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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공부 맛'을 느끼는 기말시험이 되기 바란다

 모처럼 비가 내려 주변 수목들이 생기를 얻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여유가 생기는구나. 너의 이번 기말시험 목표는 확실하게 정하였지? 네가 학원에도 가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있다면 구태여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즉, 점수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으니 낮은 점수도 괜찮아 생각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점수를 설정한 너에게 오늘은 조선의 유명한 독서광인 백곡 김득신(1604~84)의 공부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의 시문집 ‘백곡집’에는 자신이 읽은 글의 횟수를 기록한 ‘독수기’라는 특이한 글이 있다. 백곡집에는 ‘독수기’가 있는데, 이 글 첫머리는 “백이열전은 1억 1만 3,000번을 읽었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때의 1억은 10만을 뜻한다. 사마천의 ‘사기’ ‘백이열전’을 11만 3,000번 읽었다는 것이다. ‘노자열전’ 등 일곱 편은 2만번을 읽었고, ‘제책’ 등 다섯 편은 1만 8,000번을 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1만 독에 미달하는 편명은 ‘독수기’에서 제외할 정도였다.
 
김득신은 ‘백이열전’을 억만(십만)번 읽은 것을 기념해 서재 이름을 억만재라고 고쳤다. 십만이 넘는 독서 숫자를 하나하나 기록했다는 것이 어찌 보면 병적인 집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독서량에도 과거시험 운이 별로 없어서 번번이 낙방했다. 그런데 그의 후손인 김행중이 쓴 ‘행장초’에 따르면 김득신은 쉰 아홉 때인 현종 3년 임인년(1662)에 문과에 급제하여서 김득신은 끈질긴 노력의 대명사로도 불렸다.
 
김득신의 ‘독수기’는 독서가의 나라였던 조선의 많은 선비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다독가이며 그 자신이 방대한 양의 저술을 했던 다산 정약용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다산은 ‘김백곡의 독서를 변증한다’라는 글을 남겼는데, 다산 역시 “글이 생긴 이래 상하 수천 년과 종횡 3만리를 통틀어 독서에 부지런하고 뛰어난 이로는 백곡을 제일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칭찬한 적이 있었다. 자고로 위대한 학자가 탄생하는 출발점은 대부분 남다른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다산도 마찬가지로 그는 김득신이 ‘백이열전’을 11만 3,000번 읽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에 호기심이 생겼다. 다산은 독서를 잘하는 선비라면 하루에 ‘백이열전’을 100번 읽을 수 있으니 1년이면 1만 3,600번은 읽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게 3년이면 10만 8,000번을 읽을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질병과 우환이 생길 수도 있고, 또 독실하게 효도하는 군자였으니 조석으로 부모의 안부를 묻고 잠자리를 살피는 등의 일에 든 시간을 빼면 4년이 걸려야 11만 3,000번을 읽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다산은 ‘백이열전’을 읽는 데만 이미 4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다 읽을 수 있었겠느냐면서 ‘독수기’는 김득신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그가 작고한 후에 “누가 그를 위해서 전해들은 말을 기록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추측했다.

 

이제 시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여러 과목에 쫒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목표점수에 도달하겠다는 의지를 매일 마음 속으로 다짐하면서 하기 싫은 마음을 버리고 실천으로 옮기기 바란다.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어를 비롯하여 교과서를 몇 번이고 읽어 중요한 내용을 선별하는 것이다. 솔직히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교과서에 무엇이 있는가도 알아보지 않으니 정답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란다. 그러면 시험결과는 뻔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네가 많이 학습한 내용, 정리한 노트를 많이 읽어보고 문제의 핵심을 잡는 것, 그리고 이것을 못 잡았다면 친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만일 이런 친구가 없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이다. 2017년 기말고사는 다음 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기말시험을 마치고 "아! 공부란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맛을 느끼는 이번 시험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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