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최순실 사태의 불똥이 학교 체육 현장 발등에 떨어졌다. 우리나라 교육 행정의 임기응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장기간에 걸친 국민적 의견 수렴과 교육 현장의 여건을 감안해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은 일반적 하향식 지시 행정의 하나인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각급 학교의 체육특기생들의 학사관리를 강화한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엘리트 체육과 엘리트 체육교육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제2의 정유라·장시호’를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체육특기 학생들에게만 이중고를 지우는 행정편의적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 방안에 따르면 우선 202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에 학생종합생활기록부가 의무적으로 반영된다. 교과 성적과 출석이 기록된 학생부는 현재 대학별로 반영 여부를 선택하고 있다.
올 2017학년도 입시에서 체육특기생을 뽑은 92개교 가운데 학생부를 반영한 학교는 59곳(64.1%)이었다. 교육부는 또 대학이 자의적으로 전형을 바꿀 수 없도록 모집인원과 정량평가 기준을 공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입면접·실기평가에 반드시 외부인사가 참여하도록 했다.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방안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한편 각 대학입시 자료는 현행 4년에서 10년으로 보존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의 경우 1998년 연세대 체육특기생 입학 당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졸업취소 처분이 나오지 않았다. 입학한 지 오래돼 자료가 없고, 당시 대부분이 체육특기생의 출결관리를 느슨하게 해 학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와 같은 체육 특기생들의 학사 부적정은 특정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학사 비정상임은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대학생 체육특기생들의 수업대체 인정기준을 높이고, 추가 시험 실시와 과제물 제출도 의무화할 계획이다. 다만, 체육 특기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허용할 경우 이미 학부모들이 ‘대리수강’ 하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초·중·고교 체육특기생, 운동선수 등의 학사관리도 엄격해진다. 훈련은 정규수업 이후에 참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훈련 장소가 교내에 없는 경우에는 온라인 수업 등을 활용해 보충학습 제공을 의무화한다. 2021학년도 고입 체육특기자 선발부터는 내신성적이나 최저학력 도달 여부를 반영하도록 하고, 최저학력에 이르지 못한 학생은 전국대회와 국제대회 참가를 제한한다.
교육부의 이번 체육특기생들의 학사관리를 강화한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학부모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행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최저학력 기준은 초등학생의 경우 학년 교과목 전체 평균점수의 50%, 중학생은 40%, 고등학생은 30%다. 일반 학생의 평균 점수가 높으면 현실적으로 학생 선수들은 하한선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생 선수들을 위한 수업을 따로 제공하고 평가도 따로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학생들의 진학이 대회 출전 성적으로 입시 당락이 결정되는데 학업 성적을 근거로 대회 출전 여부를 제한하는 것은 학생 선수들을 역차별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사실 냉철하게 반성하면, 최순실 사태와 정유라·장시호 학사 부정이 드러나기 전가지 우리나라 체육 특기생 학사 관리는 ‘느슨한 고무줄’처럼 엉터리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부는 안 해도 체육 종목 한 가지만 잘하면 국민적 영웅이 되는 사회적 제도가 관행이었던 것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미술과 음악 등 예술분야를 포함한 다른 분야에는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체육특기생들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세월호로 애먼 현장학습만 시행을 어렵게 한 것처럼 최순실·정유라 사태로 체육특기생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학교 체육이 대중 체육이 아니라, 엘리트 체육인데 교육부의 체육 특기생 제도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비난이다.
2016년~2017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사태의 핵심인 정유라, 장시호의 경우 교사와 교수들이 부정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번 대책에는 입시비리에 가담한 학교와 교수들의 제재 방안이 제외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교육부의 체육특기생들의 학사관리를 강화한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은 총론적으로는 매우 바람직하다는 동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체육 특기생인 학생들이 학업과 운동·체육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부족한 편이다. 또한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대중체육)이 공존할 수 있는 교육과 체육 상생정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체육특기생들에게만 멍에를 씌우려하고 있지, 실제 체육 특기생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지도자(교사·교수)들에 대한 제재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또한 체육 특기생들에게 준한 음악·미술·무용·영재 등 예술 영역 특기생들에게도 제한 규정을 부여해야 형평성에 적합할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이제라도 이 방안에 대한 국민적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고 대학입시, 체육특기생 학사 관리, 다른 영역 특기생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최종안을 발표하고,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