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까지 노란 은행잎을 잔뜩 달고 서 있던 은행나무가
오늘 아침 교문에 들어서서 보니 벌거벗고 서 있다.
순간 가슴에서 뭔 가 쿵 내려앉았다.
말없는 가르침으로 나무는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100만의 촛불 민심에도
검찰의 피의자 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 나라 최고 권력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컷 찍었다.
은행나무 한 그루도 아는 그 지지의 순간을!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교정에는 여명이 남아 있어서 약간 어두웠다.
마치 이 나라에 깔린 짙은 어두움 같아서 마음이 시렸다.
그 어두움에 내몰린 사람들, 학생들, 젊은이들의 함성이 빈 가지 사이에서 들려왔다.
이 나라는 지금 어둠에 묻혔다.
아니, 새 역사를 다시 쓰려는 중이다.
여명을 밝히는 벌거벗은 은행나무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나에게 나무는 묻는다.
'너는 지지의 순간을 아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