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입전형제도는 늘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를 긴장시켜 왔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일률적 입시제도가 교육 3주체보다 항상 상위에 군림하였다는 느낌도 부인할 수가 없다.
입시생들의 모든 사정을 외면한 체 치러지는 입시 전형일은 국경일이나 광우병보다 중요한 뉴스로 취급되었다. 전형일 앞에서는 아비의 장례식도 밀려나야 되고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면서 시험장에 나타나는 것을 대단한 의지의 표상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그간 개혁을 빙자한 입시제도의 수시 변화는 입시생을 위한 발전적 제도보다는 모두를 곤경에 빠트리는 혼란의 제도라는 인식이 더 뿌리깊게 박히게 되었다는 중론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타난 '수시 모집'이라는 제도는 입시생 선택의 폭을 넓혀주게 되어 조금은 다행스럽다 할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1년 내내 수시로 모집을 하는 너무 풀어진 대입전형제도는 수시합격 이후 학교 생활이 흐트러지는 또 다른 바이러스로 전이되면서 '수시모집증후군'이라는 신종 병명을 등록하고 말았다.
1학기 수시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이 겪는 일반적인 증후는 급작스런 긴장 해소로 인한 학습의욕상실증, 결석지각과다증 등이다. 이런 증세들은 본인은 물론 학교 전체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재능선발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다소 퇴색되면서 적당주의가 만연되기도 하고 급기야는 일탈행동까지 목격되기도 한다.
또, 대학은 대학대로 1년 내내 휴식 없는 입시전쟁에 시달려야 하고 대학 생활에 대한 준비가 다소 느슨해진 학생들을 입학 이후에 다시 다그쳐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학부모나 학교에서도 때아닌 걱정이 늘어났다. 방과 후 느슨해진 저녁 시간 활용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불필요하게
거리를 배회한다든지 청소년 출입제한 구역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고 그들을 당장 수용할 특별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진학 지도와 이들을 위한 생활지도를 동시에 펼칠 수 있는 여력이 모자라는 고등학교측으로서도 여간 걱정이 아니며 이런 것들이 학교 전체의 학습분위기를 해치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첫째, 수시전형 시기를 수능고사 이후로 미루어 학생들로 하여금 내신점수와 수능고사 성적 중 유리한 것을 택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수시전형 시기를 2학기 중 어느 달에 집중시켜 한 달 기간 동안 자유롭게 수시모집전형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셋째, 수시 전형 시기가 2학기 전 기간에 펼쳐지더라도 최소한 1학기 중에는 전형시기를 피해주어야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어떻게든 2학기에 이전에 수시 전형의 결과가 발표되어 가뜩이나 교실붕괴현상 등으로 힘들어진 현장교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은 개선해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