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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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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말','말','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최근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의 아재 개그가 유권자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재미 삼아 한 이야기가 당사자둘에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그냥 분위기 고조를 위해 한 것이지, 당사자에겐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변명은 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4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실을 빠져나오자, 한 여학생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를 따라왔다. 내심 수업 관련 이야기라 생각하고 점심 먹고 찾아올 것을 말했다. 내 말에 그 여학생은 당장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할 것 같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 아이의 뜻이 워낙 완강하여 점심을 잠깐 미루고 그 아이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그 아이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으며 나를 따라온 이유를 적나라하게 말했다.


수업 중 예를 든 내용이 자신을 빗대어 말한 것이 있다며 거기에 따른 해명을 요구했다. 뜬금없는 그 아이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더군다나 50분 수업시간 중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특정한 아이를 빗대어 말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잠시나마, 조금 전에 끝난 수업을 떠올렸다. 수업 중, 수업 내용과 관련하여 예를 든 적은 많으나 그것이 어느 특정 학생을 두고 말한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에게 해명할 내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자, 참다못한 그 아이는 수업 중 내가 했던 말을 하나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빗대어 한 이야기 중에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수업시간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든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라며 나의 사과를 요구한 것이었다.


순간, 이 아이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말문이 막혔다. 우선,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그 사례를 든 이유와 목적에 관해 설명해 주고 이해를 시켰다. 처음에는 내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으나 앞으론 이런 사례 드는 것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하자 그제야 수긍하며 교실로 돌아갔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듯 수업 중 학생에게 말을 잘못해 곤욕을 치르는 교사를 자주 보곤 한다. 심한 경우, 교사와 학생이 법정까지 가는 진흙탕 싸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학생의 입장을 한번쯤 헤아려 볼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 사제간 정이 사소한 일로 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 교사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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