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위해 교사와 자치단체가 나섰다."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진 13일 서울시 은평구청 4층. 10평 남짓 되는 구청 인터넷방송실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은평인터넷스터디(회장 김광훈) 소속 교사들이 방송강의를 녹화하고 자신의 강의 계획에 대해 서로 논의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은평인터넷스터디는 은평구 관내 현직 교사들이 학생들을 위해 주요 과목에 대한 강의를 직접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는 모임.
은평구는 서울시 25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최하위로 주거지역 대부분이고 서민층 및 저소득청 등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이 많다. 자연히 자녀의 과외 및 교육비 지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강남·강북간의 교육 불균형에 대한 피해의식이 잠재해 있기도 하다.
구청은 상대적 교육불균형 해소를 위해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찾고 있었고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세명컴퓨터고 김광훈 교사가 구청과 학교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한 것이 계기가 돼 인터넷 강의가 출범하게 됐다. 방송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구청이 맡기로 했고 교사들은 무보수로 강의를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월부터 모임을 갖고 준비 시작해 3월부터는 시범운영에 들어갔고 7월부터 은평인터넷방송국(www.ebn.seoul.kr) 사이트를 통해 본격적인 방송에 들어갔다.
현재 인터넷 강의에는 고등학교는 수학, 영어, 국어 과목에 5명의 교사가, 중학교는 수학과목에 1명이 참여하고 있다. 기초과정과 수능대비 과정 등으로 운영되고 학기중에는 1주일에 2회씩 나와 방송을 녹화하고 있다. 또 4명의 교사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구청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관내 학생들을 위해 제작됐지만 현재는 모든 학생들에게도 방송 시청이 길이 열려 있다.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연북중 이재엽 교사는 "현재 1강좌당 500명 이상이 수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과목을 확대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많은 만큼 홍보가 많이 돼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재동 구청장은 "강남과 강북의 차이는 바로 교육이라는 점에서 지원을 하게됐고 이는 기초단체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며 "학생수가 증가하고 참여교사가 증가하면 지원이 좀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원강사에 의한 인터넷 강의를 시행하는 것은 여러 곳 되지만 모두 현직교사가 무료 강의를 제공하는 것은 없다. 학원강사가 아닌 현직 선생님이 직접 강의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실질적인 학습보조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는 것이 구청 측의 설명이다.
노 구청장은 "학원강사가 강의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교사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판단해 거절했다"며 "무보수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 덕택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뿐만 아니라 국내 213개 4년제 대학 및 185개 2년제 대학의 관련 자료를 상세히 소개하는 '사이버 학교탐방', 대면상담이 어려운 고민을 사이버공간을 통해 현직 선생님과 상담하는 '사이버 상담' 코너 등도 운영하고 있다. 구청측에서는 앞으로 교과목 선생님이 출제하는 중간 및 기말고사 등 모의시험의 성적을 평가 관리하고 성적 우수자 및 모범학생을 장학생을 선정해 표창하는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또 실제 학교 수업을 촬영해 방송하는 등 관내 학교와 연계한 현장 학습 강의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학교업무에 바쁜 회원들이 강의까지 하느라 힘든 점이 많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만큼 늘 밝게 웃고 있다"며 "고액을 주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