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이면 인성교육진흥법이 학교현장에서 실현된다. 우리의 도덕성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고자 전 국가적, 전 국민적으로 한마음이 되어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이 교육현장에서 ‘고통스러운 법’이 되지 않기 위해서, 또다시 형식적이고 실적만을 위한 ‘무늬만 인성교육’으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독한 마음으로 실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29일 통과된 ‘인성교육진흥법’은 여러 가지로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의미가 있다.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명시한 독립된 법이라는 점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역대 최다 규모의 국회의원 102인이 공동 발의하고, 199명 국회의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가결하였다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 관점이 인성 중심 패러다임으로 변화되어야만 하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으며, 반드시 그렇게 변화되기를 희망하는 ‘바람’이 크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언한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올해 상반기 중에 교육부에서 시행령을 마련하여 공포하고, 올해 7월부터 이 법에 의한 인성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게 된다. 그동안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절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하여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상황에서 마침내 역사적인 한 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교육의 본질’을 중심에 놓게 되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인성교육진흥법의 첫 번째 의미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바른 인성과 참된 인간 육성에 두고자 했다는 것이다. 즉,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진정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내고자 하는 것’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20여 년이 흘렀지만 5.31 교육개혁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5.31 교육개혁의 핵심이었던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은 많은 장점과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교육의 본질을 뒷전으로 밀리게 하는 결정적 ‘실수’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수요자가 원하는 성적과 입시, 학벌을 추구하는 교육을 실시하면서 우리 교육은 경제 논리 우선과 물질 중심 가치관, 출세 지향 주의, 경쟁 위주 교육 등을 은연중에 부추기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우리 사회의 도덕성은 심각하게 상실되어 갔다. 청소년들의 학교폭력과 인터넷ㆍ스마트 폰 중독, 사이버폭력은 물론 성인 사회의 군대 내 가혹 행위와 잘못된 갑을 관계 및 많은 부정부패 현상, 세월호 사건에서 보인 건전한 가치관 부재 등 우리 사회는 인간다운 삶이 무너진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성교육진흥법은 교육의 핵심적인 과제를 ‘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인성을 지닌 바람직한 시민을 길러내는 일’로 삼겠다는 전 국가적 전 국민적 결의를 표명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제안 이유에서 ‘오늘날 고도의 과학기술 및 정보화시대에 강조되는 정보기술의 발전과 활용의 원천은 인간에게 있고, 인간의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 여하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이고 진정한 경쟁력은 인성에 달려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 따라 ‘대한민국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여 국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히 밝힘으로써(제1조) 참된 인성을 지닌 바람직한 시민 육성을 추구하는 ‘인성교육’을 이 나라 교육 핵심으로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회 분야에 인성교육의 책무를 부여하다.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진흥법은 교육의 책임 주체들에게 ‘바른 인성을 지닌 참된 인간 육성’의 의무를 규정했다. 그러나 인성교육의 책무는 교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학생 교육의 책임은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파편화되어왔던 폐단을 걷어내고 학생 교육에 책임이 있는 주체들인 학교, 가정, 사회의 유기적이고도 통합적인 교육적 노력의 실질적 구현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인성교육진흥법은 고전적으로 내려오는 인성교육의 기본 원리인 ‘모든 사회 분야에서 인성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4조와 제5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위해 인성교육에 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명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가정, 학교, 지역, 그 밖의 사회 모든 분야에서 학생이 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건전한 인성을 갖추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학교의 장은 인성교육을 위한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ㆍ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가정과 지역사회 및 언론의 인성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이들이 인성교육에 적극 나서도록 하면서 필요하면 예산을 지원할 수도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됨으로써 그동안 선언적이고 구호에만 그쳐오던 인성교육을 전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매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교육진흥위원회를 설치하여 인성교육 정책의 목표와 추진 방향, 인성교육 기본계획 수립, 인성교육 추진실적 점검 및 평가, 인성교육 지원의 협력 및 조정 등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제10조). 