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네로 황제, 연산군…. 우리는 역사 속에서 종종 ‘폭군’을 만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패권을 차지하고, 폭정으로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등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폭군의 사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우리나라 폭군의 대명사인 연산군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함께 악(惡)에 사로잡힌 인간의 한계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폭군은 누가 만든 것인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군주가 갖춰야 할 자세를 설파하였다. 시대를 초월해 어느 시대에나 군주가 갖춰야 할 자질은 중요한 관심사였다. 권력이 혈연에 의해 승계되었던 왕정 체제에서도 군주의 역할과 함양되어야 할 가치를 정리한 제왕학을 핵심적인 학문으로 가르쳐왔다.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조금은 다르게 적용되었지만 신하를 존중하고, 백성을 사랑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점은 변치 않는 핵심 덕목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때때로 군주의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폭정을 일삼아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나라를 위태롭게 한 사례를 발견한다.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업적은 높이 평가받을 수 있지만 개인의 영생을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 탄압함으로써 본래 업적을 퇴색시킨다. 로마의 찬란한 문화를 한순간 무너뜨린 네로 황제 또한 폭군의 대명사다. 왕정 체제의 역사에서만 폭군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도 무고한 사람들을 정치권력의 이름으로 짓밟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캄보디아에서 자행된 킬링필드를 들 수 있다. 1975년부터 크메르주의 지도자 폴 포트에 의해 시작된 학살은 최대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에서 확인되듯이 북한의 폭압적 정치 상황 역시 우리 민족의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인권유린 실태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폭군은 무엇이 문제인가? 폭군의 비뚤어진 생각과 행동은 수많은 사람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며, 국가 전체를 위태롭게 만든다. 그러나 학생들의 경우 ‘폭군 이야기’에 매료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그들의 폭정이 자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폭군 이야기를 단순한 흥미 차원을 넘어 그러한 역사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폭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연산군이다. 재위 기간은 12년 남짓이었지만 두 차례의 사화를 통해 많은 인재를 죽음에 몰아넣었고, 입에 담기조차 힘든 패륜을 저질렀으며 결국 폐위되어 죽임을 당한다. 여기에서는 연산군과 관련된 내용으로 폭군의 문제에 접근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