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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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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 토론토


그녀, 아내의 이야기

남편에게는 제2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뉴욕에 입성했다. 군대 제대 후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채 달랑 100만 원을 손에 쥐고 뉴욕으로 떠나 3년을 버틴 이야기, 난 이걸 백 번도 넘게 들었다. 돈이 없어 하루 한 끼로 때우고, 정기 승차권 한 장으로 여러 명의 친구들과 돌려써야만 했던 궁핍했던 유학 시절의 이야기 말이다. 올랜도에서 신나게 논 후 뉴욕으로 향하는 18시 간의 버스 안에서 그의 회상은 최고조에 달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반발심 때문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함께 그려나가고 싶은 우리의 하얀 도화지에 완성된 그림이 먼 저 그려져 있어 샘이 났던 것 같다. 도착 첫 날, 화려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그려 넣으려 무지개색 펜을 딱 들었는데, “아! 그건 여기 이미 다 그려져 있어!” 하며 날 안내하는 T군. 여행에서 느끼는 나의 즐거움 중에는 호기심 어린 T군의 눈을 보는 것과 열정 적으로 누르는 그의 셔터 소리를 듣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게 빠져버린 뉴욕 여행은 그저 싱겁게만 느껴졌다.


일주일이 지나고, 함께 캐나다로 단풍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고 자꾸 미루는 남편이 야속했다.


“헤어져! 찢어지자고!”


우리는 일심동체, 영원한 합체를 약속한 부부지만 여행중 보고 싶은 게 다른 날엔 한 명은 미술관으로 한 명은 공원을 향해 등을 맞대고 ‘찌이익’ 분리가 되기도 했었다. 혹은 아픈 남편을 호스텔에 혼자 두고 당일치기 섬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고···. 하지만 이번엔 일주일 이상의 긴 여정이 될 예정이므로 T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혼자 다녀올 수 있겠어?”


걱정스레 묻는 T군에게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답했다. 다음 날 새벽, 배낭 하나 달랑 메고 T군과 함께 뉴욕의 펜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한인 타운의 음식점을 제 외하면 T군과 함께한 첫 관광지인 셈이다. 연신 “혼자 잘 갈 수 있겠느냐” 물으며 울상인 T군과는 달리 난 드디어 캐나다의 단풍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히죽히죽 웃음이 났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나는 기차에서, T군은 플랫폼에서 애틋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우리는 멀어져 갔다.


그, 남편의 이야기

“겨울에는 추워서, 봄에는 나른해서, 여름에는 더워서 늘어져 있잖아. 당신은 일 년에 딱 두 달, 9월이랑 10월에만 생기가 도는 사람 같아!”


이런저런 이유로 일 년 내내 골골대는 나를 놀려대는 N양의 말처럼 난 오직 가을에만 에너지가 넘치는, 가을 남자다. 이런 날 두고 N양이 캐나다의 가을 속으로 떠났다. 사실 나도 캐나다의 단풍을 보고 싶었다. 가을 햇살에 버무려진 영롱한 붉은 단풍나무의 향연. 국기에 빨간 단풍잎을 새겨 넣을 만큼 단풍이 아름다운 나라, 캐나다가 아닌가! 다만 엉덩이가 무거워 졌을 뿐이다. 친구들과의 해후 속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훈훈한 우정이 나의 몸을 뉴욕에 고정시켜버렸다. 그런 나를 두고 정말로 N양이 홀로 떠났다.


‘아, 어쩌지? 지금이라도 따라갈까? 며칠도 안 돼 뒤따라가면 좀 없어 보이려나?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따라왔 다고 할까? 이건 너무 신파적인데···. 당신 혼자 보내고 나니 걱정이 돼 따라왔다고 해야겠다. 그게 좋겠다!’



“오빠, 캐나다. 진짜 아름다워.”


혼자 떠난 지 3일 만에 N양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서운하게도 너무 밝았다.


“당신 혼자 보내고 불안해서 안 되겠다. 오빠도 갈 테니 토론토에서 만나!”


