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카우트연맹은 지난달 연맹 강당에서 '사랑해요 선생님' 수기공모 시상식을 가졌다.
이번 수기공모에서는 초·중·고·교사·일반 부문에 걸쳐 총 85명이 한마음상, 진리상, 꿈나무상, 은혜상, 카네이션상을 수상했다.문화부장관상인 한마음상은 ▲봉선화 교장선생님을 자랑합니다(유연주 교동초) ▲오이비누의 향기를 그리워하며(김진희 울산 성안중)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선생님께(성정모 대전고) ▲선생님! 나의 선생님-고3때 담임선생님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전부희 부산여중 교사) 등 4편이 차지했다. 다음은 교사부문 수상작 내용의 일부이다.
<한마음상 교사부문 수상작>
선생님! 나의 선생님!
전부희 부산여중 교사
고3 예비고사를 치르고 급성 신장염으로 인해 한 달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쉬던 때의 일이다. 본고사가 남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학교에 못 가고 있는 본인이나 지켜보는 가족이나 다들 불안하기 그지없는 나날이었다.
불안하고 걱정되기는 담임선생님께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 '이 녀석이 집에서라도 제대로 공부는 하고 있는 건지, 신장염 때문에 엄청난 부피로 부어 올랐던 얼굴이며 손가락 등등이 도로 원상복귀 되어가는지'를 궁금해하시다가 급기야 집으로 가서 확인해봐야겠다고 마음을 정하셨던 것 같았다.
중학교1학년 이후로 학교와 멀다는 이유로 담임선생님의 가정방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던 우리 집에-사실 그 점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지내왔었다- 선생님께서 친구와 함께 들어서시는 순간 난 너무나 뜻밖의 일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어쨌든 선생님은 우리 집에 들어오셨고, 내가 누웠던 자리며 누추하기 그지없던 가구며 동생들로 인해 어지럽혀져 있던 책상 위를 둘러보시고 창가로 가셔서는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한참 바라보시고 계셨다.
나는 그동안 선생님께서 우리 집을 둘러보시고 난 후 하실 첫마디를 지레 짐작하고 부끄러움으로 인해 얼굴이 빨개진 채로 그 말씀을 기다리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황망하게 고개를 숙이고 기다리고 있던 내게 선생님께서 정작으로 하신 말씀은 "이렇게 어렵게 사는 줄 몰랐구나", "동생들이 많은가 보구나"가 아니고 "부희야! 네가 이렇게 넓은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고 있어서 그렇게 마음이 넓고 착했구나"라는 예상 밖의 따뜻한 칭찬의 말이었다. 그 순간 내 표정은 한없이 밝아졌고 어색하고 굳어있던 분위기도 풀어져 버렸으며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가슴 찡한 감동은 마음 속 깊이 고마움과 함께 남게 되었다.
그 날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카시아집까지 선생님과 함께 산책하며 받아마신 바닷바람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난 곧 학교에 다시 나갈 수 있었으며, 본고사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여 원하던 사범대학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될 수 있었다. 지난 20여년간 교사의 길을 걸으며 내게도 가정방문을 할 기회가 여러 번 주어졌으며 학생들의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되는 일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나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떠올려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집안 풍경이나 내부 상황보다 바깥 풍경 또는 바깥상황으로 돌려 말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니셨던 분,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자존심 상해하고 부끄러워하는지를 미리 짐작하시고 짐짓 피해주셨던 그 분의 가르침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