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가에 언젠가부터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취업과 스펙쌓기에 몰두하느라 ‘교육’을 뒷전으로 하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남의 스승이 될 만한 모범이나 본보기’를 갖춘 교육에 매진하고 몰두하는 교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 교(校)’를 뒤에 붙이는 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교육 부재 내지 불모 상황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 ‘대학교’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때가 어서 오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보다는 ‘대학교’라는 명칭이 더 일반적이다. 대개는 대학보다 대학교가 더 크고, 더 높고, 더 좋은 줄 안다. 딴에는 그렇다. 일반적으로 대학은 단과대학을 의미하며, 최근에는 과거의 전문대가 대학으로 일제히 ‘승격’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대학교는 많은 경우 여러 개의 단과대학에다가 대학원까지 갖춘 종합대학을 뜻한다. 대학의 최고 수장은 학장인데, 대학교의 최고 책임자는 총장으로 불린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대학들은 모두 대학교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대학교라는 명칭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university를 그냥 대학으로 번역해 사용한다. 도쿄대학, 교토대학,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북한에서도 굳이 대학교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북한의 유일한 종합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도 끝에 ‘교’ 자를 붙이지 않는다(참고로 북한의 나머지 대학들은 모두 단과대학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의 약칭은 ‘김대’가 아니라 ‘종합대’이다).
우리의 ‘대학교’는 이름값에 걸맞을까? 우리나라에서 대학교라는 이름의 효시는 1946년에 개교한 서울대학교이다. 그전에 있던 대학들은 ‘교’자 없이 전문대학 아니면 제국대학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해방 후 남북 분단 상황에서 미군정 당국이 김일성종합대학에 필적하기 위해 만든 국립 서울대학교가 대학이 아닌 대학교라는 간판으로 출범한 것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 자세한 연유는 잘 모른다. 일단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학교가 대학보다 좀 더 낫게 보여 그랬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다. 하지만 대학 뒤에 ‘교’ 자를 붙여 굳이 대학교로 작명(作名) 한 것에는 또 다른 깊은 뜻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교는 ‘학교 교(校)’ 자를 쓴다. 학교란 가르치고 본받고 교정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대학이라는 말 대신 대학교라는 말을 쓰게 되면 그곳은 ‘교육기관’의 의미가 부각된다. 이에 비해 그냥 대학이라고 하면 그곳은 이미 충분히 공부한 사람들의 ‘연구기관’이라는 뜻에 가까워진다. 요컨대 대학교가 초ㆍ중ㆍ고교의 연장선에서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를 의미한다면, 대학은 ‘기성학자들의 모임, 곧 학문의 전당이나 지성의 전당’을 뜻하게 된다. 해방 직후 서울대학교를 만들 때 이런 차이점을 알았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university를 대학이 아닌 대학교라고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교라는 주어진 이름에 값을 다하기 위해서 선생들은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야 하고 학생들은 열심히 배워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교가 대학의 행세를 하면서 교육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우리나라 상황은 대학교에서의 기본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져 있다. 저(低)학력에다가 무교양이 넘치는 대학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低)학력과 무교양이 넘치는 대학이 판을 치는 이유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대학교나 대학생의 숫자가 너무 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 내외인데, 이렇게 국민의 절대 대다수가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한다는 사실은 국가적 자랑도 아닐 뿐 아니라 그 자체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 정도의 진학률이라면 대학으로서는 물론 대학교로서도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언제부턴가 연구중심대학 혹은 대학원중심대학을 표방하는 대학들이 늘어난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