일단 마음을 먹고 나니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뉴욕의 친구들에게 잠시만 안녕을 고하고, 오후에 바로 출발해 10시간을 밤새 달렸다. 토론토의 아침, 햇살이 싱그러운 길드 파크(Guild park)에서 며칠간 못 보았던 N양의 싱그러운 미소를 마주할 수 있었다. 헤어질 때처럼, 다시 만날 때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해후를 한 우리는 공원 산책을 나섰다. N양은 내 팔짱을 꼭 낀 채 입가에 한가득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난 N양을 만난 기쁨을 표현할 겨를이 없었다. 캐나다의 가을에 온 정신이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수화기 너머 N양의 탄성으로만 듣던 단풍국에 입성한 난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국이 실존하는 나라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단풍잎으로 가득 메워진 산책길은 레드카펫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하늘 천장을 뒤덮은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 들이 낙엽 위에서 별빛처럼 반짝였다. 한 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의 소리가 구름 위를 걷는 듯 부드러웠고, 노란 별, 빨간 별, 갈색 별들이 발걸음에 맞추어 춤추 듯 날아다녔다.



두 팔을 벌려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맞이하던 N양이 걸음을 멈추더니 저만치 쌓인 낙엽 위에 몸을 뉘었다. 붉은 잎들로 수 놓아진 푹신한 침대 위에 누운 듯 편안한 표정의 N양 옆에 나도 누워 보았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진한 낙옆 향이 코끝에 떠 돈다.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햇살이 내 두 눈을 간지럽힌다. 바람 소리마저 숨죽인 정적, 그 고요함이 한없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가끔 나도 혼자하는 여행을 상상해 보곤 한다. 옆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오롯이 나만의 시간 속에 머무를 수 있 다는 게 참으로 달콤해 보였다. 하지만 오늘 같이 황홀한 순간, 정작 내가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공유할 수 있는 이가 곁에 없다면, 나는 쓸쓸함에 사무쳐 괴로워할 것임을 안다. 사실 외로움을 많이 타기에 내게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 더 맞다. 아름다운 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언제나 두 배로 더 아름답다. 단풍색이 스며든 붉고 노란 시간 속을 한참 거닐자 하늘 빛깔의 푸르름이 한아름 펼쳐졌다. 길이 끝나는 곳, 절벽 아래로 하늘처럼 깊고 맑은 호수가 펼쳐졌다. 끝을 알 수 없는 호수 저편, 바다처럼 진하고 시린 하늘이 이어졌다. 붉은색에 익숙해져 버린 시야를 뒤덮은 푸른 향연에 눈앞이 어지럽다.


“도시 속에 공원이 있는 게 아니라 공원  속에 도시가 있어.”


그랬다. N양의 말처럼 길드 파크를 포함하여 토론토 곳곳의 공원들은 대부분 도시 속에 있는 작은 공원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했다. 이 거대한 대자연 속에 캐나다가 있고, 우리가 있다. 온 세상을 붉은 물결로 물들인 가을날도, 손을 맞잡고 함께 서 있는 우리의 관계도 한없이 지속되 었으면 좋겠다.



 세 단어로 알아보는 캐나다

1. 단풍

캐나다의 단풍은 국기로도 상징될 만큼 유명하다. 현재 캐나다의 국기는 1965년에 채택된 형태다. 단풍이 캐나다의 상징이 된 것은 프랑스계 이주민들이 캐나다에 정착하면서인데, 추운 캐나다의 날씨를 이겨내고 혹한에 맞서는 모습을 고고한 단풍나무에 빗대었다는 설이 있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웅장한 맛이 있는 캐나다의 단풍은 보통 10월 초에 시작하여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2. 메이플 시럽

캐나다에서 단풍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바로 메이플 시럽이다. 메이플 시럽이란 단풍나무의 작은 구멍에서 채취한 진액을 일컫는데, 캐나다 동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메이플 시럽의 양이 세계 시장의 85%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거대하다. 메이플 시럽의 종류는 농도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농도는 끓이는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높은 온도에 서 끓일수록 농도가 짙어진다. 농도가 옅은 메이플 시럽은 시럽 자체로 뿌려 먹고, 농도가 짙은 메이플 시럽은 베이킹할 때 주로 사용된다.


3. 토론토 가는 길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에서 매일 직항이 운행된다. 직항으로 12시간 45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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