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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수업이야기] 삶과 연결하기

교직 경력 15년이라 들었지만 신규교사처럼 앳된 표정에 말씀과 동작이 귀여웠던 한 중학교 사회 선생님의 수업에 초대 받았을 때다. 단원은 ‘바다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지형 관련 부분이었고, 동해안과 서남해안의 해안선 모양, 형성 과정을 비교하는 것이 학습목표였다. 
 
학생들은 4인1조 모둠 대형으로 앉았고 책상 위엔 빈 세숫대야와 수건, 물감, 물이 담긴 페트병이 놓여 있었다. 선생님은 칠판에 우리나라 해안지형이 표시된 백지도를 띄워놓고 며칠 전 연휴 동안 여행한 사람이 있는지, 혹시 바다에 간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놀랍게도 한 학생은 이 날 해안지형 실험에 쓰려고 서해안 여행길에서 바닷물을 패트병에 담아왔다고 했다. 선생님은 병뚜껑을 열고 주변 학생들 코에 가까이 대며 “어때요, 바다 냄새가 나지 않나요?” 말했다. 호기심 가득, 페트병에 눈이 모아졌고 자연스럽게 실험에 대한 동기유발이 이뤄졌다. 
 
선생님은 조별로 나눠준 페트병의 물을 세숫대야에 따르게 하고 물감을 풀어 바닷물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모둠 별로 파란색, 초록색, 하늘색이 만들어졌는데 한 모둠은 특이하게 검은색 바다를 표현했다. 선생님이 연유를 묻자 서해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을 떠올리며 오염된 바다를 표현한 것이라 했다. 자세히 보니 기름이 둥둥 떠 있기까지 했다. 실험 준비물로 식용유까지 추가해 가져왔던 것이다. 선생님은 ‘엄지 척’을 해보이며 남다른 발상을 칭찬했다. 세숫대야 바다에는 어느새 아이들이 만든 종이배도 여럿 눈에 띄었다.
 
선생님은 모둠을 순회하며 “세숫대야 바닥에 손가락 끝이 닿게 손을 세운 다음 물을 더 부어 보세요”, “다음엔 그 상태에서 손을 위 아래로 움직여 보세요”, “손가락 두 번째 마디까지 바닷물이 닿게 하면 손가락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 들쑥날쑥해 보이죠? 그게 바로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안입니다.”
 
서해안은 침수해안이고 해안선이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이라는 설명이 교과서에 나와 있지만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직접 손으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해보는 실험을 택한 것이다. 
 
수업나눔 전 선생님의 성찰지를 보면 수업 내용이 교과서 속의 따분한 지식이 아닌 ‘나와 관련 있는 내용이며 내가 살아가면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관심사이자 고민거리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형 단원의 가장 효과적인 수업 방법으로 실험이나 시뮬레이션 체험을 생각했고, 지구과학과 융합적인 성격을 지닌 이 부분을 모둠활동을 통해 상호작용과 수업참여가 일어나도록 고안한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해안선을 표현한 학생들은 이어 손으로 산 모양을 만들어 물을 붓고 가장 높은 곳이 섬으로 남게 되는 실험을 했다. 다도해의 형성 원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럼 ‘동해안은 무엇으로 설명하실까?’ 잠시 궁금했는데 선생님은 팔뚝을 들어 보이며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동해안은 이 팔뚝처럼 해안선이 단조롭단다. 그렇다면 이 팔뚝에 해당되는 산맥이 뭘까?” 학생들은 망설임도 없이 “태백산맥이요!”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학생들은 시끌벅적 실험활동을 하다가도 선생님이 “하나, 둘, 셋” 하면 “찰칵” 소리 내며 설명에 집중했다. “찰칵” 할 때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드는 게 선생님과 학생들이 정한 집중신호였다. 선생님은 수업과정과 참여도를 수행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미리 안내했고 학생들은 수업규칙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 
 
선생님은 수업나눔에서 사회 교과는 일상생활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업 내용을 자신의 삶 속에서 떠올리는 기분 좋은 경험들이 수업에 더 관심 갖게 하고, 일상생활과 교과 지식을 연계하는 노력을 더 하게 만들 것이라 기대했다. 수업이 얼마나 즐거웠으면 종이 칠 무렵 한 학생은 “이런 수업 한 번 더해요”하며 졸랐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시간에는 제주도의 화산이 왜 순상화산과 종상화산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요구르트와 요플레로 실험하겠다고 예고했다. 용암 성분의 유동성과 점성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맛있는 몰입기제를 활용해 이해시키려는 의도였다. 몸으로 체험하고 오감으로 느끼며 교과와 삶을 연결한 사회 수업의 융합적 실험과 도전 정신에 나도 ‘엄지 척’ 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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