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비락식혜 CF였다. 이 광고에서 김보성은 모든 단어 안에 ‘으리’를 집어넣으며 ‘으리’를 강조한다. ‘항아으리’, ‘신토부으리’, ‘아메으리카노’, ‘이것으로 난 광고주와의 으리를 지켰다’, 이런 식인데 이것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광고 직후 김보성 ‘으리’ 붐이 일면서 비락식혜 매출이 한때 70%까지 성장하고, 김보성에겐 광고 모델 제의가 물밀 듯이 밀어닥쳤다고 한다. 네티즌 사이에선 김보성처럼 ‘으리’를 활용하는 어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처음 김보성은 비호감 캐릭터였다. 방송에 나와서 투박하게 의리만을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하고, 촌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볼 땐 이상했던 것에도 사람은 이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선병맛 후중독’이라는 인터넷 용어가 있다. 처음엔 낯설고 비호감이었지만 자꾸 접하다보니 은근히 중독된다는 뜻이다. 김보성은 무려 10년 이상 의리를 외쳤고, 결국 사람들은 ‘으리’로 화답했다. 이것은 유희라는 인터넷 문화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재밌는 것, 우스꽝스러운 것, 엽기적인 것이 인터넷에선 환영받는다. 딴지일보, 디시인사이드, 일베 등으로 이어지는 인터넷 게시판 문화는 그 정치색과는 별개로 순수하게 유희, 말장난 등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보성이라는 특이한 캐릭터와 의리라는 표현이 유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 유희의 차원에서 의리가 ‘으리’로 희화화됐다. 현재 김보성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대단히 호의적이다. 거의 추앙하는 분위기까지 나타날 정도다. 이것은 지금이 남자의 시대, 그리고 불신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주말 예능만 봐도 그 어느 때보다 남자들이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1박 2일>, <무한도전> 등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은 모두 남자들의 형제애를 내세운다. <아빠 어디가?> 등 육아 예능은 아버지를 내세운다. 대놓고 남자를 강조한 <남자의 자격>, <진짜 사나이> 등이 사랑받기도 했다. 남자는 남자인데 완벽한 남자가 아닌 뭔가 허술하고, 불쌍하기도 한 남자들이다. 김보성도 우스꽝스럽고, 약간은 불쌍하기까지 한 느낌에 의리를 외치는 ‘상남자’ 캐릭터로 사랑받게 된 것이다. 또 세월호 선장이 승객의 믿음을 저버리고, 국가안전시스템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시대에 의리는 ‘당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다’, ‘당신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는 의미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절대적 신뢰, 절대적 책임이 바로 의리인 것이다. 김보성이 과거 십년 이상 의리를 외쳤어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최근 들어 그것이 열풍이 된 것은 이 시대에 의리가 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현실엔 신뢰가 없다보니 대중문화 캐릭터를 통해서나마 신뢰를 찾는 것이다. ‘으리’ 열풍에는 인간미도 한몫했다. 요즘 디지털 문화의 발달, 공동체의 해체, 각박한 세상살이 등으로 사람들은 외롭고 불안하다. 이럴 때 든든하게 의리를 외치는 촌스러운 남자가 따뜻한 인간미로 위안을 준 것이다. 마치 70년대 액션영화 속에 등장하는 의리의 사나이 같은 느낌으로 복고적 정서를 느끼게도 했다. 이런 복고적 정서도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결국 자극적인 재미와 위안을 추구하는 불안과 불신의 각박한 시대가, 십 년 이상 의리를 외친 초지일관 상남자에게 반응해 ‘으리 김보성’ 열풍이 나타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