쟁을 했다거나, 미국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유색인 차별에 항의하여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교사의 불복종이란 단어는 왠지 낯설게 다가옵니다.
교사가 국가주관시험에 학생을 응시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아니면 불복종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교육적·사회적 논쟁의 중심을 잡아주는 사회적 준거는 관련 법률이 될 것입니다.

교사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관련 법률을 적용하면 교사가 정당한 이유도 없이 학생의 시험 응시 기회를 빼앗고, 학교장의 사전허가를 받지 않고 학교를 떠나는 경우는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무’와 ‘직장이탈금지’를 위반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복종의무’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직장이탈금지’란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관할교육청에서는 이러한 관련 법률을 어긴 관련 교사들에게 ‘복종의무’와 ‘직장이탈금지’ 규정을 적용하여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내린 바 있습니다.

또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학생부 기재 논란도 교육계에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진보성향의 교육감은 관할교육청과 학교에 학생부 기재를 하지 말라고 하고, 보수성향의 교육감은 기재하도록 요구합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요? 교과부장관과 교육감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단위 학교의 학교장과 교사는 손을 놓고 있거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날 교단은 학생의 수업방해, 교사폭행, 교실 내에서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 등으로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가 하면, 각종 교육정책에 대한 교사 개인과 교직단체의 불복종 투쟁으로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의 인격을 함양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교단이 마치 이념 투쟁과 색깔 논쟁의 장으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초·중등학생은 발달단계로 보아 지적·정서적으로 정체성이 성숙하지 않아 성인의 언행을 답습하는 성향이 강한 시기입니다. 교사 자신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정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논쟁을 할 수 있고 정책의 호불호를 가려낼 수 있지만,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고 균형 잡힌 판단력도 미숙한 청소년에게 자신의 신념과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 방식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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