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사(敎育史)에서 교총은 우리나라 교육의 정점(頂點)이었고, 교육제도와 정책 운영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34대 회장단이 출범한 2010년 6월은 대한민국 교육과 교총에게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교원의 권익 향상이라는 전통적 이익단체 성격에서 벗어나, 전문성 촉진 활동과 책임 있는 사회단체로서의 역할 강화를 시도한 것이다. 교원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전문직 교직문화를 조성하면서, 국민과 시민사회의 지지를 획득해나가고자 했다. 본지는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응전한 제34대·제35대 회장단 5년간의 활동 성과와 과제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교총 100년을 위한 교총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취임 5주년을 맞아 “앞으로 새로운 교원상 정립과 실천적 인성교육 확산에 남은 임기 동안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6월 20일 제34대 회장에 당선된 안 회장은 2013년 6월 20일 직선 회장 최초로 연임에 성공해 만 5년간 교총을 이끌어왔다. 특유의 돌파력으로 전국 단위 독도의 날 기념식 최초 개최(2010), 수석교사 법제화 및 주5일수업제 도입(2011),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창립(2012), 한국사 수능 필수화(2013), 인성교육진흥법 제정 및 ‘스승의 길’ 노래 제작(2014), 민(民)·관(官)·정(政) 대타협 공무원연금법 개정(2015) 등 교육의 변화를 주도했다. 안 회장은 취임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남은 임기 동안 ‘새로운 교원상’을 정립해 ‘新 교권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교권보호법 등 법, 제도로 교권을 보호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이제는 교원 스스로 실천을 통해 교육개혁 주체로 거듭나고, 사회적 신뢰를 끌어내는 교원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양옥 회장이 발표한 ‘교총 미래 100년을 위한 지난 5년간의 평가와 발전방향’을 정리한 것이다.
제34대·제35대 회장단 활동의 성과와 과제
제34대 회장단 출범 이후 5년 동안 교총은 많은 현장 중심의 정책적 성과를 이뤄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은 수석교사제 법제화(2011), 주5일수업제 도입(2011), 교대 박사과정 설치(2012), 한국사 수능 필수화(2013), 인성교육진흥법 제정(2014) 등이다. 특히 수석교사제 법제화는 교총이 1982년부터 30년이 넘게 주장해온 숙원과제였다는 점에서 교총 정책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성과였다.
2012년 교대 박사과정 설치는 1996년 교대 교육대학원 설치 이전부터 교총이 계속 요구해 온, 초등교육계와 초등교원의 염원이자 숙원과제를 이뤄낸 것이다. 이를 통해 초등교원의 전문성 촉진, 초등교원의 계속교육 기회 확장, 초등교원의 학문적 성장 욕구 충족, 세계 수준의 교원 육성 등 초등교육 발전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한편으로 초등교육의 특수성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교대의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학문적 위상 제고, 중등교원양성기관과의 차별 해소, 무엇보다 교·사대 통폐합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
한국사 교육 강화도 이 기간에 이뤄졌다. 2013년 6월, 안양옥 회장은 제35대 한국교총 회장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사의 수능 필수과목 채택을 요구했다. 주지교과 중심이 되다 보니 학생들의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심각한 상태로, 인문학적 소양의 기초가 되는 한국사 교육이 소홀히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피력한 것이었다. 취임 기자회견 이후, 이러한 한국사 교육 강화 요구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청와대 및 정부, 국회,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정책 입안이 잇따랐다. 대통령의 역사교육 강화 의지가 표명되고, 사회적으로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서명운동 등 국민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이에 2013년 8월, 교육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2014년 12월의 인성교육진흥법 제정도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이다. 교총과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하 ‘인실련’)의 각고의 노력으로, 지난 20여 년간 계속적으로 강조해왔으나 늘 입시위주교육 등에 밀려 홀대받아왔던 인성교육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나아가 그간의 대한민국 교육의 부정적인 면을 치유하고 극복하면서, 인성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의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는 교육사적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교원이 이제는 학교 교육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또 단순 지식전달자 및 학업성취의 조력자에 국한된 역할이 아닌 학생의 전인적 성장에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을 기할 수 있는 당위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인실련 등 민간의 노력으로부터 정책의제가 형성·확산되고, 이를 정치권이 법률 제정으로 화답한 것이라는 점에서 여타 일반적인 법률제정과는 차별화되는 의미가 있다.
