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초·중·고교가 운영하는 학교평생교육 프로그램이 교육에 대한 주민 요구 해소와 학교·학부모 간 소통에도 큰 역할을 하면서 학교가 지역의 교육·문화적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교평생교육은 수도권에서 좀 더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인구가 많아 지방에 비해 평생교육 수요가 높고 강사 수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1년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현재 216개 거점학교에서 465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서울시와 함께 11개 학교에 전용교실을 설치했다. 경기도는 343개교에서 665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거점학교는 관내 전체 초·중·고의 약 16%지만, 구청 등 지자체 지원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많아 실제 참여율은 40~50%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은정초는 학교평생교육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 학교는 주변에 저소득층이 많은 서울메트로 신정차량사업소 부지 위에 있다는 이유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3D 프린팅, 독서지도사 자격증 과정 등 주민의 관심을 끄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후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이 학교 김기홍 교감은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던 주민들이 직접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을 체험한 후 학교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며 "지난해 31명이었던 입학생이 올해는 61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 대산고는 학생들이 강사나 봉사자로 참여하는 재능기부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년 전 재능기부 차원에서 인근의 대산초, 대신초, 대산중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으로 시작해 지금은 노인대학 생활영어·기초문해 강좌, 지역아동센터 연계 프로그램 등으로 프로그램의 영역을 넓혔다.
대산고 박성진 교사는 "학생 봉사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강사 수급이나 예산과 관련한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면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평가가 좋고, 대입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평생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제도적 지원체계 구축은 미흡하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곳은 서울, 경기 등 일부 지역에 불과하고, 대부분 학교운영비나 외부 지원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범·연구학교를 선정해 지원했지만, 현재는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원, 충남, 전북,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들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교육청 지원이 있는 곳도 넉넉하진 않다.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올해 초 관내 20개 교에 평균 300만원~350만원을 지원하는 거점학교 공모에서 경쟁율이 3대 1에 달했다"며 "얼마 안 되는 예산도 지원 못 받는 학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이 정도라도 하는 곳은 서울, 경기 등 일부 지역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는 실제 프로그램 운영보다 예산 유치와 관리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시·도나 시·군·구청, 각종 공공기관, 사회단체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지원받은 예산을 기관별로 구분해 처리하는 데 따른 행정업무 부담이 크다.
서울 A중 교사는 "기관별로 쪼개져 들어오는 예산만이라도 교육청이 모아서 일원화해줘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B중 교사는 "지원청 권유로 시작했는데, 학생 수업보다 더 손이 많이 가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선 교사들은 교육당국이 학교평생교육에 적극 나서는 데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정책 목표가 될 경우 학교 여건은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강요할까 걱정돼서다.
서울 C초 교감은 "우리 학교도 평생교육이 잘되고 있지만,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생 교육에 전념해야 한다"면서 "여력이 될 때 하는 것이지, 성과가 보인다고 억지로 확산시키면 부작용만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