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문화의 핵심 키워드가 ‘엄마’와 ‘여자’에서 ‘아버지’와 ‘남자’로 넘어갔다. 오랜 기간 대중문화의 흥행보증수표는 ‘엄마’와 ‘여자’가 대세였다. 1960년대를 강타했던 ‘미워도 다시 한 번’이 그랬고 1970년대의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 1980년대의 ‘애마부인’을 비롯한 무수한 에로물이 그랬다. 최근에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을 비롯해 TV 드라마 등 모든 장르에서 ‘엄마’와 ‘여자’는 언제나 반드시 다뤄야 될 중요 키워드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다르다.
갑자기 대중문화 각 장르가 흥행 키워드로 하나같이 부성애 혹은 남자들을 앞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분위기가 가부장적 정서에서 여성상위 시대로 넘어간 뒤 여성의 지위가 우월해지고 남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혼돈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불기 시작한 ‘부성애와 남자 신드롬’의 진원지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이다. 실제로 두 아들의 아버지인 주인공 류승룡은 극중에서 6세 지능의 아빠 ‘용구’역을 맡아 어린 딸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을 그려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시키며 충무로의 대세로 떠올랐다. 그로 인해 최고의 아버지를 의미하는 ‘딸 바보’란 유행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도 마찬가지다.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둔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 아버지들과 그의 자녀들이 야외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이 열풍에 더욱 부채질을 했다.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도 아빠들이 자녀들과 출연해 딸 바보, 아들 바보를 연기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예능 프로 ‘나는 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도 그동안 외면당했던 남자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남성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과거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권위주의 시대에 자녀들의 육아와 교육은 전적으로 여자의 몫이었다. 남자의 경우 부엌 근처는 물론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도 안 된다’는 가부장적 정서가 팽배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남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자유연애가 보편화되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의 가속화와 더불어 남녀평등이 자리 잡으면서 여성의 위상이 급격하게 상승되었다. 가정에서 남자가 휴일에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아내를 부려먹는 풍경은 이제 눈을 씻고 찾기 힘들다. 휴일에도 남편은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같은 가사 일을 도와야 하며 가족들을 위해 야외로 나가 봉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