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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대입 전형료 인하, 대학 스스로 적정하게 정해야

대통령 지시가 아니라, 대학 자율로 산정 필요

문재인 정부 들어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이 개혁의 물결 속에서 이해 당사자들에 따라 어느 것은 적폐 청산, 또 다른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극단적 시각도 없지 않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개월간의 업무를 종결하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라 국정목표, 전략, 과제 등을 공표했다. 첨예하게 입장과 관점이 갈리는 의제도 많다. 향후 추진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이 예견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대입 전형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대입 전형료가 투명성, 합리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동안 대입 전형료가 지나치게 높게 징수된 교육 적폐 중 하나였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입학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의 없이 납부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올 대입 수시 모집 시부터 전국 국공립 4년제 대학의 대입 전형료가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학별로 이를 공표하였다. 아울러 사립대학, 전문대학들도 전형료 인하를 저울질 하고 있다. 현재 일부 인하 동참을 선언한 사립대학, 전문대학들도 늘어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사회 조직 중에서 가장 자율적 조직인 대학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입 전형료를 인하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적정 전형료 이상으로 징수했다는 반증인 것이다. 대입 전형료도 대통령 지시로 인하하는 나라의 국격(國格)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전형료 지시에 대학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몇 군데 회의모임에서 대입 전형료 과다를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 그동안 대입 전형료가 적정한 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전형료가 대학마다 천차만별인데다 산정기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017학년도 대입 4년제 국·공립대 평균 전형료는 33092, 사립대는 53022원이었다. 전형료를 받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10만원이 넘는 대학도 있다. 수험생 1인당 수시와 정시를 합쳐 최대 9개 대학까지 지원이 가능해 학부모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입 전형료로만 1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수험생도 있는 현실에서 이는 결코 정상적인 징수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대학마다 전형방식과 시스템이 달라 전형료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공감하는 합리적인 전형료를 산정은 교육 선진화의 최우선 과제다.
  
이제 대입 전형료 인하는 당연하지만 개운하지는 않다. 대학들의 솔선수범에 의한 인하가 아니라 마지못해 인하하는 성격이 짙은 까닭이다. 대통령이 교육부에 사실상 업무지시를 내리고, 교육부가 후속 조처에 나선 격이다. 분명한 점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만기친람(萬機親覽)할 수는 없다. 대학의 자율성 훼손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전형료에 거품이 있다면 마땅히 걷어내야 옳다. 이 도한 관행적 적폐의 해소이자 청산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자료에 의하면 대입 전형료는 대학별로 10-80%를 교직원 수당 등으로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충분히 인하가 가능한 것이다. 대입이 절실한 학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갑질이라는 혹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결국 2018학년도 대입 수시 전형부터 전형료가 대폭 인하될 전망이다. 다만 이 인하가 대학 자율적 결정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로 인하된다는 점이다. 대학은 학생, 학부모들이 전형료 부담에 벗어날 수 있도록 적정한 전형료를 산정하여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관행은 하루빨리 바로 잡는 것이 교육 혁신의 지름길이다. 물론 적정한 전형료는 징수해야 하지만, 학생, 학부모들을 봉으로 삼아 과징하는 것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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