또한 교육부 장관은 인성교육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인성교육진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인성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감은 이 종합계획에 따라 연도별 인성교육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실행, 평가하도록 하고 있고 학교의 장도 매년 1회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교원들은 인성교육 관련 연수를 연간 일정 시간 이상 이수하여야 하며, 교대와 사대 등 교원 양성기관에서도 예비교사들의 인성교육 지도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관련 교육을 필수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교육 확대를 위하여 필요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도록 해야 한다. 인성교육에 필요한 예산의 경우 학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인성교육 예산으로 편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예산 편성 시 학교 인성교육 예산을 편성하여야 한다. 이처럼 범국가적 차원에서 인성교육을 실질적으로 실행해 갈 수 있도록 제도와 체제를 제대로 갖추도록 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인성교육’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머지않아 시행되게 될 인성교육진흥법으로 교육현장에서는 인성교육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노력들이 경주될 것이다. 당연히 국가적으로 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기구와 체제가 갖춰지게 될 것이고,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은 인성교육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궁리, 수립, 시행에 들어갈 것이다. 각 학교에서도 매년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ㆍ덕목을 중심으로 학생의 인성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ㆍ운영하면서 보고하는 한편 인성교육 활성화를 위하여 학교ㆍ가정ㆍ지역 사회와의 연계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인성교육 관련 교원 연수가 새로이 시작되거나 기존의 연수가 강화되는 한편 교원 양성대학 등의 기관들에서도 예비교사들의 인성교육 관련 지도 능력 증진을 위한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나아가 학부모들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학교의 인성교육 활성화 시책에 협조하면서 인성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해당 기관의 장에게 건의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의 인성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 활동들도 일어날 것이며 언론에서도 범국민적 차원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들의 참여 의지를 촉진시키기 위한 캠페인 활동 등을 전개해 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정말 인성교육이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점들을 극복해 가는 일이 요구된다. 먼저, 인성교육에 임하는 교사들부터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은 바른 인성을 지닌 참된 인간의 삶’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교육에 임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가는 일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삶의 목적을 행복에서 찾았다. 그의 윤리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은 선하지 않고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행복한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선한 사람이 되라!’는 것을 만고의 진리로 굳게 믿고, 이를 가르치고 몸소 본을 보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가치관이 이 사회에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형식화와 실적 위주의 인성교육을 극복해 가는 일도 중요하다. 그동안 인성교육이 강조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선언과 구호 그리고 무늬만 인성교육인 경향이 짙었다. 또한 누구에게 인가 보이기 위한 그리고 실적을 올리기 위한 데 급급했던 점도 없지 않다. 따라서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 각 학교는 예전과 다름없이 형식적으로 실적 올리기를 반복하면서 법 제정을 하나의 장식과 선언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바른 인성을 구성하는 덕성과 도덕적 역량 요소들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작지만 가능한 것부터 실질적으로 길러가도록 노력해 갈 필요가 있다. 보이기 위한 행사와 실적으로서의 인성교육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바른 인성 요소를 차근차근히 길러가는 내실 있는 실효적 인성교육으로 추진해 가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으로 인해 학교현장에 업무가 가중되어 오히려 고통스러운 인성교육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과 여타 업무 및 잡무들을 처리하기에 늘 바쁘고 힘들다. 최근에는 학교에서 보육 기능까지 수행해야 하고 학교 내 인적 구성이 다양화되어 갈등이 늘어나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들도 수행해 가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성교육이 또 다른 가중 업무로 주어진다면 이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도덕ㆍ윤리과를 중심으로 각 교과교육에서 인성교육을 충실히 실행하는 한편 창의적체험활동과 그 외 학교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및 생활지도 등과 결합하여 내실 있게 인성교육을 실행해 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 스스로부터 연구하고 연수 및 교육을 성실히 수행해가는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성교육을 제대로 실행해 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적극 부흥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교총이 중심이 되어 전개하고 있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과 같은 자발적 시민 단체들의 선도적 노력도 요청된다. 또한 인성교육 핵심 교과인 도덕교과를 주당 한 시간으로 축소하는 등 무시하고 소홀히 했던 오류를 바로잡아 원래의 위상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바람직한 가치관의 문화와 풍토를 형성해야 한다. 이기적이고 출세 지향적이며 물질 위주의 가치관에서 고귀한 정신의 가치 있는 삶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과 재능 및 소질을 계발하고 지위 지향성이 아닌 과업 지향성의 소명을 다하는 삶의 자세로 스스로 자아를 실현하면서 이웃과 공동체에 공헌하는 삶을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 사회 환경 조성은 국가가 인성교육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드러낼 때 마침내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