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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대신에…

누구나 한 곡씩은 ‘비장의 노래방 애창곡’이 있다. 하지만 노래를 잘 부른다면 모를까, 노래 부르는 것이 고역인 사람도 있다. 이럴 때 ‘애송시’를 낭송해보자. 절대로 어색하거나 뻘쭘하지 않을 것이다. 가수를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고 하지 않던가. 주변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작은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다.

01
여럿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때, 한국 사람이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즐기는 놀이는 무엇일까? 한때는 화투 치기가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아닌 것 같다. 설 명절 시즌에는 윷놀이 같은 것이 등장하지만, 모든 연령층이 다 선호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그것은 단연코 ‘노래하기’란다. 그것도 누군가를 중앙 무대로 불러내어 노래를 시키고, 그 노래를 함께 즐기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노래 시키기는 온 국민의 놀이 패턴처럼 되어서, 놀이를 나선 자리라면 어디선가 노래판 한 마당이 벌어진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노래방 왕국, 노래방 풍속을 만들어 놓은 나라가 우리나라 아니었던가.

그러다 보니 그런 자리에 대비해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노래 한 두 곡쯤은 준비해 둔다. 친하게 자주 어울리는 친구 사이에는 누구는 무슨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다 알려지기 마련이다. 흥을 맞추어 함께 불러주기도 하지만, 죽으라고 노래를 시켜는 놓고 막상 자기들은 딴짓을 한다. ‘노래방 꼴불견’의 하나로 일찍부터 지목되어 왔다. 그러기는 해도 돌아가며 노래 부르기는 한국인의 표준 오락 모드이다. 행락에서 돌아오는 관광버스 안에서 불러 재끼는 노래들을 보라. 서로 돌아가면서 나와 마이크 잡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은 무아지경이다. 그렇게 노래 부르는 동안 어느새 관광버스는 집에 당도해 있어서, 미진한 노래 흥을 아쉬워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은 해 보았으리라.

이런 노래 부르기는 으레 한두 잔의 술로 기분과 흥취가 올라 있어야 제격이다. 또 너나없이 함께 이물감 없이 친숙해야 제대로의 맛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면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무언가 지금부터 의미 있는 친교를 해 나가야 하는 때도 많다. 그러니 당장 이렇게 질박한 친숙감으로 노래를 불러대며 시작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아니 세상에는 그런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들과 교감해야 할 때가 더 많다. 더구나 술 한 잔 걸친 기분을 생뚱맞게 억지로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그러니 보라. 아무리 친숙한 동네 사람들끼리 떠나는 관광 놀이라 해도, 행선지로 가는 아침 관광버스 안에서부터 마이크 잡고 돌아가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고역이 없단다. 내가 왜 여기를 따라왔든가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잘 알지 않는가. 이런 경우 노래를 못 부른다고 그냥 놓아 주지를 않는다. 마치 이 공동체의 배반자라고 되는 양 닦달하면서 온갖 수모를 가져다 안긴다. 오락의 이름으로 노래 못하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한다. 노래를 해도 수모, 노래를 안 해도 수모를 겪는다. 노래 강제로 시키기가 가히 폭력의 수준으로 가도, 우리는 ‘그거야 뭐 다 웃자고 하는 일인데’ 하면서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푼다. 아니 우리 모두가 공범처럼 가해자의 편에 서는 것이다. 또 이런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모인 일행에 어른도 있고 아이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학생도 있고, 부모님도 있고 자녀들도 있고, 그래서 무작정 노래 부르기를 들이대기가 난처한 경우도 있다. 요컨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여흥과 사귐을 만들어 가는 자리가, 노래 시키기와 노래 부르기로만 독점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친교의 정을 더하는 자리에 더 의미 있는 콘텐츠는 없을까.

02
노래를 시키면 어떻게 하나. 이런 고민은 내게도 진작에 있었다. 노래하라고 불려 나와서 그걸 얼렁뚱땅해 내기까지, 그것은 은근한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무슨 묘책이 없을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노래의 자리에 내 애송시(愛誦詩)를 가져가기로 했다.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일단 마이크 있는 자리로 나와서, ?노래 대신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낭독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한번 해 보자. 마침 옛 학창 친구들과 태안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 부근으로 놀러 가는 일이 생겼다. 부부 동반이란다. 나는 근자에 내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촘촘히 준비했다. 바로 이 시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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