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의 중등교사들은 수행평가 확대 적용에 대해 원칙과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수행평가 영역에 대한 확실한 지침 없이 서둘러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공정성’이다. 내신 점수와 직결된 평가 제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교육계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수행평가도 그렇다. ‘배움의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수행평가 확대의 교육목표, 필요성, 시대적 요구 등은 공감한다. 하지만 수행평가가 학교 현장에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평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중등교원 절반은 ‘수행평가 확대’ 우려 수행평가 확대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교총이 지난 3월 9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 9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산출하는 것에 대하여 초등학교에서는 55.3%가 찬성한 반면, 중학교 교원은 54.8%가 반대했고, 고등학교 교원은 66.3%가 반대했다([표-1]참조). 입시와 내신 성적에 민감해질수록 평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중·고교 교원의 절반 정도는 수행평가 확대가 가져올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공정한 기준 마련이 어려워 내신 갈등 확산(중 46.3%, 고 44.7%)’을 꼽았다. 이는 ‘좋은교사운동’이 2016년 4월 4일 전국 초·중·고 교사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필 평가와 수행평가에 대한 현장교사 설문조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30.3%가 ‘수행평가 실시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공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입제도 개선 없이 피할 수 없는 ‘공정성 시비’ 아직까지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수행평가는 필기시험만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긴다면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학교에서는 시행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행평가는 부모평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극성스런 학부모들은 학교 수행평가에 더욱더 깊이 관여하려 들것이고, 이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결국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공정성 시비’는 피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수행평가로 내신이 결정된다면 학부모들의 민원과 불만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교권침해로까지 번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성 민원이 부담스럽다(18.6%)*는 현장교사의 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능 불변에 따른 이중적 학습부담 가중(중 24.3%, 고 30.3%)** 역시 우려 대상이다. 초등교원 역시 이중 학습 부담(38.7%)에 공감했다([표-2] 참조).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시·정시·논술·학생부종합전형·포트폴리오 등 이중삼중사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평가를 더 얹어주는 것은 고통을 더 가중시키는 일이며, 좋은 수행평가 점수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