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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신기루를 좇는 여정 <신기루>

신기루 |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



상처 입은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는 진정한 어른. 청소년을 대변하는 이금이 아동청소년문학가가 엄마와 딸을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성장 소설로 우리 곁에 왔다. 그녀는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등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진정성 있는 글과 자연스러운 필치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작품에서는 청소년을 화자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면 이번에 소개할 <신기루>에서는 화자가 둘로 나뉘어 색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누구에게나 사춘기는 있어
“엄마, 짜증나니까 그냥 내버려 둬요!”
필자도 사춘기 시절 가장 많이 쓰던 단어가 “짜증나”였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모녀간의 관계는 부녀나 부자, 모자 관계와는 또 다른 세계임이 분명하다. 작가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생명의 고리로 순환되는 모녀’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여자 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모르는 그런 보이지 않는 끈이 존재하고 있나 보다. ‘왜 아빠가 아닌 엄마한테 더 많은 상처를 주면서 청소년기를 보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필자에게 <신기루>는 그 해답을 준 셈이다.

하나의 이야기, 두 명의 화자
<신기루>를 보면 제일 먼저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일본 소설이 떠오른다. 같은 제목으로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써내려간 구성이 이 책과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상황이 보는 사람의 관점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닮았다. 그러나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달리 이금이 작가는 혼자서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가지 색으로 이끌어 간다. 그것도 딸이 되고 엄마가 되면서 말이다. 1부는 딸 다인이의 목소리로 2부는 엄마 숙희의 목소리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글은 배경은 몽골의 고비 사막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비에서 다인이와 엄마는 같은 장소지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생애 첫 비행과 학교에 빠진다는 기쁨 하나로 따라온 다인이와 자궁암 초기 진단을 받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온 엄마! 1부에서는 마치 사춘기 소녀가 일기를 쓰듯이 자연스러우면서 약간 들뜬 듯한 느낌의 글이 이어진다. 어쩌면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 글 속에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 이와 달리 2부는 조금 더 안정감이 느껴지는 글로 엄마 숙희의 생각들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어린 시절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과 학창 시절 꿈과 추억, 현재의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엄마 말을 어기더라도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아들 형인이가 보낸 문자 메시지. 엄마 숙희는 자신이 신기루를 보고 울었던 이유를 지금까지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의 메시지에 자신이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부여잡고 믿고 있던 것이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처럼 허상이었는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울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신기루를 좇는 여정이 아닐까? 다인이의 말처럼 사막에 신기루가 없으면 불안하고 무섭고 지루하고 심심할 수 있다. 우리는 복권을 사서 행복을 꿈꾸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으로 지금의 힘든 것을 견디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이루어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눈앞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달려나간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읽는 상황마다, 읽는 사람마다 시시각각 느낌이 달라지는 책이다. 책을 덮으며 엄마와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엄마와 또는 자녀와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또 다른 엄마의 모습, 자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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