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후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갈등이 내년에도 이어져 또다시 보육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수도권인 서울·경기 등 대부분 시·도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았다. 향후 당분간 뚜렷한 해법도 보이지 않아 큰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2017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곳은 12개 교육청(서울·부산·광주·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남·제주)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액 편성한 곳은 4곳(대구·대전·울산·경북)이다. 인천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모두 우선 7개월분만 일부 편성했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12개 교육청은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교육청들은 한결같이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부에서 편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해결하기보다 중앙정부 예산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교육청의 입장은 교육청에 교부되는 예산으로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을 지원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은 상위법인 지방재정교부금법에 어긋나고 어린이집을 지원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누리과정 시행 이후 지방채 발행 등으로 재정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것이 시ㆍ도교육청의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영유아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지원하도록 규정한 것은 적법하고 교육청 재정상황에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측은 시·도교육청에 교부금을 배분할 때 누리과정 예산 소요분을 반영했기 때문에 각 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 의무가 있고, 또 내년 교부금이 올해 본예산보다 4조8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에 재정적 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당연히 시·도교육청에서 편성해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이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자기 논리에 매몰돼 강 대 강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조금도 양보 없이 학부모와 원아들만 골병들 우려가 큰 실정이다.
사실 누리과정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별무인 현실에서, 정부는 올해 예고한 대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끝까지 편성하지 않은 경기도교육청(5356억원)과 전북도교육청(752억원)에 내년 보통교부금을 감액한 바 있다.
이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여당은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설치해 누리과정 예산을 정해 강제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야당은 교부금의 내국세 교부 비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소위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혼미해 제대로 심의될지는 미지수다.
이제 정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접점을 찾아야 제2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보육대란을 막을 수 있다. 전혀 개선되지 않고 해마다 반복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타령에 멍드는 것은 학부모와 원아 동심이라는 점을 헤아려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부담 주체를 명확히 제도화해 그 매뉴얼대로 해마다 예산을 편성해야 제2. 제3의 보육대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갈등과 보육대란 우려에 대해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교육부 측과 시·도교육청 측의 상호 대립이 본질이 아니고, 그 중심에 우리나라 미래의 새싹인 어린이집 원아들의 양질 교육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전제하면, 해마다 반복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장기적 관점과 안목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여부는 상극(相剋)이 아니라 상생(相生)의 길로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