교권 수호 및 새로운 교원상 정립
교직특수성을 지키고 학교 현장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였다. 대표적 교원 원성(怨聲) 정책인 교장공모제와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학교 현장의 여론과 요구에 부합되도록 개선을 추진했다. 한편으로 2014년 교직에 대한 노동경제적 접근으로 교원의 헌신과 열정을 약화시키는 시간선택제교사 도입에도 강력히 맞서 사실상 철회시켰다. 중학교원 연구비 지급의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2012년 8월, 학교운영지원비에서 지급되는 중학교원 연구비의 위헌판결 이후, 2013년부터 중학교원에 대한 연구비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다. 교총은 교육부와 공무원 보수 전반에 대한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를 대상으로 소관 법률에 근거 마련을 요구하며, 2년 여간 투쟁 및 협의 활동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4년 5월에 교원 연구비 지급에 관한 규정(교육부 훈령) 제정을 관철시켰다. 하지만 초·중등 교원의 연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한국교총은 2010년 6월 제1기 민선 교육감 출범부터는 직선 교육감의 이념적, 실험적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학교 현장을 대변하여 강력히 대응했다. 교장·교감 수업 제도화 및 9시 등교 정책 등 기존 교육 질서를 부정하고 학교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책, 자사고 폐지 및 혁신학교 확대 등 진보적 교육 이념성 확장 정책, 무상복지 등 교육 포퓰리즘 정책에 적극 맞섰다. 교육감 개인의 교육철학 및 정치이념에 따라 지역 교육정책의 방향이 급변하고, 좌지우지되고, 교육정책의 편향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책적 선명성을 바탕으로 저지와 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교육감의 자기 사람 심기, 편향·코드인사에 대해서도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2013년 11월에 교총의 공익사단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소 한국교육정책연구소가 주도하면서, ‘새교육개혁포럼’을 창립했다. 교직의 연구직주의를 추구하면서, 교육현장 중심 연구운동의 구심체로서 바텀업(Bottom up) 교육과정 개편을 이뤄내기 위해서였다. 창립 당일 ‘국가교육과정과 교과 난이도 및 학습량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창립포럼을 개최한 이래, 새교육개혁포럼은 5차에 걸친 포럼을 통해 그간의 국가주도의 교육과정을 탈피하여 현장교원 중심의 바텀업 교육과정 형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조직 및 연구 역량 강화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연구 활동 또한 강화했다. 공익사단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연구용역을 수주하였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현장 체감의 정책개발에 노력하였다. 2010년 6월 제34대 회장단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한국교육정책연구소는 총 30개 과제, 총 12억7천2백54만 원의 연구비를 외부로부터 수탁하여 정책연구를 수행하였다. 2003년 교총이 한국교육정책연구소를 공익법인으로 설립한 이후 2010년 6월까지 외부 연구 수탁과제가 7개 과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양적 측면에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질적 측면도 다양화되었다. 대표적인 연구과제 내용을 살펴보면, 교원사기진작방안 연구(2011), 교원양성기관 미래형 교육과정 개발(2011), 교원양성기관 학생선발 및 교원임용제도 연구(2011), 체벌대체 지도방안 현장우수실천사례 연구(2011), 중등단계 특성화중학교 도입방안(2012),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 대응 교원정책 방향(2014), 교육현장에서 바라본 5·31 교육개혁 20년 재조명(2014) 등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