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도 어렵지만 국어의 문법만 같으랴. 매일 사용하는 ‘말’이었음에도 문법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도대체 뭔 말인지’, ‘뭐가 이리 복잡한지’ 머리를 감싸 쥐게 된다. 특히 음운체계는 학생들을 괴롭히는 단원이다. 복잡하고, 재미없고,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초성게임’으로 음운체계를 학습해보자.
‘곰’과 ‘공’은 다른 말이다. 학생들에게 왜 다르냐고 물어보면 “곰은 받침이 ‘ㅁ’이고 공은 ‘ㅇ’이니까”라고 답한다. 이 두 단어가 다른 말로 구분되는 이유는 자음 ‘ㅁ’과 ‘ㅇ’이 의미를 구분해 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눈(目;eye)과 눈(雪;snow)은 단어를 이루고 있는 자음과 모음이 서로 같다. 그러니 자음과 모음의 모양으로는 두 단어의 뜻을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어를 구분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금세 “눈(目;eye)은 짧게 발음하고, 눈(雪;snow)은 길게 발음한다”고 똘똘하게 답한다.
결국 어떤 단어들의 뜻을 구별하는 조건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다르든지, 그 모양이 같다면 음의 길이가 달라야 한다. 이처럼 의미를 구분해 주는 최소의 문법 단위를 음운(音韻)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음운’을 어려워한다. 표를 보고 외운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쉽다. 무의미하게 기계적으로 암기했기 때문이다. 혀의 움직임, 소리의 울림, 혀의 위치 등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진다며 ‘므, 브, 스…’를 반복해보지만, 전문가가 아닌 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말 그런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그래서 학생들이 SNS에서 자주 사용하는 ‘초성으로 말하기’를 활용하여 음운체계를 학습해보았다. 자신들이 머리를 쥐어짜내며 만든 단어들로 음운체계를 암기해서인지 효과는 탁월했다.
음운체계의 효과적 암기법, ‘초성으로 말해요’ 국어의 음운에는 자음 19개, 모음 21개가 있다. 자음은 입 안에서 장애를 받고 나오는 소리이다. 자음은 두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소리의 종류와 그 소리가 나오는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소리의 종류에는 기본소리, 된소리, 거센소리, 비음, 유음이 있다. 모음은 자음과 달리 발성 시 발음 기관들이 서로 가까이 이동하지 않아 공기의 이동이 자유롭고, 소리 나는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모음은 발음할 때 입술 모양이나 혀의 위치가 도중에 바뀌지 않는 단모음 10개와, 바뀌는 이중 모음 11개로 나눌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의 분류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자음 기본소리는 ㅂ,ㄷ,ㅅ,ㅈ,ㄱ,ㅎ, 된소리는 ㅃ,ㄸ,ㅆ,ㅉ,ㄲ, 거센소리는 ㅍ,ㅌ,ㅊ,ㅋ, 비음은 ㅁ,ㄴ,ㅇ, 유음은 ㄹ이다. 기본소리에서 자음에 획을 추가하거나 제거해서 된소리, 거센소리, 비음, 유음이 만들어진다. 그 소리들이 나오는 곳들로 따지면 순음(입술소리), 설음(혀끝소리), 경구개음(입천장소리), 연구개음(어금니소리), 후음(목구멍소리)가 있다. 순음은 ㅂ,ㅃ,ㅍ,ㅁ, 설음은 ㄷ,ㄸ,ㅌ,ㄴ,ㄹ,ㅅ,ㅆ, 경구개음은 ㅈ,ㅉ,ㅊ, 연구개음은 ㄱ,ㄲ,ㅋ,ㅇ, 후음은 ㅎ이다. 기본소리, 된소리, 거센소리는 울리지 않고, 비음과 유음은 울리는 소리이다. 울림소리는 소리를 낼 때 성대가 울린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