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산을 오르는 등반대는 서로의 몸을 로프로 연결한 채 눈길을 걷고 바위를 탄다. 가느다란 줄에 몸을 싣고 가파른 절벽에 매달린 이들은 이미 하나의 운명을 가졌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을 얻고자 이들은 이렇게 매순간 맞닥뜨리는 죽음의 공포를 뚫고 그 산에 오르려는 것일까.
아시아크. 알래스카 사람들은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을 이 얼음산으로 인도하는 신이 있다고 믿었는데 그 신의 이름이 아시아크다. 그래서 이들은 아시아크에 오르면 이승에서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서로 다른 이유 때문에 아시아크 등반길에 오른 두 남자 중현(이성재)과 우성(송승헌). 이들은 갑작스런 눈보라와 천둥번개로 동료들과 떨어져 조난을 당한다. 가스 버너는 바닥이 나고 램프도 꺼졌다. 다리를 심하게 다친 중현은 움직일 수조차 없고 난생 처음 조난을 당한 우성은 점점 지쳐간다.
동굴 속을 서서히 덮어오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산을 올라야 했던 이유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이유 속에 경민(김하늘)이라는 같은 여자가 있음을, 두 남자를 설원으로 부른 것은 결국 한 여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경민이 왜 유부남인 중현을 사랑하게 됐는지, 우성은 왜 끝까지 중현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알래스카의 시린 설경과 그 속에서 퍼즐처럼 맞춰져 가는 두 남자의 아픈 사랑은 어느 정도 자연스레 어울려 들어간다.
"이러다, 둘 다 죽어…."
아시아크 암벽에 위태롭게 매달린 로프는 처음부터 하나가 될 수 없었던 중현과 경민의 운명을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어쩌면 사랑과 등산은 그렇게 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두 사람이 밧줄 하나에 기대 얼음산을 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위태롭고 힘든 게 아닐까. 그렇기에 목숨을 걸면서까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