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교무실이 침묵 속에 빠졌습니다. 교사끼리 상처 주는 교권침해는 늘고 있습니다. ‘교실붕괴’는 혼자 극복할 수 없는데 교사 간 거리는 자꾸만 더 멀어집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수업도, 생활지도 해법도 얼굴 맞대고 소통하며 함께 커가는 교사여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서로 기대지 못해 쓰러진다’는 시구처럼 먼저 회복해야 할 건 사제동행이 아니라 ‘師師동행’이 아닐까요. 연중캠페인 ‘사사동행’을 시작합니다. 협력, 배려, 공감의 가치를 실천하고 동반 성장하는 교사들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려 합니다. 그런 교직문화가 정착‧확산되도록 관심과 동참을 바랍니다.
대구대봉초 관행 깬 업무분장
전입 교사에게 선호업무 양보
고맙고 미안해…서로 솔선수범
“배려의 교직문화, 더 퍼졌으면”
전근을 앞둔 교사들은 누구나 걱정이 앞선다. 이번엔 어디로 가게 될지, 기피 업무나 학년을 맡아 고생하는 것은 아닌지, 학교 분위기는 괜찮을지 마음이 복잡하다. 그리고 우려는 곧 현실이 된다. 손쉬운 업무는 대부분 기존 교사들이 가져가고 전입자들은 기피 업무를 떠밀리듯 맡는다. 소외된 마음은 더욱 커지고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고자 부단히 애쓰는 일. 3~4년에 한번 씩 돌아오는 전근은 교사들에게 으레 그런 존재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이런 문화를 바꾸기 위해 전입 교사들에게 선호 업무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바로 대구대봉초(교장 박경애)의 ‘꽃방석 프로젝트’. 손님이 오면 꽃방석을 내어주듯이 전입 교사들에게 ‘좋은 자리’를 먼저 주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3월 부임한 박경애 교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교감 시절 근무했던 학교에서 시험 삼아 해봤던 것이 반응이 좋아 아예 본격적인 문화로 정착시키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프로젝트는 전입 해에 선호 업무를 양보 받았던 교사들이 1년 후에 다시 전입교사들에게 선호 업무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학교는 기존 교사는 물론 전입이 확정된 교사들을 대상으로 희망 업무를 사전에 조사했다. 김시응 교무부장은 “1순위부터 6순위까지 희망 업무를 적으면 통계를 내 전입교원부터 1~2순위 내에서 배정하고, 나머지를 기존 교사들이 가져갔다”며 “모두의 희망을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고 기피업무는 서로 논의해서 합의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불만 없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확정된 업무분장 내용은 첫 출근일인 16일 발표했다.
박 교장은 “2월 업무분장 시즌이면 서로 힘든 일을 미루거나 피하려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역발상으로 기존 교사들이 먼저 손을 내밀면 전입 선생님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학교에 빠르게 적응하게 돼 결국 학생에게도, 학교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일부 교사들이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새로 오면 누구나 다 힘든 일을 맡고, 또 지금까지 그렇게 해온 것이 당연했는데 손해봐야 하느냐는 수군거림도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하면 지금과는 다른 학교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박 교장의 설득에 교사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전근 때마다 곤란을 겪었던 기억이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낸 것이다.
박 교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저경력부터 베테랑까지 올해 대구대봉초로 전입 온 교사는 10명이다. 출근 3일째였던 21일. 아직은 서먹한 기운이 감돌 시기지만 교사들은 마치 오랫동안 호흡해온 사람들처럼 어색함 없이 교내 연수에 참여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전입 교사들은 “학교에서 보여준 뜻밖의 배려에 감동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직경력 30년차인 최선희 교사도 옮길 때마다 기피업무를 맡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체념했던 차였다. 최 교사는 “희망 업무보다도 훨씬 수월한 업무를 배정받아 놀라우면서도 기뻤다”며 “한편으로는 나를 대신해 누군가 힘든 일을 맡았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보다 솔선수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출근 첫 날 ‘비전공유 및 협업지수 높이기’ 활동도 실시했다. 자신의 장점을 소개하고 서로 칭찬한 후 학년별로 한해를 어떻게 꾸릴지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덕분에 교사들은 더욱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윤명옥 교사는 “처음 6개월은 1시간 일찍 출근하기도 하고, 몸살도 한 번씩은 걸릴 정도로 전근 첫해는 적응에 애를 먹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출근 첫날부터 ‘우리학교’란 생각이 들었고 선생님들과도 금세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동학년 선생님들끼리 자료를 공유하고 생활지도도 함께하자고 의기투합했다”며 “일이 있을 때도 먼저 맡겠다고 나서는 분위기가 돼 올 한해를 훈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교장은 “커다란 변화라기보다 작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번지는 긍정의 힘을 기대한다”며 “우리학교를 시작으로 이런 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더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