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 공립 수준의 교육청 재정을 지원하는 ‘공영형 유치원’ 2곳이 이달부터 서울에서 시범 운영된다. 현장에서는 학부모 학비부담 경감과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환영하는 한편 지속적인 예산 확보의 어려움과 사인 유치원의 법인화 출연금 부담 등 우려도 따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공영형 유치원’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사립유치원에 재정을 지원해 학부모의 유아학비 부담을 경감하고 운영 법인에 과반수 이상의 개방이사를 선임토록 해 건전하고 투명한 운영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공영형 유치원으로 선정된 사립유치원은 서대문구 한양제일유치원과 강서구 대유유치원이다. 이들 유치원은 앞으로 5년간 교육청으로부터 공립 수준의 교직원 인건비와 유치원 운영비, 교육기자재, 시설 개‧보수 등 재정을 지원받는다. 따라서 학부모부담금은 월 27만5000원, 22만6000원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조정된다.
교원의 경우 기존 인력을 활용하되 결원이 생길 경우 공채를 통해 채용한다. 교육청은 지원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경력을 바탕으로 호봉을 개별 획정하고 교육공무원 연봉의 80%~100% 상당으로 인건비를 지원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관련 예산 15억 원을 편성했으며 시범 운영 뒤 학부모 만족도와 운영 성과를 고려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영형 유치원이 시범 운영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따른다.
위성순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장은 “사립유치원에 재정을 지원해 유치원 운영체계를 공립유치원 수준으로 정비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임에 동의한다”면서도 “법인 전환 과정에서의 출연금 부담을 해결하지 않으면 설립자들이 선뜻 신청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인 유치원인 경우 법인 전환 시 3년 치의 수익용 기본재산 통계를 내 50%를 출연금으로 내야 한다. 규모가 큰 유치원들은 이 비용만 10억 원이 넘을 수 있는 등 법인화에 따른 설립자의 부담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이일주 공주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몇 명의 아이들에게 어떤 혜택이 가도록 지원할 것인가 등 구체적인 선정 기준을 공신력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치원 규모나 지역 차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특히 교육감의 성향이나 정치적 전략에 따라 제도의 운명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유아교육에는 복지적인 성격이 있는 만큼 실험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손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장은 “공영형 유치원의 취지 자체가 열악한 사립유치원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감을 비롯해 시의회에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향후 정기평가와 종합평가 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지속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